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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G7 고용시장 ‘채용도 해고도 멈춤’…AI·무역전쟁 불확실성에 기업들 ‘정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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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G7 고용시장 ‘채용도 해고도 멈춤’…AI·무역전쟁 불확실성에 기업들 ‘정지 상태’



지난 2023년 8월 28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치폴레 매장에 채용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8월 28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치폴레 매장에 채용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의 고용시장이 ‘채용도 해고도 하지 않는’ 정체 국면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기업들은 신규 고용과 구조조정을 모두 유보한 채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고용 증가율 0.5%…“사실상 정체 상태”

FT는 미국 노동통계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식 통계를 인용해 미국의 분기별 고용 증가율이 연율 기준 0.5%에 그쳤고 나머지 G7 국가들도 평균 0.4% 수준으로 둔화했다고 전했다. 이는 2024년 대비 크게 낮은 수치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6월 한때 일자리가 순감소했으며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G7 국가에서 고용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지금은 고용도 해고도 거의 없는 ‘고용 정체’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노동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직 기피’ 심화…구직자도 ‘불안’

기업만이 아니라 근로자들도 신중 모드다. 영국 인력회사 헤이스의 최고재무책임자 제임스 힐튼은 “기업은 채용 속도를 늦추고 임금 인상폭도 줄였으며 근로자들은 일자리 안정성과 재택근무 유연성 상실을 우려해 이직을 꺼린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고용 정체는 청년층에게 특히 불리하다. 신규 채용이 줄면서 사회 진입이 늦어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실업률은 여전히 낮다.

유로존은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4.3%)과 영국·독일에서도 실업률 상승 폭은 제한적이다.

◇원인은 ‘수요 부진’보다 ‘공급 변화’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고용 정체’가 경기 둔화 때문인지, 아니면 인구 구조나 노동공급 요인 때문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셸 보우먼 미국 연준 이사는 “노동시장이 취약 국면에 진입할 위험이 있다”며 조기 금리 인하를 주장했고 시카고 연은의 오스턴 굴즈비는 “이민 억제 정책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더 큰 요인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기업인용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데이터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링크드인 가입자 중 최근 새 직장으로 옮긴 비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보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에서 약 20% 감소했으며 독일은 15%, 프랑스는 그보다 더 낮았다.

◇“노동시장, 정상화 아닌 장기 저성장 신호”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사이먼 맥애덤 부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 부진은 선진국 경기의 주요 약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별로는 영국의 세금 부담, 프랑스의 정치 교착, 독일 산업구조 문제, 미국의 관세정책 등이 겹쳐 복합적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스테파노 스카르페타 고용·노동·사회국장은 “고용률이 여전히 높음에도 구직 이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고령화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령층은 지리적 이동을 꺼리고, 경력은 있지만 학위가 부족해 이직 협상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며 “유럽 전역의 고령화가 노동 이동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지금의 정체는 단기 침체라기보다 팬데믹 후 급격한 고용 과열과 긴축정책의 ‘후폭풍’이 맞물린 결과”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 확산과 글로벌 교역 둔화가 지속된다면, 이번 ‘고용 정지 상태’가 장기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