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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미국 전기차 산업 투자 한파 우려…조지아 합작공장 단속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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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미국 전기차 산업 투자 한파 우려…조지아 합작공장 단속 후폭풍

한국인 기술자 추방에 배터리 공장 2개월 지연, 트럼프 이민 단속에 76억 달러 투자 차질
전문가 "트럼프 정부 혼선에 외국 기업 투자 위축, 회복 불가능한 손상, 외국 기업 투자 위축"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이 미국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이 미국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GPT4o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이 미국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IEEE 스펙트럼이 지난 8(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조지아주 현대차 메타플랜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민 단속 탓에 배터리 공장 개장이 최소 2개월 지연됐고 미국 전기차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475명 체포·추방…"미국은 안전한 일터 아냐"


지난달 4,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은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차 메타플랜트를 급습했다. 사바나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 초대형 시설에서 약 475명이 체포됐고,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 계약직 근로자였다.

체포된 근로자들은 수갑과 족쇄에 묶인 채 연행됐다. 이들은 메타플랜트 부지 안 배터리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포함한 동료들을 가르치던 임시 근로자들이었다. 일주일 동안 구금된 뒤 한미 양국 정부 간 긴박한 협상을 거쳐, 이들은 한국 정부가 전세기를 띄워 본국으로 송환했다. 한국 정부는 구금 기간 중 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은 안전한 일터가 아니다."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 중 한 명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9와 소형 아이오닉5의 생산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소유한 배터리 공장의 개장은 최소 2개월 이상 미뤄졌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일으키려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의 엇갈린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들에게 미국 안에서 제품을 만들라고 요구하면서 관세와 강경책으로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이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제조업체와 소비자에게 파격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당근과 채찍 방식과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와 대부분의 친환경 정책에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야심찬 오염과 연비 규제를 뒤집고,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주정부들의 독자 온실가스 기준 설정 권한을 빼앗으려 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행정부 요청에 따라 지난달 30일 종료된 7500달러(1065만 원) 규모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없앴다. 이 세금 혜택은 현대차가 메타플랜트 건설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고, 수십만 미국인들이 더 싸게 전기차를 살 수 있도록 도왔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 선임고문을 지낸 베토니 존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공장을 극찬했지만, 2주도 안 돼 급습했다""혼란스러운 상황이고, 외국 투자자들에게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 기업과 근로자들을 "겁먹게" 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부 한국인들은 미국 미시간주와 텍사스, 폴란드, 인도네시아, 중동 등 전 세계에서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공장 건설을 도운 경력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과 그들의 직원들을 환영하며, 기꺼이 그들로부터 배우고 머지않아 그들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렸다.

백악관 쿠시 데사이 부대변인은 IEEE 스펙트럼 질문에 "대통령은 규제를 대폭 줄이고 기술 전문가들을 데려와 시설을 세우고 미국 근로자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해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기업을 돕겠다"고 답했다. 그는 "자동차부터 제약, 기술 분야 업계 리더들이 백악관에 친구이자 동맹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미국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비자 정책 둘러싼 논란 재점화


조지아에서 많은 계약직 근로자들은 6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상용 여행용 B-1 비자나 최대 90일 머물 수 있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비자 규정을 느슨하게 해석해 왔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6년 머물 수 있는 H-1B 비자가 비싸고 숫자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한국 기업들은 첨단 공장에 충분한 전문 인력을 데려오기 위한 단기 비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가디언지는 "역대 미국 행정부들이 비자 남용에 대체로 눈감아 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인기 있는 H-1B 비자에 10만 달러(14200만 원)를 부과하는 새 정책 때문에 비판받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것이 역효과를 낼 것이며, 감당하기 어렵고 잠재적으로 불법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지아에서는 일부 지역 노조 근로자들이 배터리 공장 일자리에서 부당하게 배제됐다고 말했다.

존스는 "그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던 일 중 일부를 할 준비가 되어 있고 기꺼이 하려고 했다""그렇다면 지식 이전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어떻게 외국인 근로자에서 바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히 전문화된 기술을 가진 미국 인력을 가르칠 것인가"라고 물었다.

"투자 불확실성으로 회복 불가능한 손상"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ICE 단속이 기업들로 하여금 미국 안에 공장 짓기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오는 2028년까지 미국 안에서 총 210억 달러(29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8월에는 이를 260억 달러(36조 원)로 더욱 늘렸다.

논란이 된 이번 단속은 전기차 산업에 어려운 시기에 벌어졌다. 소비자 수요 둔화와 원자재 및 수입차에 대한 가파른 관세 탓에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계획을 줄이고 휘발유 차량과 하이브리드로 다시 방향을 틀고 있다.

존스는 이번 단속이 노동과 제조업의 익숙한 갈등선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작업장 안전, 외국인 근로자의 알맞은 역할과 관련된 문제들이 포함됐다. 또한, 외국 제조업체들이 미국 남부에 공장을 짓는 경향도 드러났는데, 이들 지역에서는 노조 없이 종종 더 낮은 임금으로 운영할 수 있다. 현대차 단지 인근 TV 방송국 WTOC는 공장의 열악한 안전 상태와 불법 노동에 대한 탐사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법 집행 기관에 따르면 최소 3명의 근로자가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현대차는 메타플랜트의 배터리 부문과 거리를 두려 했고, 외국인 계약직 근로자들이 자동차 제조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모두 이번 단속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작했고, 작업장 안전을 포함한 모든 법규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통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차 생산으로 방향을 틀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GM은 오하이오와 테네시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공장을 지어 얼티엄셀이라는 새로운 배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공장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부딪혔다. 디트로이트의 '팩토리 제로'에서는 지게차가 로봇으로 조립한 배터리 더미를 뚫어 불이 나고 하루 동안 생산이 멈추는 사고도 일어났다.

디트로이트 공장은 미국 자동차 산업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완전 자동화 조립 라인을 키우려는 첫 시도였다. GM은 배터리와 조립 문제를 해결하려고 밖에서 배터리 컨설턴트와 임원들을 불러들였고, 결국 전 테슬라 배터리 책임자 커트 켈티를 배터리 사업 총괄로 고용했다. 성과가 있었다. 고통스러운 성장통을 겪은 뒤 GM은 얼티엄 배터리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현재 자동차 제조업체 중 미국 최대 리튬이온 전지 생산업체다.

존스는 외국이든 국내든 제조업체들이 단순히 확실성과 분명한 정책 방향을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고, 그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힌 부분"이라며 "ICE 단속은 그저 마지막 한 방이다. 앞으로 누가 우리를 믿겠는가"라고 물었다.

현대차 메타플랜트는 76억 달러(107900억 원) 규모의 자동화 시설로,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공공 지원 사업이다. 브라이언 켐프 공화당 주지사는 이 메타플랜트를 조지아를 "미국 전기 모빌리티 수도"로 만들려는 계획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공장은 완전 가동 때 연간 50만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