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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경제학자들 10번 중 2번만 맞췄다"... 트럼프 관세정책 설계자 폭탄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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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경제학자들 10번 중 2번만 맞췄다"... 트럼프 관세정책 설계자 폭탄발언

라이트하이저 전 USTR대표 "중국과 2단계 협상 애초 없었다... 자유무역 신학은 어리석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에서 대중국 관세전쟁을 설계하고 주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에서 대중국 관세전쟁을 설계하고 주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에서 대중국 관세전쟁을 설계하고 주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트럼프 2기 관세정책을 옹호하며 경제학자들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정면 반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0(현지시간) 보도한 라이트하이저 인터뷰에서 그는 "경제학자들은 모든 것에서 틀렸다""지난 두 번 경기침체 가운데 10번을 예측했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이들의 연구는 모두 헛소리"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불참, 영향력 여전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무역협정을 전면 재협상하고 중국과 유럽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며 세계무역기구(WTO)를 공격했던 핵심 인물이다. 그는 워싱턴DC 조지타운의 카페 밀라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여전히 때때로 나한테 전화한다"면서도 "두 번 할 가치가 있는 직책은 단 하나뿐인데,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다"2기 행정부 참여를 거부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그는 시티그룹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나는 월가 사람이 아니다. ()월가 사람"이라며 "내가 하는 일은 그들한테 내 생각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싱가포르, 두바이, 멕시코시티, 런던, 파리, 스톡홀름, 오슬로 등을 오가며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무역적자는 부의 이전... 제조업 해외이전 비난받아야"


라이트하이저는 미국 무역 문제를 보는 자신의 진단이 이제 워싱턴 주류 생각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유무역 신학을 어리석게 신봉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수십 년간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고 제조업을 해외로 옮기는 것에 보상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2000년대 초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가속화됐다""미국은 이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사고 수입한다"고 지적했다. 라이트하이저는 "미국 무역적자는 미국인들한테서 외국으로 부를 옮겨가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일자리를 중국으로 옮겨 돈을 더 벌려고 했던 최고경영자(CEO)들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무역적자 원인을 무역정책보다는 거시경제 요인에서 찾고 있다. FT는 미국의 낮은 저축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지위, 외국의 대미(對美) 자본 유입 등이 복합 작용한다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관세 인플레이션은 헛소리... 경제학자들 겸손해져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9개월간 전 세계 무역 시스템에 관세 쓰나미를 일으킨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라이트하이저는 "막대한 무역적자는 심각한 문제"라며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고, 목표는 무역이 더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관세가 미국인들 물가를 올리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에는 격렬히 반박했다. 그는 "우리 물가는 너무 높지만, 트럼프 임기 중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아직은 그렇다"고 지적하자 그는 흥분하며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연구'는 모두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라이트하이저는 "이들은 마치 동정녀 탄생을 해석하는 추기경단 같다""경제학자들은 모든 것에서 틀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이들은 지난 두 번 경기침체 중 10번을 예측했고,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도 온갖 얘기를 했지만 이런 일들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어느 시점에서는 겸손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세 때문에 기업들이 공급망을 옮기고 미국에 새 제조업 일자리가 생긴다 해도 트럼프 임기 중에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라이트하이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어떤 민주당원도 다시는 자유무역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고 제조업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신호가 보이면, 다음 선거에서 아무도 자유무역을 주장하며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포괄적 무역합의는 불가능... 2단계 협상 애초 없었다"


중국과 무역전쟁 향방에 관해 라이트하이저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1기 때 이끌었던 협상이 결국 '1단계' 무역합의로 끝난 것과 관련해 "2단계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생각엔 미국과 중국 사이 문제를 해결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터무니없다""공산주의 전체 개념은 세계를 장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방위산업체들의 중국 의존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라이트하이저는 "그들은 한 세대 동안 이렇게 해왔다""이들이 그렇게 한 유일한 이유는 CEO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방위산업체를 고용해 미국을 지키게 했는데, 정작 그 업체가 중국(미국의 적대국)한테서 핵심 부품을 사다 쓰면서 미국을 방어한다는 것은 너무나 심각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소득불평등 반대는 애국심... 정치 지형 우리 쪽으로 이동"


관세정책이 민주·공화 양당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 관해 라이트하이저는 "오버튼 윈도(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의견 범위)가 우리 쪽으로 크게 이동해 8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 이제는 '괜찮다, 이해한다'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나는 소득불평등에 반대한다"고 말해 온건 민주당원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받았다. 라이트하이저는 "나는 전혀 좌파가 아니다. 나는 보수주의자"라며 놀라워했다. 부의 불평등과 노동자 계층이 부유층과 똑같은 기회를 갖는 것을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는 재차 질문에 그는 "그건 그냥 애국심"이라며 "그건 경제 민족주의"라고 반박했다.

트럼프에 관해서는 "나는 그를 사람으로 정말 좋아한다""나는 거침없고 솔직한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그는 내 분야에서 매우 대담한 일들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람들이 '그는 거짓말쟁이'라고 하는데, 나는 '아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그는 생각과 말 사이에서 역사상 가장 정직한 사람이다. 그한테는 교활한 면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FT는 이는 트럼프 연설에서 거짓 주장을 찾아내려고 미국 언론사들이 배치한 팩트체커들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