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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중국'에 머물러야 해외 경쟁력 확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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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중국'에 머물러야 해외 경쟁력 확보 가능

중국 내 외국 브랜드 점유율 5년 만에 60%에서 35%로 급감… 철수 압력 고조
"중국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부트 캠프"… 현지화 통한 혁신만이 살 길
닛산 N7 전기 세단이 2025년 4월 23일 상하이에서 열린 오토 상하이 쇼 미디어 데이 기간 동안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스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닛산 N7 전기 세단이 2025년 4월 23일 상하이에서 열린 오토 상하이 쇼 미디어 데이 기간 동안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스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국제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중국 시장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으로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의 플레이어들이 몰려들었고,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 법인이라는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 5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고 1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국제 브랜드는 중국 경차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했지만, 작년에는 점유율이 약 35%로 급감했다. 나머지 시장은 Chery, Geely 같은 민간 신생 기업과 Xpeng, Nio, BYD, Li Auto 같은 첨단 전기차(EV) 스타트업 등 국내 브랜드가 장악했다.

이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잔류해야 할 것인가, 떠나야 할 것인가?"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실제로 스즈키, 미쓰비시, 르노, 지프, 피아트 등 많은 브랜드가 이미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닛산과 혼다 같은 일부 기업은 중국 생산을 줄이고 있으며, 제너럴 모터스(GM)는 활용도가 낮은 중국 공장을 수출을 위한 거점으로 개조하고 있다.
처음부터 외국 기업들은 15%의 관세와 2022년까지 현지 제조업체와의 합작 법인 설립 의무화 등 중국 정부의 정책적 제약을 받아왔다. 이러한 합작 기업들은 민첩한 산업 혁신가라기보다는 현지 고용을 보장하는 국가 지원 거대 기업에 가까웠고, 결국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민간 및 첨단 EV 스타트업에 추월당했다.

중국 국내 브랜드는 세계 최대의 EV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을 비롯해 바이두(Baidu) 및 샤오미(Xiaomi)와 같은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참여하는 강력한 생태계에 힘입어 성장했다. 이들은 자율 주행, 연결성, 전기화 및 인공지능 분야에서 지역 자동차 부문과 상호 협력하며 시너지를 냈다.

중국 소비자들 또한 애국심뿐만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요구에 더 잘 맞는 현지 브랜드에 매료되어 새로운 국내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맹공격 속에서 테슬라(Tesla)와 같은 외국 인기 브랜드조차도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

그러나 오토모티브 뉴스의 아시아 편집자 한스 그라이멜(Hans Greimel)은 "글로벌 유지를 원하는 국제 제조업체는 다시 한번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중국 브랜드가 이미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결국 미국 시장에도 상륙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 항복하는 것은 큰 위험을 수반하며, 중국 브랜드가 결국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올 때 기존 브랜드는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랜 중국 관찰자이자 Dunne Insights의 CEO인 마이클 던(Michael Dunne)은 중국을 "대규모 지진과 파괴적인 쓰나미"에 비유하며, 현재 보호받는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존 브랜드가 중국의 저비용 경쟁에서 아직 완전한 충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라이멜은 "중국에 머물렀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엄청난 교훈을 바탕으로 가장 잘 준비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닛산과 GM은 처음에는 해외 고객을 위해 설계된 EV를 중국 소비자에게 판매하려 했으나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이들은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전략을 수정했다. 이제 닛산과 GM은 중국 엔지니어가 중국 고객을 위해 현지에서 설계한 EV를 출시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조정된 전략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이후 중국 판매량이 절반 이상 감소했던 닛산은 올해 현지에서 개발한 순수 전기 세단을 출시한 후 판매 감소 추세가 역전되는 '기적'을 경험했다.

GM도 뷰익 일렉트라(Buick Electra) 하위 브랜드를 위해 현지에서 설계된 새로운 EV 플랫폼으로 동일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도요타(Toyota) 또한 중국에서 개발한 전기 소형 크로스오버로 성공을 거두었다. 아우디, 르노, 폭스바겐, 포드 등 수많은 다른 기업들도 이러한 현지화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신제품들은 현지 전문 지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하고 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시장에 출시되며, 일부 외국 기업들은 현재 20개월 이내에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수년의 리드 타임보다 훨씬 빠르다.

일부 기업은 중국에서 영감을 받은 이러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품을 구축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처음에 "중국을 위한 중국"이라고 불렸던 이 접근 방식은 결국 "세계를 위한 중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처음 중국에 상륙했을 때는 중국 경쟁업체에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들이 '마스터'가 되어 오래된 '금속 벤더'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다.

그라이멜은 이러한 기술 역이전이 국제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장기적인 만병통치약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똑똑한 레거시 브랜드는 계속해서 싸우기로 선택할 것"이라며, "결국 중국에서 중국 라이벌과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면 어디서든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시장이 단순한 거대 소비 시장을 넘어, 미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치열한 격전지이자 학습의 장'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