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담이 협상 분수령
위성락 "3,500억 달러 현금 불가능"…1997년 외환위기 재현 우려
위성락 "3,500억 달러 현금 불가능"…1997년 외환위기 재현 우려

현금 지급 불가능 입장 재확인
보도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에 대해 "우리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위 실장은 "협상 전술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며 "대한민국의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백악관에서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약 775조 원),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발언했다고 여러 매체가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에 3500억 달러보다 더 많은 투자를 요구했다고 전했다고 한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외환위기 우려와 통화스와프 필요성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 크게 다르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357억 달러(약 1742조 원)로 한국의 3배가 넘으며, 준기축통화국인 데다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22.2%로 대만(77%), 일본(30.6%)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에서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직접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관련 부처와 내부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으나 구체적인 확답은 하지 않았다.
APEC 정상회의가 협상 분수령
대통령실은 다음 달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협상 타결의 목표 시점으로 설정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차기 정상회담 계기가 하나의 목표점이 될 것"이라며 "APEC 때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이 예상되는 경주 APEC은 한미 관세협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무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정상 간 직접 대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한미 양국은 투자 방식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은 현금 투자와 미국이 투자처를 결정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은 대출과 보증 중심의 구조를 원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혀 협상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