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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호프만 엔지니어링서 한국인 견습생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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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호프만 엔지니어링서 한국인 견습생 사망

AUKUS 핵심 부품 수주 직후 안전 불감증 도마에…“분기 점검” 약속 이행 여부 의문
3톤짜리 ‘포징 링’ 작업 중 추락해 견습생 숨져, 2019년 이어 두 번째 인명 사고
오스트레일리아 호프만 엔지니어링 본사 모습. 사진=호프만 엔지니어링이미지 확대보기
오스트레일리아 호프만 엔지니어링 본사 모습. 사진=호프만 엔지니어링
지난 8일 오스트레일리아 퍼스 외곽 배센딘의 호프만 엔지니어링 공장에서 한국인 견습 기계정비공 A(45)3톤짜리 금속 가공용 포징 링(forging ring) 작업 중 장비가 미끄러지며 머리와 가슴을 압박해 사망했다고 WSWS가 지난 24(현지시각) 보도했다.

포징 링은 철괴나 금속 덩어리를 프레스나 해머로 단조(forging)할 때 도구 역할을 하는 원형 금속틀로 직경 4~6m, 무게 수 톤에 달해 이동·고정 작업 시 각별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

감독 부실” vs “절차 준수


A씨는 6미터 길이, 3톤 무게의 포징 링을 고정 작업하던 중 작업대에서 기울어진 링이 미끄러지며 머리와 가슴을 압박해 즉사했다. 스티브 맥카트니 호주제조노동자조합 서부지부장은 첫해 견습생을 홀로 작업시킨 것은 명백히 예방할 수 있던 사고라고 지적했다.

반면 호프만 엔지니어링 대변인은 모든 직원은 자격을 갖춘 감독 아래 안전 절차를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2019년 사고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


호프만 엔지니어링은 2019년에도 같은 공장에서 1.35톤짜리 용접장비 붐 크레인이 무너져 현장 근로자 B씨가 숨진 바 있다. 주 안전감독기관 워크세이프(WorkSafe) WA 조사보고서는 해당 장비가 수년간 방치돼 볼트와 너트가 마모되고 이물질이 섞인 윤활유가 오염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당시 회사는 567000달러(79300만 원) 벌금과 28685달러(4000만 원) 비용부담 명령을 받았다. 보고서는 정기 점검과 자격 보유자에 의한 유지보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후 회사는 분기마다 설비 점검을 강화하고 안전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사고 전까지 구체적인 점검 기록은 공개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AUKUS 수주와 안전 관리 과제


지난달 20일 서호주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호프만 엔지니어링을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 부품 공급 후보로 발표했다. 패트 콘로이 연방 방위산업부 장관은 호주 기업이 미 해군 공급망에 참여하는 것은 AUKUS 협력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말리스 연방 방위장관은 모든 참여 기업에 국제 최고 수준 안전 기준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AUKUS 사업은 생산능력뿐 아니라 안전·품질 관리가 핵심이라며 호프만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점검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3자 안전 감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AUKUS 참여를 앞둔 호주 방위산업의 안전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후보 기업의 안전 실태를 엄격히 심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