머렉·방콕 머스크 동시 인수로 암모니아·메탄올 선박 경쟁력 입증

아부다비의 알 시어 마린(Al Seer Marine)과 BGN 합작법인이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한 8만6,423㎥급 초대형 가스 운반선 ‘머렉’(Merak)을 지난 9월 중순 인도했다. 같은 시기 덴마크 A.P. 말러 머스크(Moller–Maersk)는 HD현대중공업에서 제작한 17,480TEU급 메탄올 겸용 컨테이너선 ‘방콕 머스크’(Bangkok Maersk)를 수령했다. 두 선박은 각각 암모니아와 메탄올 이중연료 엔진을 장착해 탄소 배출을 크게 줄여 글로벌 해운시장의 탈탄소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머렉’ 인수로 16척 규모 도달
지난 19일(현지시각) 아라비안 비즈니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알 시어 마린과 BGN JV는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머렉’을 공식 인도받고 미국 걸프만으로 처녀 항해에 나섰다. 이 배는 암모니아 운송 설비를 탑재해 수소·암모니아 연계 수송 수요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해당 인수로 알 시어 마린의 선대는 직접 소유와 합작선을 합쳐 총 16척으로 늘어났다.
상반기 실적은 운영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2% 늘고, 총이익이 81.7% 급증해 재무 건전성을 입증했다. 금융 조달은 아부다비 이슬람은행(ADIB)이 주도한 샤리아(이슬람 율법) 준수 신디케이트 대출을 통해 이뤄졌다. ‘머렉’ 외에도 2023년 발주한 동일 규격 VLGC 한 척은 오는 11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건조한 LPG·암모니아 복합선은 10월 인도를 앞두고 있다.
‘방콕 머스크’, 탄소 배출 60% 감축 기대
머스크가 수령한 ‘방콕 머스크’는 전장 351m, 너비 56m, 약 19만8,229DWT 규모다. 메탄올 연료 사용 시 기존 선박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60% 줄일 수 있다. 머스크는 이 배를 자사의 동서 항로에 투입해 2040년 순제로 운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모델’로 삼는다. 앞서 같은 시리즈로 인도된 ‘베를린 머스크’와 ‘베이징 머스크’도 유럽–아시아 노선에서 운항 중이다.
한국 조선소 기술력 재입증과 글로벌 시장 과제
현대삼호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며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두 조선소의 연속 인도 사례는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암모니아·메탄올·LNG 등 대체 연료 선박 주문이 갈수록 늘고 있어, 한국 조선업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선박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업계 관행으로는 “대체 연료 선박이 전체 신규 수주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소가 건조 속도와 품질 관리 능력을 유지해야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