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TSMC·삼성·SK하이닉스 ‘칩 대란’ 초읽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TSMC·삼성·SK하이닉스 ‘칩 대란’ 초읽기

AI 반도체 원료 절반 이상 중국산…수출 허가 지연 시 글로벌 공급망 ‘올스톱’ 우려
반도체 제조 기계 내부의 실리콘 웨이퍼. 사진=TSMC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제조 기계 내부의 실리콘 웨이퍼. 사진=TSMC
중국이 희토류 수출 허가를 의무화해 AI 반도체 핵심 원료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조짐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1TSMC와 한국 반도체 3’가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WCCF테크는 지난 11(현지시간) 중국의 최근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로 AI 반도체 공급망에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118일 발효 예정, 12개 희토류 원소 수출 제한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홀뮴, 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 등 5개 희토류 원소를 새롭게 수출통제 대상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통제 대상 희토류 원소는 총 12개로 늘어났다.

새로운 규정은 오는 118일 발효될 예정이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중국산 희토류나 중국 기술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는 외국 기업들도 중국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최종 제품에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되거나 중국 기술로 제작된 경우 수출 허가 대상이 된다. 특히 14나노미터 이하 로직 칩과 256층 이상 메모리 칩의 설계 및 생산에 사용되는 희토류는 "건별 승인"이 필요하다.

TSMC·삼성·SK하이닉스 공급망 타격 피할 수 없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71% 점유율을 차지하는 대만 TSMC7나노미터 이하 칩 생산에 필요한 소모 재료의 30%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최근 300V-NAND 제조를 위해 중국에서 스퍼터링 재료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 기업들의 공급망 재구성이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 점검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통제 대상에는 사마륨, 디스프로슘, 터븀 등 자성을 강화하는 희토류가 포함됐는데, 이들 원소는 반도체 노광장비와 식각장비 등 정밀 장비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특히 디스프로슘은 영구자석의 고온 내구성을 강화하는 필수 첨가재로 중국이 공급망의 90%를 독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에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돼 있다면 아주 작은 부품이라도 수출 허가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허가 지연으로 생산라인 가동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파급 효과 확산


중국 초상은증권은 연구보고서에서 "희토류 수출통제 정책이 반도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새로운 수준의 규제 강도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의 유일한 제조업체로, 이번 규제 때문에 장비 출하가 수 주간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ASML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희토류를 포함한 제품의 재수출 승인을 요구하는 조항 때문에 특별한 우려가 있다"며 회사가 네덜란드와 미국 동맹국들에게 대안을 모색하도록 로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TY 마케팅의 가오청위안 최고경영자는 "최근 조치는 첨단 칩 생산에 필요한 모든 핵심 소모품, 자성 재료, 처리 알고리즘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공장을 직접 겨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H100 AI 프로세서와 삼성전자 9세대 V-NAND 칩 등의 생산이 1-2분기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70%, 가공 능력의 85-90%를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네하 무케르지 희토류 분석가는 "중국이 가치사슬을 현지화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체 공급망을 가속화하면서 구조 이원화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