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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노린추킨은행, 미국 퍼스트 브랜즈 파산으로 14억 달러 신용 위험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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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노린추킨은행, 미국 퍼스트 브랜즈 파산으로 14억 달러 신용 위험 직면

120억 달러 채권 손실 이어 또 악재…위기관리 능력 도마 위
美 자회사, '담보 중복 제공' 의혹 기업에 거액 금융 제공
일본 노린추킨은행이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의 파산으로 또다시 대규모 금융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120억 달러 채권 손실에 이어, 이번에는 자회사가 '담보 중복 제공' 의혹을 받는 기업에 제공한 14억 달러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에 처하면서 은행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신화통신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노린추킨은행이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의 파산으로 또다시 대규모 금융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120억 달러 채권 손실에 이어, 이번에는 자회사가 '담보 중복 제공' 의혹을 받는 기업에 제공한 14억 달러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에 처하면서 은행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신화통신
120억 달러(약 17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채권 투자 손실의 충격에서 간신히 벗어나려던 일본의 거대 금융기관 노린추킨은행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2025년 9월 미국에서 파산 보호(챕터 11)를 신청한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 그룹' 때문에 자사의 합작회사가 천문학적인 신용 위험에 놓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경영 쇄신을 다짐했던 노력이 무색하게 새로운 악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린추킨은행과 일본의 대표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이 대주주인 합작 리스 회사 'JA 미쓰이 리스'가 최근 파산한 퍼스트 브랜즈 그룹에 발이 묶였다. JA 미쓰이 리스 산하의 미국 법인인 '가쓰미 글로벌'이 퍼스트 브랜즈에 17억 5000만 달러(약 2조 5000억 원) 규모의 무역 금융을 제공했는데, 파산 신청 시점 기준으로 회수하지 못한 매출채권 위험 노출액이 14억 3000만 달러(약 2조 480억 원)에 이른다. 퍼스트 브랜즈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상 부채 총액은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서 500억 달러(약 71조 원)에 이르며, 특히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 부외 부채와 복잡한 매입채권담보 금융 구조가 드러나면서 실제 부채 규모는 예상을 훨씬 웃돌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안은 더욱 복잡한 양상이다. 퍼스트 브랜즈 파산 절차의 하나로 투입된 특별 고문단은 현재 이 회사가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 아마존, 월마트 등으로부터 받을 매출채권을 담보로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으로 자금을 조달했는지 여부를 정밀 조사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퍼스트 브랜즈가 동일 매출채권을 여러 기관에 중복 담보로 제공했다는 의혹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며, 일부 채권은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가쓰미 측 변호인인 찰스 켈리는 지난 10월 1일 텍사스 파산법원에서 "사건이 신속하게 진행돼 대금을 회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회복 청신호' 켜자마자 터진 악재


이번 사태는 '노추'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는 노린추킨은행에겐 뼈아픈 악재다. 은행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 국채 가격 급락으로 보유 채권 가치를 대거 상각 처리하며 1조 8000억 엔(약 17조 원)이라는 기록적인 순손실을 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당국의 위험 점검 대상이 됐고, 자본 확충과 투자 포트폴리오의 보수적 전환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이번 일은 기자재와 무역금융 같은 비은행권 투자에서도 상당한 위험이 숨어 있음을 보여줬다.

은행의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이번 소식에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반 히데야스 분석가는 "이번 사안이 노린추킨은행의 위기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직접 시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평판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채권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본 직후 이런 상당한 규모의 위험 노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시기상 매우 유감스럽다"고 평가했다.

부실 책임론, 모회사 노린추킨·미쓰이로 확산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은 합작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2008년 설립된 JA 미쓰이 리스는 노린추킨은행(지분 43.4%)과 미쓰이물산(42.3%)이 사실상 공동 경영하는 회사다. 특히 현 JA 미쓰이 리스의 시이토 게이토 CEO는 2021년 부임 전 노린추킨은행의 국외 투자 부문 책임자를 역임했을 정도로 양사는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모닝스타의 마이클 마크대드 분석가는 "대주주인 노린추킨은행과 미쓰이물산은 견고한 위기 통제 능력을 갖춘 경영진을 임명할 이사를 선임해야 할 주주의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쓰이 측 이사진 역시 위험 평가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노린추킨은행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업 구조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수익이 낮은 채권자산을 줄이는 대신 담보대출부증권(CLO)과 실물 프로젝트 금융, 수수료 기반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바꾸고 있으며, 일본 농협조합 등으로부터 1조 2000억 엔(약 11조 3700억 원) 규모의 신규 증자 계획을 예고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신용 위험이 농업 금융이나 일본 자금시장을 넘어 국외 기자재대출과 CLO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파산 사태는 보수적으로 전환한 노린추킨은행의 대외 금융 운용 정책을 시험하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신용위험 관리, 자금 회수 능력, 경영진의 위기 감시체계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일본 금융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실질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클 경우, 전 세계 무역금융 구조의 혁신과 규제 강화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