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MS, 특허 경쟁 넘어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 전쟁
특허 포트폴리오 분석…삼성은 '융합 기술', 구글·MS는 '핵심 SW'에 방점
특허 포트폴리오 분석…삼성은 '융합 기술', 구글·MS는 '핵심 SW'에 방점

실제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특허 축적보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한 컴퓨팅 인프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대규모 인프라와 전략적 파트너십이 단순한 특허 건수보다 더 강력한 기술 해자(垓子)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경쟁의 축, 특허에서 '인프라로
대표적인 사례는 엔비디아와 오픈AI의 협력이다. 엔비디아는 오픈AI를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투자해 10기가와트(GW)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단일 AI 데이터센터 구축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1단계(1GW) 구축은 2026년 하반기를 목표로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오픈AI를 적극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는 "다년간에 걸친 수십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고, 시장에서는 약 130억 달러(약 18조 원)로 추정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까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오픈AI의 핵심 클라우드로 제공하며,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으로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다.
메타(옛 페이스북) 또한 인프라를 우선하는 전략을 명확히 한다. 메타는 약 140억~150억 달러(약 19조~21조 원)를 들여 AI 데이터 기업 스케일 AI의 지분 49%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고, 루이지애나주에는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점진적인 지식재산권(IP) 확보보다 당장의 모델 배포와 서비스 운영 역량을 우선하는 전략적 판단이다.

LLM 시장의 선두 주자인 오픈AI의 공개 특허는 세계적으로 수십 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대규모 컴퓨팅 자원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한다. 엔비디아와의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 인프라 구축 계획은 LLM 시대에는 특허 자체보다 전략적 파트너십과 예약된 인프라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
하지만 전통적인 기술력의 척도인 특허 분야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공개된 AI 특허를 분석한 결과, 삼성은 총 9982건을 기록해 8573건의 알파벳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6298건의 IBM이었고, 화웨이(5588건)와 마이크로소프트(4590건), 소니(3496건)가 그 뒤를 이었다. 삼성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바이오인식, 6G 같은 미래 통신망, AI 하드웨어·에지컴퓨팅, 스마트홈 등 여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 기술에 강점이 있다.
'양'보다 '질'…LLM 집중도는 MS·구글이 우위
단순히 특허 건수만으로는 기술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첨단 AI 기술의 핵심인 LLM 관련 특허 비중을 살펴보면 순위가 뒤바뀐다. 삼성은 1만 건에 가까운 AI 특허를 보유했지만, 이 가운데 LLM 관련 특허는 20건(0.2%)에 그쳤다. 반면 총 특허 건수가 삼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LLM 관련 특허 비중이 2.6%(약 120건)로, 삼성보다 집중도가 13배나 높았다. 특허의 가치 면에서는 구글(알파벳)이 절대 강자로 꼽힌다. 구글은 AI 모델의 바탕이 된 '트랜스포머' 같은 핵심 AI와 LLM 관련 특허, 연구 논문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세계 특허 가치 면에서는 압도적이라는 평이 많다.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LLM 특허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의 바이두로 4.6%(약 156건)에 이른다. 알파벳 역시 2.0%(약 170건)로 꾸준한 비중을 유지했다. 이는 각 기업의 서비스 중심 AI 전략 방향과 소프트웨어 기술 내재화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소니, 퀄컴, NEC 등은 이 기간 LLM 관련 특허 활동이 거의 없었다.
연간 특허 출원 동향에서도 기업별 전략 차이가 드러난다. 삼성과 알파벳이 꾸준한 특허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반해, 한때 특허 강자였던 IBM의 2024년 출원 건수는 지난해보다 54% 급감할 것으로 예측돼(2023년 4306건 → 2024년 예상 2390건) 전략 변화를 암시했다.
삼성전자는 AI 특허 출원량에서 세계 1위를 지켰지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등은 초거대 모델 기술 특허에 집중하는 등 각자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AI 기술 경쟁이 여러 전선에서 복합적으로 펼쳐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