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주식 시장 3대 지수가 2일(현지시각)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를 시작으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에 이어 이날 나스닥 지수까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에 합류하면서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전날 미국 연방정부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셧다운이 시작됐고, 3일로 예정됐던 9월 고용동향 보고서 발표가 연기되며 주식 시장이 고용 흐름을 파악할 수 없게 되는 등 외부 변수가 높았지만 사상 최고 행진이 이어졌다.
숨가쁜 상승세 속에 주식 고평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공지능(AI)이 새로운 토대를 만들면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업 실적이 과거와 다른 급격한 개선을 이룰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투자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식 시장 상승 흐름의 동력이었던 “상승장을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이 투자자들을 주식 투자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주식 시장이 이제 정점으로 치닫고 있어 조만간 거대한 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공포 역시 함께 높아지고 있다.
주식이 부동산 앞질러
주식 시장 상승세가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들은 주식 소유 확대와 편중을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다.
CNBC는 2일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미 담당 차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피어스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미 가계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피어스에 따르면 올 5월 미 가계가 직접, 또는 뮤추얼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처분가능 소득의 약 2.42배에 이른다. 이는 1951년 이후 이는 가장 높은 규모다. 닷컴 거품이 정점에 이르렀던 2000년에도 처분가능 소득 대비 가계 주식 보유 규모는 1.51배에 그쳤다.
주식 시장 상승세 속에 가계가 주식 투자에 골몰하면서 전통적인 최고 자산인 부동산도 주식에 밀려났다.
지난 5월 가계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처분가능 소득 대비 2.36배로 주식의 2.42배에 못 미쳤다.
부동산이 주식에 밀린 것은 닷컴 거품,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외에는 없었다.
주식, 부자들에게 집중
주식이 부동산을 제치고 가계의 핵심 자산이 됐지만 부자들에게 주식이 집중된 것도 문제다.
피어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 소득 상위 1% 가계가 미 주식의 38.6%를 보유하고 있고, 차상위 19%는 48.3%를 소유하고 있다. 소득 상위 20%가 86.9%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80%가 소유한 주식 비중은 고작 13.1%에 불과하다.
소비 양극화
주식 시장 상승 과실이 고소득층에게 집중되면서 소득 양극화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
주가 상승으로 높은 평가 차익을 누리는 고소득층 소비자들은 소비를 늘리고 주식 투자도 확대해 미 경제와 주식시장 모두를 떠받치고 있다. 반면 저소득층은 이런 과실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데다 고용 불안 속에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EY-파르테논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데이코는 경제의 소비지출 활동이 점점 소수 인구, 경제의 소수 분야에게 의존하게 되면 하방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 경제는 소비에 의존한다. 미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연방준비제도(연준) 독립성 위협과 트럼프 장담에도 불구하고 안 떨어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노동 시장 둔화 속에서도 여전히 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지속하는 배경이 바로 소비에 있다.
부의 거품
그러나 이 소비도 수면 아래에서는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연소득 25만 달러가 넘는 상위 10%가 2분기 미 소비지출의 절반인 49.7%를 담당했다. 역대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들 고소득층은 주식 투자 등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고, 이것이 소비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부의 효과’를 낳고 있다.
지난 2분기 소득 상위 10% 미가계의 부는 5조 달러가 늘어 사상 최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주로 주가 상승에 기인한 것이다.
최고 부자인 상위 1%는 순자산이 무려 23조3000억 달러 폭증했다.
반면 소득 하위 50%의 순자산은 고작 1500억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의 효과’가 소비를 끌어올린다고는 하지만 주식 시장이 거품 논란 속에 약세로 돌아서면 순식간에 빠질 ‘부의 거품’인 셈이다.
고소득층에게 기댄 소비는 순식간에 빠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미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식 시장이 위험 영역으로 치닫고 있다는 또 하나의 경고인 셈이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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