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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월가, 트럼프 관세 환급 '베팅' 광풍…800억 달러 환급권 헐값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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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월가, 트럼프 관세 환급 '베팅' 광풍…800억 달러 환급권 헐값 사재기

대법원 11월 판결 앞두고 1달러당 20센트 거래, 중소업체 "현금난에 울며 겨자 먹기"
미국 월가 투자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수입업체들의 관세 환급 청구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위험한 베팅'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월가 투자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수입업체들의 관세 환급 청구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위험한 베팅'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 월가 투자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수입업체들의 관세 환급 청구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위험한 베팅'에 나서고 있다고 24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투자사들은 환급 청구권 1달러당 최대 20센트를 지급하고,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할 경우 나머지 환급액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미국 수입업체들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관세로 약 800억 달러(약 112조 원)를 납부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인 400억 달러(약 56조 원)가 반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사들의 '위험한 도박'


IEEPA 관세는 지난해 2월 중국·멕시코·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마약 대응 관세'와 4월 발표된 '무역적자 대응 관세'로 나뉜다. 환급권 거래에서 마약 대응 관세 청구권은 법적 승소 가능성이 낮아 1달러당 5센트에 거래되지만, 무역적자 대응 관세 청구권은 무효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1달러당 20센트에 매입되고 있다.

이는 간단히 말해 수입업체가 정부에 100달러의 관세를 냈다면 투자사가 20달러를 주고 환급받을 권리를 사는 것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관세가 무효 판결을 받으면 투자사는 정부로부터 100달러를 돌려받아 80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승소하면 투자사는 20달러를 잃게 된다.

뉴욕 관세 중개회사 알바휠스업인터내셔널 창업자 살바토레 스틸레는 "수입업체들이 환급을 기다리며 심각한 현금 압박을 겪고 있어 확실하게 일부라도 돌려받으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사들이 매입하는 최소 거래 규모도 200만 달러(약 28억 원)에서 1000만 달러(약 139억 원)로 늘어났다.

중소업체 "현금 유동성 악화로 울며 겨자 먹기"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가방 제조사 레인앤고는 지난해 중국산 원자재 컨테이너당 7만5000달러(약 1억 원), 캄보디아산 제품 컨테이너당 5만 달러(약 7000만 원)를 관세로 부담했다. 총 관세액이 수십만 달러에 이르자 직원 수를 9명에서 3명으로 줄여야 했다.

애덤 파자커클리 레인앤고 대표는 "환급 가능성을 기대하지만 언제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현금 흐름을 개선할 방법이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청구권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지만, 많은 중소업체들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확실한 현금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대법원 판결이 운명 가를 듯


미국 대법원은 11월 5일 IEEPA 관세 관련 사건에 대해 구두변론을 시작한다. 이는 재판의 시작을 의미하며, 최종 판결은 내년 여름께 나올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연방항소법원은 7대4로 IEEPA 관세를 위헌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환급 절차가 복잡하다.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해도 정부가 자동으로 환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업체별로 개별 청구를 거쳐야 한다.

시애틀 관세 중개인 톰 굴드는 "대법원 판결 후에도 실제 환급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고, 정부가 새로운 관세로 대체하면서 '미래 관세 충당 크레딧' 형태로 보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금 대신 앞으로 낼 관세에서 차감해주는 방식을 뜻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대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패소할 경우 관세 환급 규모가 최대 1조 달러(약 14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판결은 미·중 무역정책과 연방 재정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