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8년 대통령 비판 글 쓴 의원 징역 2년·벌금 2000달러...옥중 재선 후 제퍼슨 당선 결정타

영국 역사학자 사이먼 샤마가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자유 위협에 맞서 미국 건국 초기 헌법 수호 투쟁의 역사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각) 이를 심층 보도했다.
샤마 컬럼비아대 교수는 "언론이 좋은 이야기를 나쁘게 만드는 것은 정말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227년 전 존 애덤스 행정부가 시행한 선동법(Sedition Act)과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1798년 선동법, 대통령 비판 글로 2년 징역형
1798년 7월 31일 버몬트주 스푸너스 저널은 매튜 라이언 하원의원이 애덤스 대통령을 비판한 편지를 실었다. 라이언 의원은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 어리석은 허영, 이기심 가득한 탐욕에 공공복지가 잠식당하는 모습을 볼 때, 진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독립된 견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해임되는 것을 목격할 때, 나는 그들의 겸손한 옹호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사건의 2주 전 애덤스 대통령은 외국인·선동법의 마지막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미합중국 정부나 대통령을 거짓되고 중상하며 악의를 담아 글을 쓰거나 인쇄, 발언 또는 출판하거나 이를 고의로 거든 자"를 최대 2년 징역과 2000달러(약 280만 원)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당시 연방주의자들은 의회 양원과 백악관을 장악하고 있었다. 프랑스 공화국과 전쟁이 임박했다는 명분으로 만든 이 법은 사실상 정치 반대파를 겨냥한 것이었다.
옥중 재선, 제퍼슨 당선 결정타 던진 '침 뱉는 라이언'
'침 뱉는 매튜'로 불린 라이언은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으로 연방주의자 엘리트에 맞서는 계급 투사를 자처했다. 그는 일찍이 의사당에서 코네티컷주 출신 연방주의자 로저 그리스월드와 몸싸움을 벌인 바 있다. 그해 2월 15일 그리스월드가 히코리 지팡이로 라이언을 공격하자, 라이언은 화로 집게를 잡고 맞섰다.
라이언은 10월 선동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인물이 됐다. 그의 주요 변론은 선동법이 "의회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는 수정헌법 1조를 어긴다는 것이었다. 정치로 맞선 배심원단은 단 1시간 만에 유죄 판결을 내렸고, 그는 4개월 징역과 1000달러(약 14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민주공화당 언론은 라이언을 언론자유 순교자로 띄웠다. 1798년 선거에서 그는 감옥에서 선거운동을 펼쳐 재선됐다. 1800년 선거에서 애덤스와 연방주의자들은 선동법 때문에 인기를 잃고 권좌에서 물러났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제퍼슨과 애런 버가 동점을 기록하자 헌법 규정에 따라 하원이 결선투표를 했다. 라이언이 제퍼슨에게 결정타를 날렸고, 제퍼슨은 취임 직후 선동법으로 기소돼 유죄판결받은 10명을 사면했다. 제퍼슨은 취임 연설에서 "미국인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생각한 바를 말하고 쓸 권리"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매디슨 "유권자 판단 위해 언론자유 필수"
제퍼슨의 동료이자 후임 대통령인 제임스 매디슨은 1800년 버지니아 주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언론자유가 빼놓을 수 없는 권리임을 역설했다. 그는 "대통령, 그 어떤 공직자, 의회도 헌법이 명시한 경우를 빼고는 권한을 주장할 권리가 없으며, 양심과 언론의 자유는 미합중국의 어떤 권위로도 취소하거나 줄이거나 고칠 수 없다"고 썼다.
매디슨은 또 언론자유가 민주주의에 꼭 필요한 까닭을 설명했다. 국민이 정부를 뽑을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려면 공직 후보자의 장단점을 알아야 하고, 이를 자유롭게 평가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동법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면 유권자들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되고, 현직 정부가 무엇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 결정하는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매디슨은 "그렇다면 국민은 어떤 처지에 놓이겠는가? 자유롭지 못하다. 권력을 쥔 자들이 유권자의 판단에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밀턴의 350년 전 경고 "진실은 검열 필요 없다"
샤마 교수는 1644년 존 밀턴이 영국 의회의 출판 사전검열에 반대해 쓴 '아레오파지티카'(언론자유를 옹호한 고전)를 언급했다. 밀턴은 "진실이 전능자 다음으로 강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는가? 진실은 이기려고 꾀나 책략, 허가 따위가 필요 없다. 그것들은 오류가 진실의 힘에 맞서려고 쓰는 수단"이라고 썼다.
제퍼슨은 1779년 버지니아 종교자유법 초안에서 밀턴의 사상을 이었다. "진실은 위대하며 이길 것이다. 진실은 오류에 맞서는 적절하고 충분한 상대이며, 사람이 끼어들어 자연스런 무기인 논쟁과 토론을 빼앗지 않는 한 두려워할 것이 없다. 오류는 자유롭게 반박이 허용될 때 위험하지 않게 된다"고 그는 밝혔다.
"침묵 강요 시대, 고전으로 무장하라"
샤마 교수는 요즘 홍콩, 러시아, 헝가리, 튀르키예, 이란 등 전 세계에서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뒷걸음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64년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미국은 민주주의 차이를 거리낌 없이 방송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침묵시키려 하고, 사실상 모든 소프트파워 발산을 막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사라지면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밀턴의 말을 빌려 "도망치고 숨어 지내는 미덕, 단련되지 않고 숨도 안 쉬는 미덕, 결코 나가서 적수를 보지 않고 경주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마 교수는 구체 행동을 제시했다. "목소리를 높여 말하라. 헐뜯기는 줄이고 이성을 앞세운 논쟁을 늘려라. 존 로크, 볼테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존 스튜어트 밀 등 지식과 자유를 연결한 고전 글로 돌아가 주장을 다져라. 그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우리 시대와 장소의 목소리를 불어넣어라. 그들과 논쟁하고, 내면화하고, 마음에 새기고 혀끝에 올려라. 크든 작든 독재자들에게 맞서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자유를 지키는 일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만들어라"고 그는 촉구했다.
샤마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언론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227년 전 선동법에 맞섰던 선조들처럼 지금도 시민들이 직접 나서 언론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