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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43억 달러 벌고도 78억 달러 손실…오픈AI의 '고비용 성장'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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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43억 달러 벌고도 78억 달러 손실…오픈AI의 '고비용 성장' 딜레마

AI 패권 경쟁 속 R&D·인건비 급증…매출 뛰어넘는 비용 구조 심화
MS·엔비디아 업고 5000억 달러 가치 평가…"거품 아닌 수요 기반 성장"
생성형 AI 시대를 연 오픈AI는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R&D·인재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상반기에만 7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고비용 성장' 전략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생성형 AI 시대를 연 오픈AI는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R&D·인재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상반기에만 7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고비용 성장' 전략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연 오픈AI가 폭발적인 성장세 이면에 자리한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공개하며 '고비용 성장'의 딜레마를 드러냈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는 매출을 거뒀지만, 기술 패권 경쟁과 인재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손실 규모는 매출의 두 배에 육박했다. 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출혈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와 파이낸셜 타임스, 디 인포메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주주들에게 2025년 상반기 실적을 공개했다. 상반기 매출은 43억 달러(약 6조 원)로, 2024년 연간 매출(약 37억 달러)을 이미 16%나 웃돌았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은 유료 구독자, API, 기업 솔루션 부문 매출이 빠르게 증가한 덕분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 손실은 78억 달러(약 10조9000억 원)에 이르렀다. 매출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비용이 불어난 결과다.

매출의 두 배에 이르는 R&D·인건비


적자의 주된 원인은 단연 연구개발(R&D) 비용이었다. 오픈AI는 차세대 AI 모델 개발과 기존 챗GPT 운영 고도화를 위해 상반기에만 67억 달러(약 9조3000억 원)를 투입했다. 판매·마케팅 비용 역시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를 지출해 2024년 한 해 동안 쓴 비용의 두 배가 됐다.

AI 업계의 심화하는 인재 전쟁의 비용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픈AI는 핵심 인력 유출을 막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자 상반기에만 약 25억 달러(약 3조5000억 원)를 직원 주식 기반 보상으로 지급했다. 2024년 상반기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AI 시장의 인재 확보 경쟁이 얼마나 과열됐는지를 보여준다.

막대한 지출은 현금 유출로 이어졌다. 상반기 순 현금 유출액은 25억 달러(약 3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다만 오픈AI는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175억 달러(약 24조5000억 원)의 현금과 유가증권을 보유해 당장의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회사는 2025년 연간 매출 목표를 130억 달러(약 18조2000억 원)로 설정하는 한편, 연간 현금 소진 규모는 85억 달러(약 11조9000억 원) 선에서 억제할 계획이다.

MS·엔비디아 전폭 지원…미래 가치에 쏠리는 기대


막대한 적자에도 오픈AI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라는 강력한 우군이 있다. MS와의 계약에 따라 오픈AI는 현재 매출의 20%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비율이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50억 달러(약 7조 원)의 현금을 아끼는 효과를 기대한다.

최근에는 AI 칩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가 한층 더 깊어졌다. 엔비디아는 지난주 오픈AI에 데이터센터용 칩을 공급하고 파트너십을 심화하는 차원에서 최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에 이르는 투자를 약속했다. 오픈AI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향한 엔비디아의 강력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기대를 바탕으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8월, 오픈AI는 직원들의 보유 주식 현금화를 위해 구주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약 700조 원)에 이른다.

일각에서 AI 시장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업계 리더의 시각은 다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AI 시장의 성장은 과대광고가 아니라 추론 컴퓨팅에 대한 실제 수요가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픈AI가 차세대 1조 달러(약 14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픈AI는 성장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R&D, 인재 확보, 기반 시설 투자를 감내하는 고비용 구조를 택한 셈이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2025년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