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조 원 중국 리스금융 선박 '소유권 판정' 대혼란…서방 선사들 재융자 러시

1만3000TEU급 선박, 연 최대 650억 원 부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마련한 새 수수료 체계는 두 단계로 나뉜다. 중국 기업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면서 중국에서 만든 선박은 순톤당 50달러(약 7만 원)를 내야 한다. 중국에서 만들었지만, 중국 기업 소유가 아닌 선박은 순톤당 18달러(약 2만 5000원) 또는 컨테이너당 120달러(약 17만 원) 가운데 높은 금액을 물린다.
미국 법무법인 시워드앤키셀의 브라이언 말로니 파트너는 CNBC에 "순톤수 6만 5000톤급인 1만 3000TEU(20피트 컨테이너 환산 단위) 규모 중국원양운수(COSCO) 컨테이너선은 1회 입항 때마다 325만 달러(약 46억 4700만 원)를 내야 한다"며 "만선 기준으로 TEU당 약 250달러(약 35만 원)다. 연간 최대 5회 부과되므로 모두 1625만 달러(약 232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수수료는 2028년까지 단계별로 오른다. 말로니 파트너는 "2028년에는 같은 선박이 1회당 910만 달러(약 130억 원), 연간 최대 4550만 달러(약 650억 원)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143조 원 리스 선박, '중국 소유' 판정 우려
혼란의 핵심은 선박 금융 구조다. 해운금융 전문가 제임스 라이트본(캐벌리어쉬핑)은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 리스금융회사들이 전 세계 선박금융 시장 15% 이상인 약 1000억 달러(약 143조 원) 규모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본은 "혼란이 현 업계가 다가오는 USTR 수수료를 바라보는 인식을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이라며 "중국 소유 지분이 전혀 없고 중국에서 만들지 않은 선박을 보유한 서방 선사들도 중국 리스금융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재융자나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로니 파트너는 "USTR 규정에 선박금융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면제되는 게 아니다"며 "명확성이 부족해 우리 고객들은 모든 선박금융 계약을 다시 검토하고 중국 금융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USTR은 이번 혼란을 해소하는 수정안을 낼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지침도 내놓지 않았다고 CNBC는 전했다.
수수료는 선박이 입항하기 전에 내야 하며, 선사는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 양식 1300에 선박 '소유자'를 신고해야 한다. 라이트본은 "수수료 납부 여부를 판단하는 책임은 CBP가 아니라 선사에 있다"며 "중국 리스금융에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일본 선사들 본사 이전·재융자 나서
일부 선사들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그리스 오케아니스에코탱커스는 올해 초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3척에 대한 중국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중국계가 아닌 은행과 1억 9500만 달러(약 2788억 원) 규모 새 금융으로 바꿨다고 CNBC는 전했다.
씨스팬은 최근 본사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겼으며, 선박 선적도 싱가포르로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핀뱅크리서치의 테드 페트로풀로스 대표는 CNBC와 공유한 자료에서 중국 리스 포트폴리오를 1480억 달러(약 211조 원)로 추정했다. 그는 일본 스미토모미쓰이트러스트은행 선박금융 부문이 중국 기반 사업 감소로 싱가포르 진출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본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3년 남은 상황에서 5년 이상 비싼 금융을 약정하는 것은 나중에 어리석은 결정으로 보일 수 있다"며 "선사들은 수수료 지속 기간 불확실성 때문에 기회를 보며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본은 "선주가 중국 밖에서 더 좋거나 비슷한 금융 조건을 얻을 수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더 높은 이자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면 명확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보복 수수료" 부과…10대 선사 중 절반 타격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미국 선적 선박에 보복 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 9월 중국 선박에 차별 조치를 하는 나라 선박에 보복 수수료를 물리거나 입항을 거부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선적 선사들은 중국 규정 문구를 보며 앞으로 선박이 아예 차단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운 컨설팅업체 알파라이너는 이번 조치로 세계 10대 선사가 내년에 32억 달러(약 4조 5700억 원) 비용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중국 경제매체 이차이글로벌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COSCO와 오리엔트오버시즈컨테이너라인(OOCL)을 운영하는 중국원양해운이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COSCO를 포함한 중국 선사들은 운임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바오센선탑물류그룹의 왕즈총 마케팅이사는 이차이글로벌에 "선주들과 업계 동료들과 협의했지만, 미국 입항료 때문에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한 곳은 없다"며 "화물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운영 최적화를 통해 비용을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시장선 "장기 영향 제한" 평가
중국 조선업계는 영향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정보 플랫폼 신더마린뉴스의 천양 대표는 이차이글로벌에 "이 정책은 중국 해운·조선업이 효율성, 기술 투자, 강력한 공급망 역량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로는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가오차오조선 고위 임원은 이차이글로벌에 "입항료는 중국에서 만든 선박뿐 아니라 특히 중국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을 겨냥한 것"이라며 "선주 국적과 관계없이 주로 미국 항로 선박에 영향을 미치며 항로 배치의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와이가오차오조선 주문이 2029년까지 밀려 있으며 주로 아시아와 유럽 고객에서 나왔고 미국 고객 주문은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해운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조선 시장 40% 이상을 차지하며, 한국과 일본을 크게 앞선다. CNBC에 따르면 중국·한국·일본 3개국이 전 세계 선박 90%를 만들며, 이 가운데 중국이 62%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해운분석업체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해운분석가는 CNBC에 "중국산 선박 가격표는 약 2억 9500만 달러(약 4218억 원)로 추정된다"며 "선박 크기와 종류에 따라 미국산 선박은 약 2~4배 더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