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국경절서 다층 방어체계 공식화
존 노 美 차관보 지명자 "중국군 사상 최대 증강" 경고
존 노 美 차관보 지명자 "중국군 사상 최대 증강" 경고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대만 라이칭더 총통이 국경절 연설에서 T-Dome 건설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했으며, 같은 날 열린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존 노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국방부 차관보 지명자가 대만에 대폭 국방비 증액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신형 방공체계 'T-Dome' 구축 선언
라이 총통은 지난 10일 타이베이 총통부 청사 앞에서 열린 대만 국경절(쌍십절) 114주년 기념 국가 연설에서 "다층 방어, 고도 탐지, 효과 있는 요격을 갖춘 엄격한 방공체계를 구축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T-Dome 건설을 공식 천명했다. 라이 총통이 이 체계를 처음 공개 언급한 것이다.
T-Dome은 'Taiwan Dome(대만의 돔)'의 약자로, 대만 전역을 둥근 지붕처럼 보호하는 다층 방공망을 뜻한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철의 돔)'처럼 적의 미사일과 드론을 여러 단계에서 탐지하고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낮은 고도부터 높은 고도까지 각기 다른 무기로 막아내는 방식이다.
다만 라이 총통은 T-Dome의 구체 사양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현재 대만의 방공체계는 주로 미국산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대만산 톈궁(天弓) 미사일로 이루어져 있다.
라이 총통은 "첨단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합해 스마트 국방 전투체계를 구축하고, 비대칭 전략의 효과 있는 억지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국방비 GDP 3% 넘어 5% 목표...2027년 중국 침공 대비
라이 총통은 대만의 국방비 증액 약속도 재확인했다. 그는 "2026년에 GDP의 3%를 넘어서고 2030년까지 5%에 이르겠다"며 "이는 적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분명한 필요이자 방위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대만은 지난 7월 해마다 실시하는 한광(漢光) 군사훈련에서 처음으로 2027년 일어날 수 있는 중국의 침공 상황을 대비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에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 총통은 "중국은 대만해협 양안의 현상을 바꾸려는 무력 사용이나 강압을 포기해야 한다"며 "오늘날 세계에서 권위주의가 계속 확장하고 국제 질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美 "대만, 국방비 GDP 10%까지 증액해야"
미국은 대만에 훨씬 더 대폭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다. 존 노 지명자는 지난 10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미시시피)이 대만의 무기 조달 비용 부담과 관련해 질문하자 "대만은 자기 몫을 다하고 비용을 내야 할 뿐 아니라 국방비를 GDP의 약 10%까지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대만이 세운 장기 목표인 GDP의 5%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대만은 2027년에 GDP의 3.22%를 국방비로 쓸 예정이다.
노 지명자는 "대만은 훈련, 동원, 민군 통합, 기반시설 강화, 사이버 보안 관행 강화 따위 상당한 개혁을 해야 한다"며 "무기 부문 말고도 대만이 있을지 모를 침공 상황에 대비해 시급히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을 지원하려고 대외군사판매(FMS)부터 대통령철수권한(PDA), 대만안보협력이니셔티브(TSCI)까지 "여러 도구"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군 '사상 최대·최속' 군비 증강...섬 연결 전략 강화
노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중국 군사력의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정말 역사에 없던,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겪고 있다"며 "이는 역사상 가장 빠른 군사력 증강이자 제2차 세계대전 뒤 최대 규모이며, 재래식과 핵, 사이버와 우주 능력을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릭 스콧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이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미국의 적인지 묻자, 노 지명자는 "전례 없는 군사력 성장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행동을 보면 그 행동이 스스로 말해준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 1940년대 중국과 옛 소련의 해양 야심을 억제하려고 만든 '제1·제2 섬 연결'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제1 섬 연결은 쿠릴 열도, 일본 열도, 오키나와, 필리핀 북부, 말레이 반도, 대만으로 이루어지며, 제2 섬 연결은 일본에서 괌과 미크로네시아까지 뻗어 있다.
노 지명자는 "서태평양의 제1 섬 연결, 제2 섬 연결에서 앞으로 배치하는 믿을 수 있는 병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과 맺은 중요한 동맹과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 속 AUKUS 재검토
노 지명자는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AUKUS(오커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과 완전히 맞는지 확인하려고 AUKUS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잠수함 산업 기반은 해마다 1.2척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만드는데, 이 숫자는 2.33척까지 올라가야 미국의 요구를 모두 채우고 AUKUS 제1기둥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며 "호주의 기여 말고도 미국 쪽에서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토는 올 가을까지 마칠 예정이다.
AUKUS 제1기둥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넘겨주고 함께 만드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2030년대 중반까지 호주에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5척을 팔기로 했다. 핵잠수함은 연료를 보급하지 않고도 몇 달 동안 물속에 있을 수 있어 중국 해군을 견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한편 대만 국방부는 지난 10일 아침 24시간 동안 중국 군용기 8대와 해군 함정 9척이 대만 인근에서 포착됐으며, 이 가운데 4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어왔다고 보고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라이 총통의 국방비 증액 약속과 지역 평화 유지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일상 연설이 어떤 형태로든 강압이나 군사 행동을 벌이는 구실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