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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삼성·SK하이닉스·TSMC에 "미국 기술자 가르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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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삼성·SK하이닉스·TSMC에 "미국 기술자 가르쳐달라"

수십년 제조업 쇠퇴 인정…한·대만·독·일에 반도체·조선·철도 기술 전수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조선, 철도 등 핵심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 일본, 유럽 국가들에 미국 근로자 재교육을 요청하면서 수십 년간 지속된 미국 산업 경쟁력 쇠퇴를 공식 인정했다.

파키스탄 경제일간지 브레코더(www.brecorder.com)는 지난 2(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TSMC), 현대자동차, 독일 기계산업, 프랑스 알스톰, 스위스 ABB 등을 미국 제조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꼽았다고 전했다.

달러 특권이 낳은 산업 공동화


브레코더는 미국의 이런 쇠퇴가 수십 년간 안주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 특권으로 미국은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었다. 광물과 전자제품, 기계류를 수입하면서도 자국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미국 기술을 배워 자국 인프라와 연구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 대학에서 배우고 미국 엔지니어를 고용한 뒤 자국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미국을 따라잡는 데 그치지 않고 추월했으며, 한때 미국의 위대함을 상징하던 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주자가 됐다.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요청을 약점 인정인 동시에 필요성 인식이라고 보고 있다. 외국 투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돈으로 공장과 설비를 지을 수는 있지만, 기술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역량을 다시 세우려면 미국 근로자들에게 지식과 전문성을 넘겨줄 수 있는 외국 훈련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대만, 반도체·조선 교사 역할 기대


브레코더는 트럼프가 특정 국가들을 암묵으로 지목했다고 분석했다. 대만은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 TSMC의 본거지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분야를 지배하고, 현대자동차와 삼성중공업이 세계 자동차와 조선업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고속열차와 첨단 전자제품, 산업 정밀도의 대명사다. 독일은 유럽의 기계와 엔지니어링 강국이며, 프랑스에서는 알스톰이 고속철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스위스 ABB는 정밀 엔지니어링 분야의 또 다른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요청이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이라는 본질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제조업 경쟁력에서 뒤처진 위치를 공식으로 인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언급 피한 중국, 여전히 짙은 그림자


트럼프의 메시지에서 언급되지 않은 거대한 존재는 중국이다. 브레코더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선박의 절반 가까이를 건조하고, 희토류 광물 대부분을 생산하며, 세계 최대 철도차량 제조사 CRRC(중국중차)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도 반도체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경쟁국인 중국에 미국 근로자 훈련을 요청할 경우 굴욕스러운 의존을 드러내는 신호가 될 수 있어 공개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그가 열거한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요청이 중국 의존도 우려를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이 제조업 패권을 되찾으려면 중국을 제외한 우방국들과 기술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