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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애플·퀄컴·미디어텍, '3nm 시대' 종언…차세대 AI 두뇌 NPU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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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애플·퀄컴·미디어텍, '3nm 시대' 종언…차세대 AI 두뇌 NPU로 승부

CPU·GPU 성능 격차 '종이 한 장'…실제 체감 AI 기능이 관건
AI 두뇌 설계도 제각각…생태계·클라우드 연계한 장기전 돌입
2025년, 3nm 공정 시대의 막을 내리고 스마트폰 칩 시장의 경쟁 축이 NPU(신경망 처리 장치)를 중심으로 AI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CPU와 GPU 성능 격차가 미미해진 가운데,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주요 칩 제조사들은 온디바이스 AI 성능과 사용자 체감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차별화된 AI 가속기 전략을 펼치며 새로운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3nm 공정 시대의 막을 내리고 스마트폰 칩 시장의 경쟁 축이 NPU(신경망 처리 장치)를 중심으로 AI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CPU와 GPU 성능 격차가 미미해진 가운데,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주요 칩 제조사들은 온디바이스 AI 성능과 사용자 체감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차별화된 AI 가속기 전략을 펼치며 새로운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이 3나노미터(nm) 공정을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스마트폰 칩 패권 경쟁의 무대가 '크기'에서 '지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 아시아는 26일(현지시각) 이같이 전하며, 애플·퀄컴·미디어텍 등 세계 3대 칩 설계 기업들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른 중앙처리장치(CPU) 속도 경쟁을 멈추고 인공지능(AI) 두뇌인 신경망 처리 장치(NPU)를 새로운 승부처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퀄컴이 최신작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공개하면서 차세대 스마트폰 두뇌 전쟁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다. 이로써 애플의 'A19 프로',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500'과 함께 2025년 시장을 이끌 세 주력 시스템온칩(SoC)이 윤곽을 모두 드러냈다. 여러 성능 평가 자료와 설계 구조를 보면, 세 회사 칩의 성능 격차는 역대 가장 작은 수준으로 줄었다.

퀄컴의 단일 코어 CPU 점수는 미디어텍을 앞섰으나 애플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반면 다중 코어 시험에서는 SME2 설계 구조와 높아진 작동 속도를 앞세워 경쟁사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에서는 미디어텍이 근소하게 우위를 보였고, 퀄컴과 애플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 세대교체 때마다 나타났던 뚜렷한 성능 도약은 이제 없었다. 3nm 공정 칩이 최대 성능과 전력 효율 면에서 거의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코어 수를 늘리고 캐시 대역폭을 넓히는 등 미세한 개선에 집중했을 뿐, 전면적인 설계 구조 혁신은 꾀하지 않았다.

CPU 시대의 종언, AI 두뇌 NPU가 새 격전지로


업계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의 새로운 심장이자 두뇌인 NPU로 향한다. NPU는 기기 자체 AI의 핵심으로, AI 언어모델, 실시간 번역, AI 기반 사진·영상 처리 같은 복잡한 AI 연산을 도맡는 반도체다. 전통의 CPU, GPU 성능이 상향 평준화한 지금, 소비자가 스마트폰 성능을 느끼는 영역은 바로 NPU가 좌우하는 AI 기능이다.

문제는 NPU 성능을 객관적으로 잴 표준 평가 척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구현 방식, AI 모델, 전력 설계,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이런 모호함은 역설적으로 제조사들에 AI 성능을 중심으로 홍보 논리를 펼칠 자율성을 주었고, 각 회사는 NPU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내놨다.

주요 칩 제조사별 AI 전략 및 차별화.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칩 제조사별 AI 전략 및 차별화.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애플은 GPU에 행렬 연산 기능을 깊이 통합해 그래픽 작업과 AI 연산의 경계를 허무는 길을 택했다. 16코어 신경망 엔진을 얹어 실시간 AI 기능 최적화와 저전력 작동을 함께 강조하는 방식이다.

미디어텍은 성능 코어와 효율 코어를 나눈 '분할-NPU' 구조를 선보였다. 속도와 배터리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한편, 구글·엔비디아와 클라우드 AI 분야에서 손잡고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퀄컴은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거대 언어 모델(LLM) 처리에 특화한 스칼라 연산 장치를 크게 넓히며 정면 승부를 걸었다. 자사의 헥사곤 NPU 성능을 높여 생성형 AI 응용프로그램에 집중하고, 나아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힘을 합쳐 개인용 컴퓨터(PC) 앱 호환성까지 넓히는 전략을 편다.

숫자보다 '체감 성능'…사용자 경험이 새 잣대


스마트폰 성능을 따지는 기준이 숫자를 넘어 사용자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 일반 사용자가 쓰기에 스마트폰 SoC 성능은 이미 차고 넘친다. 이제는 CPU, GPU, 이미지 신호 처리 장치(ISP), NPU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려 매끄러운 AI 경험을 주는지가 기기의 가치를 정한다. 최근 열린 퀄컴의 '스냅드래곤 서밋'에서도 성능 지표를 공개했지만, 행사의 무게중심은 실제 사용 사례와 AI가 만드는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는 데 쏠렸다. 소비자들 역시 실시간 번역, AI 사진 보정, 똑똑한 편집 기능처럼 실제 사용에서 느낄 수 있는 기능에 주목한다.

3nm 시대의 끝은 모바일 칩 혁신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순수한 연산 능력을 넘어 AI 역량과 시스템 통합, 그리고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겨루는 새 시대의 시작이다. 이 새로운 판에서 NPU는 더는 CPU와 GPU의 조연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가치를 매기고, 나아가 'AI 우선' 시대의 모든 소비자 가전제품의 미래를 정할 핵심 주역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시장의 성패는 2026년 이후를 내다보는 각 회사의 장기 전략에 따라 갈릴 듯하다. 퀄컴은 클라우드와 기기를 잇는 통합 AI 생태계 주도권을 노리며, 미디어텍은 빠른 신기술 도입과 클라우드 AI용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 진출로 맞서고 있다. 애플은 기기와 iOS 운영체제의 긴밀한 통합을 무기로 최적의 AI 성능과 전력 관리를 이루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AI 기능의 정교함과 생태계 확장, 클라우드와 기기를 아우르는 협력의 깊이가 모바일 칩 산업의 미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