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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챗GPT 오픈AI, 엔비디아·AMD와 1조 달러 '순환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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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챗GPT 오픈AI, 엔비디아·AMD와 1조 달러 '순환 거래'

반도체 3사와 수천억 달러 계약망 구축...순환 투자에 'AI 버블' 경고음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사상 최대 인프라 투자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과 1조 달러(약 1430조 원)에 이르는 복잡한 금융 거래망을 구축하고 있다.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사상 최대 인프라 투자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과 1조 달러(약 1430조 원)에 이르는 복잡한 금융 거래망을 구축하고 있다.이미지=GPT4o
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사상 최대 인프라 투자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과 1조 달러(1430조 원)에 이르는 복잡한 금융 거래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11(현지시간) 보도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벤처캐피털 안드레센호로위츠와 팟캐스트에서 "매우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를 할 때가 됐다""이만한 투자를 하려면 업계 전체, 또는 상당 부분이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AMD3000억 달러 칩 거래


오픈AI는 이번 주 반도체 제조사 AMD와 최대 6기가와트(GW) 전력을 필요로 하는 칩 구매 계약을 맺었다. 후버댐 발전용량의 3배다. 업계에선 1GW 컴퓨팅 용량 구축에 통상 약 500억 달러(71조 원) 자본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칩 구매 비용으로 AMD에 지급될 전망이다.

다만 오픈AI는 첫 1GW만 확정 주문했으며, 이번 거래나 다른 대형 투자 계획이 실제로 얼마나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이 계약엔 AMD가 오픈AI에 자사 주식의 약 10%360억 달러(51조 원) 규모를 제공하는 파격 조건이 포함됐다.

지난달엔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143조 원)10회에 걸쳐 지분 투자하는 예비합의에 도달했다. 각 투자는 오픈AI1GW 엔비디아 칩을 주문하는 것과 연결돼 있다. 오픈AI는 또 오라클과 5년간 3000억 달러(429조 원) 데이터센터 용량 구매 계약도 확정했다.

오라클 주가는 AI 사업 확대 소식에 36% 급등했으나 이후 상승분의 3분의 1을 반납했다. 미국 회계 기준상 기업들은 취소할 수 없는 계약에서 예상되는 미래 수익만 '잔여 이행 의무'로 보고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픈AI 서비스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거나 양측이 재협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FT 분석이다.

닷컴 버블 닮은 순환 거래


이 같은 대형 거래들은 AI 업계에 새로운 금융 상호 의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과 아마존은 AI 모델 개발사 앤트로픽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앤트로픽은 이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고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130억 달러(18조 원)를 투자했으며, 오픈AI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고객이자 사업 파트너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 람다랩스 등 자사 고객인 차세대 AI 인프라 기업들에 투자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피츠제럴드 전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은 "엔비디아는 'AI의 중앙은행'이 됐으며 최후 대부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업체한테서 지분을 받고 그 돈으로 추가 차입을 뒷받침하면서 AI 붐이 복잡한 금융공학에 기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버그핀커스의 빌 재너웨이 전 회장은 이런 순환 거래가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가 신생 인터넷 미디어 회사에 광고비를 내고, 미디어 회사는 그 소프트웨어를 사는 식으로 양측 모두 수요가 강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가장 비슷한 사례는 1990년대 루슨트와 노텔 같은 통신장비 업체들이 고객에게 장비 구매 자금을 빌려줬다가 업계에 파산 물결이 몰아치면서 손실을 떠안은 일이라고 FT는 전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이번 AI 붐이 1990년대 통신 버블과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벤처투자사 씨어리벤처스의 토마시 툰구즈는 "AI 기업들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돈다고 보고한다""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설비를 지은 1990년대 통신 버블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부채 확대로 시스템 위험 커져


더 큰 우려는 AI 인프라 구축에 부채 활용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재너웨이 전 회장은 "현금흐름이 순환하는 것 자체는 부채로 조달되지 않는 한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진짜 파괴는 돈을 빌린 기업이 파산하고 갚을 수 없을 때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xAI200억 달러(28조 원) 자금 조달의 하나로 125억 달러(17조 원) 부채 조달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오라클도 지난달 데이터센터 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시장에서 180억 달러(25조 원)를 끌어왔다.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에 흔히 쓰이는 방식은 대규모 프라이빗 크레딧으로 뒷받침되는 특수목적회사(SPV) 설립이다. 벤처투자자 툰구즈는 "이런 프라이빗 크레딧 거래는 들여다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너웨이 전 회장은 "이런 대출은 레버리지가 높고 은행에서 한 단계 떨어져 있다""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부채 부담을 감당할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손실이 은행 시스템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업계 상호 의존도 심화로 한 기업 부진이 연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최근 분기 매출의 46%4개 고객에서, 7월 말 매출채권의 56%3개 고객에서 거뒀다. 다만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짐 티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5~6개 경쟁자가 있어 AI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오픈AI가 투자를 줄이면 다른 AI 대기업들이 기회로 보고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연 매출이 130억 달러(18조 원)인 상황에서 1조 달러 투자 계획을 두고 나오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이번 주 "우리 앞에 놓인 연구 로드맵을 이보다 더 확신한 적이 없다""이 모델들을 쓰면 나올 가치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가 말한 투자 수익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AI 모델과 내년 하반기에야 나올 차세대 칩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