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8일(현지시간) 밀켄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AI의 생산성 제고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낙관적인 심리가 갑자기 전환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25년 전 인터넷 붐 당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AI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면서도 “만약 주가가 급격히 조정된다면 세계 성장세가 둔화하고,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노출되며, 특히 개발도상국은 그 여파로 훨씬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은 13~18일 열리는 IMF 연차총회를 앞두고 이뤄졌다.
BOE의 금융정책위원회(FPC)도 이날 공개한 최근 회의록에서 현재 AI 붐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와 비슷하다고 지적하며 “세계 금융시장에서 갑작스러운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BOE는 미국 주식의 경기 순환조정 주가수익비율이 닷컴버블 절정기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하며 “25년 전 닷컴버블 정점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S&P500지수의 1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로, 역사적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2000년 닷컴버블보다는 다소 낮다”고 덧붙였다.
미국 달러화와 주요 선진국 통화의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이 금, 비트코인 또는 기타 대체 자산에 몰려드는 일명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를 강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란 화폐 가치의 질적 저하에 대비한 투자 전략을 의미한다. 높은 정부부채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달러화 등 기축통화를 대체할 다른 안전자산을 찾아 피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값 랠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8월 잭슨홀 콘퍼런스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하 재개, 즉 중앙은행이 다시 돈을 풀기 시작할 것이라고 신호를 주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는 이 같은 거래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월가를 대표하는 거물 인사로 꼽히는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창업자도 전날 행사에서 투자자와 중앙은행들이 달러화 대신 금을 안전한 피난처로 본다며 "내게는 이게 정말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불안정이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상황은 프랑스, 영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월가에서는 채권시장에 머물던 자금이 작은 비중이라도 귀금속 시장으로 옮겨갈 경우 금값이 추가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이 보유한 미 국채의 1%만 귀금속으로 전환돼도 금 가격이 온스당 5천달러선에 근접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역사적으로 수년간 이어진 금값 랠리에는 늘 가격 폭락이 뒤따랐다며 금 투자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금값 강세 내러티브(서사)가 바뀔 경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1979년 금값 급등 이후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 가격 상승은 1982년 중반 모두 사라졌다"며 최근 금값 랠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IMF와 BOE의 지적에 대해 “국제기구 관료 등이 보낸 경고 중에서 AI가 주도하는 시장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가장 분명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AI 거품론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번 AI 붐은 닷컴버블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은 펫츠닷컴 같은 닷컴버블 시기의 신생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무적으로 훨씬 더 건전하고 자본력이 막강하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관계자들도 AI 버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AI 거품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며 “경제학적으로는 ‘좋은 거품’에 가깝다”고 말했다.
비트코인(Bitcoin, BTC)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13만 달러 돌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ETF 자금 유입과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한 자산 회피) 흐름이 강세 모멘텀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한정돼 있어 희소성이 강력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수요 측면에서도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10월 4일로 끝난 한 주 동안 글로벌 암호화폐 ETF는 59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입했으며, 이 중 미국 ETF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급 환경이라면 13만 달러 돌파는 정상적 가격 변동 범위 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미국 달러의 구매력 하락이 투자자들의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를 촉진하고 있다는 점도 상승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통화 가치 하락은 장기적 인플레이션 우려와 국가 부채 확대 전망과 맞물리며 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골드가 2025년 들어 강세를 보이는 것처럼, 비트코인 역시 ‘희소 자산’이라는 속성이 부각되고 있다. ETF 유입과 디베이스먼트 내러티브가 지속될 경우, 비트코인이 2026년 이전 13만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단기 기술적 목표치가 아니라 글로벌 자금 흐름과 거시경제 요인이 결합된 구조적 상승세로 풀이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의 저자로 유명한 사업가 로버트 기요사키(Robert Kiyosaki)가 다시 한 번 미국 달러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비트코인(Bitcoin, BTC)과 이더리움(Ethereum, ETH)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위기가 1929년 대공황 이후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현금 보유 대신 금, 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실물 및 탈중앙화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요사키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은행에 현금을 두는 것은 가짜 자산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며 미국 달러가 더 이상 신뢰할 만한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무능한 조치”라고 지칭하며, 법정화폐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기요사키는 수년 전부터 금과 은,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언급해왔으며, 최근에는 이더리움을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그는 “이더리움은 단순한 투기성 코인이 아니라 토큰화 자산, 스마트 계약, 기관 참여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인프라”라고 평가했다. 이는 그가 과거 대부분의 알트코인을 부정했던 입장에서 변화한 태도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