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가격 하락 속 '미래를 위한 베팅'
IRA 대응·공급망 다변화 '두 마리 토끼'
IRA 대응·공급망 다변화 '두 마리 토끼'

로이터 통신은 24일(현지시각) LG에너지솔루션이 앤슨 리소시스로부터 미국 유타주 남부 패러독스 분지(Paradox Basin) 프로젝트에서 생산하는 탄산리튬을 2028년부터 공급받는다고 보도했다. 연간 구매 물량은 최대 4,000건량톤(dry metric ton)에 이른다. 계약 기간은 처음 5년이고, 서로 합의하면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어 길게는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기반을 마련했다.
앤슨, 안정적 판로 확보…주가 25% 급등
생산 첫발을 떼려는 앤슨 리소시스에 이번 계약은 회사 성장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연간 4,000톤 물량은 이 프로젝트 초기 생산 목표인 약 1만 톤의 40%에 가까운 많은 양이다. 세계 배터리 시장 선두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을 확실한 구매처로 확보해, 앤슨은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하고 최종 투자 결정(FID) 단계에 꼭 필요한 부채 자금 조달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계약 소식이 알려지자 호주 증권거래소(ASX)에서 앤슨 주가는 한때 24.7%까지 뛰어올라 두 달여 만에 하루 상승률로는 가장 높았다. 이러한 주가 급등은 기준 지수인 ASX 200 지수가 0.6% 내린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앤슨 리소시스의 브루스 리처드슨 최고경영자(CEO)는 "번 확정 구매 계약은 장기 동반 관계의 토대를 마련한다"며 "패러독스 분지에서 생산한 저비용 미국산 리튬을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발언을 프로젝트의 가격 경쟁력과 미국 생산이라는 이점을 앞세워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한다.
IRA 파고 넘는 '북미 현지 조달' 전략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한국, 호주, 남미 등에 치우쳤던 리튬 공급망에 미국 생산 거점을 더해 지정학 위험을 나누는 효과를 봤다. 특히 이번 계약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하도록 규정한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리튬을 바로 공급받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요건을 충족해 북미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기회를 넓혔다.
현재 리튬 시장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 증가가 더딘 탓에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은 1년 넘게 내림세다. 이런 상황에서 맺은 이번 장기 계약은 단기 가격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거래 플랫폼 무무(MooMoo)의 마이클 매카시 호주·뉴질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은 앤슨에는 회사의 운명을 바꿀 거래지만, 어차피 나올 계약이었다"며 "LG가 경쟁에서 이겼다"고 평가했다.
매카시 최고경영자는 이번 계약이 갖는 거시적인 의미도 짚었다. 그는 "이런 약속들은 미국 배터리 제조업이 한층 단단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이 오르내려도) 배터리 기술이 여전히 핵심 요소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거래"라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으로 앤슨은 초기 생산량의 40%에 이르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해 사업화의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현지에서 핵심 원재료를 조달해 공급망 안정과 IRA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냈다. 리튬 가격이 내리는 상황에서도 미래 시장을 차지하려는 세계 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