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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뉴질랜드, 2050년 가축 메탄 감축 목표 14~24%로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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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뉴질랜드, 2050년 가축 메탄 감축 목표 14~24%로 하향

농업계 현실 반영…'메탄세' 도입 않고 기술 개발에 4억 뉴질랜드 달러 투자
환경단체 "기후 대응 후퇴" 비판 속, 정부 "생산성 저하 없는 감축" 강조
뉴질랜드 정부가 농업계 현실을 반영해 2050년 가축 메탄 배출량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메탄세' 대신 기술 개발로 생산성 저하 없는 감축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기후 대응 후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뉴질랜드 정부가 농업계 현실을 반영해 2050년 가축 메탄 배출량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메탄세' 대신 기술 개발로 생산성 저하 없는 감축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기후 대응 후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기후변화 대응 흐름 속에서, 주요 농축산업 국가인 뉴질랜드가 현실의 고충과 미래 비전 사이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렸다. 뉴질랜드 정부가 국가 경제의 바탕인 축산업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감축 목표치를 큰 폭으로 낮추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대의와 자국 핵심 산업 보호라는 현실 과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고심의 결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농업부 토드 맥클레이 장관, 기후변화부 사이먼 와츠 장관, 생물보안부 앤드루 호가드 장관은 12일(현지시각) 공동 성명을 내어, 가축과 다른 농업 부문에서 나오는 메탄의 2050년 장기 감축 목표를 2017년 수준에 견줘 14~24%로 고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세웠던 24~47% 감축이라는 야심 찬 목표에서 상당히 물러선 수치다. 다만 2030년까지 10%를 줄인다는 단기 목표는 그대로 유지한다. 내각의 공식 승인을 거친 이번 결정은 독립 과학 평가 보고서인 '메탄 과학 검토'의 권고와 산업계와 주요 무역 상대국의 의견을 종합해 반영한 결과다.

이번 목표 조정의 배경에는 뉴질랜드가 처한 독특한 산업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뉴질랜드는 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절반이 농업 부문, 특히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이 내뿜는 메탄가스에서 나온다. 따라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려는 국가 목표에서 농업 부문의 배출량 감축은 피할 수 없는 가장 큰 과제다. 하지만 동시에 농축산업은 뉴질랜드의 핵심 수출 산업이자 경제의 버팀목이다. 지나치게 서두르는 감축 목표는 곧바로 산업 경쟁력 약화와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메탄세' 대신 '기술 혁신'…균형점 찾기 나선 정부


정부는 이번 결정이 식량 생산과 수출을 보호하면서도 농업 부문의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균형 잡힌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맥클레이 장관은 "정부가 식량 생산을 보호하면서도 뉴질랜드의 농업 배출량을 상당히 줄이는 실질 목표에 합의하려고 여러 조언을 받아들이고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히며, 이번 결정이 폭넓은 사회 합의의 결과물임을 내비쳤다.

정부의 이런 정책 전환은 뉴질랜드의 전체 기후 목표 달성 전망이 밝은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5개년 단기 목표와 장기 기후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실제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총배출량 전망치는 3억 50만 5000 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국가 배출 예산인 3억 500만 톤을 밑돌 전망이다. 이는 다른 산업 부문에서 감축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농업 부문에 더 현실적인 감축 속도를 적용할 정책적 여유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규제가 아닌 기술 혁신과 지원책이다. 정부는 농업 부문 메탄에 세금을 매기는 '메탄세' 도입 가능성을 명확히 배제했다. 그 대신 산업계와 협력 관계, 가공업체에 대한 지원책 제공, 그리고 기술 개발을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메탄 감축 기술 개발과 현장 보급에 4억 뉴질랜드 달러(약 3283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약속하며 구체적인 기술 청사진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메탄을 적게 배출하는 가축을 골라 키우는 '저메탄 품종' 개발(예: ‘쿨 쉽(Cool Sheep)’ 프로그램) △가축의 메탄 생성을 막는 백신과 사료 첨가제 상용화 △사료 관리 개선 등 농장 운영 효율을 높여 '저탄소 경영'을 넓히는 일 등이 들어있다. 첫 신기술은 2026년부터 농가에 도입될 예정이며, 2030년까지는 최대 11개 관련 기술이 쓰일 전망이다. 와츠 장관은 "신기술 덕분에 농업 부문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도 배출량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심 해법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나아가 정부는 앞으로 국제 기후 협약에서 단기 체류성 기체인 메탄을 이산화탄소 같은 장기 체류성 온실가스와 따로 관리하는 '타겟 이원화(split gas target)' 정책을 유지하며, 파리협정과 무역 상대국 정책과의 조율도 계속할 계획이다. 이는 메탄의 특성을 헤아린, 더 과학에 맞고 합리적인 규제 체계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농민들이 스스로 배출량을 추적하고 관리하도록 돕는 '농장 내 배출량 계산기'를 '애그 매터스'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등 실질 지원책도 함께 편다.

엇갈린 반응…환경단체 '후퇴' vs 농업계 '환영'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환경 단체들은 "과학 증거와 국제 감축 추세에 거스르는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효과가 뚜렷한 메탄세 같은 정책 대신 불확실성이 큰 기술 개발에만 기대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농업계와 보수 진영에서는 "과학에 바탕을 둔 유연한 목표 설정이자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번에 고친 목표가 최종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2040년에 메탄 감축 목표를 다시 살펴, 최신 과학 증거와 주요 교역 상대국들의 정책 방향과 발을 맞출 계획이다. 뉴질랜드의 이번 결정은 세계 여러 농축산업 국가들에게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현실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 나갈지에 대한 중요한 본보기이자, 앞으로 기술 혁신이 정책 목표 달성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