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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구글, AI 시대 맞아 데이터센터 패러다임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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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구글, AI 시대 맞아 데이터센터 패러다임 재정의

AI 연산량 18개월간 50배 폭증…기존 방식으론 한계 봉착
'AI 하이퍼컴퓨터' OCP 통해 개방…전력·냉각·보안 표준화 추진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지능 혁명'의 시대가 열렸다. AI 기술이 모든 산업 분야로 퍼지며 인류의 삶을 바꾸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 시설인 데이터센터는 전에 없던 도전에 마주했다. 기존의 굳어있는 데이터센터 구조로는 AI 작업량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심한 변동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러한 흐름 전환의 중요한 길목에서, 구글이 'AI처럼 스스로 적응하는 데이터센터', 곧 '적응형 데이터센터' 구축을 선언하며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구글은 개방형 하드웨어 공동체인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CP)'와 손잡고 '민첩하고 대체 가능한 데이터센터' 표준화를 위한 새로운 작업 그룹의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데이터센터가 더는 고정된 시설이 아닌, 유연한 AI 친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구글의 비전을 담고 있다.

구글이 데이터센터의 근본 혁신에 나선 배경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AI의 성장 속도가 있다. 구글의 파르타 랑가나탄 부사장 겸 엔지니어링 펠로우가 공개한 내부 지표는 AI가 컴퓨팅 역사상 가장 빠르고 거대하게 커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12~18개월 사이에 구글 내부의 AI 가속기 사용량은 15배, 머신러닝 관련 데이터 저장량은 37배 폭증했다. 시스템이 처리하는 AI 토큰의 총량은 무려 50배나 늘어, 현재 구글은 전 세계 서비스에서 달마다 1000조 개가 넘는 토큰을 처리하고 있다. AI가 더는 일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우리 삶과 사업 전반에 깊숙이 통합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랑가나탄 부사장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OCP 공동체의 구실을 "AI 탐사를 가능하게 하는 '로켓 제작자'"에 비유하며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말했다. 실제로 구글의 거의 모든 주요 서비스는 자체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중심으로 통합 운영되고 있다. 구글의 기반 시설은 소비자 서비스(검색, Gmail, 유튜브 등)와 기업용 해결책(보안, 영업, 데이터 분석)을 포함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신약 개발의 역사를 새로 쓴 '알파폴드'에 이르기까지 구글 생태계 전반의 AI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으로 움직인다.

구글의 심장, 'AI 하이퍼컴퓨터'의 등장


구글 AI 전략의 기술 근간은 'AI 하이퍼컴퓨터'라 부르는 통합 구조에 있다. 이는 단순한 서버 묶음이 아니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냉각·전력·네트워크·보안을 모두 함께 설계한 통합 시스템을 뜻한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맞춤 TPU와 다중 GPU를 통합한 시스템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 기술을 개선해 지난 10년간 효율을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열 관리가 AI 시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구글은 이미 수 메가와트 규모의 액체 냉각 기반 시설을 상용 운영하며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광네트워크 기반 초저지연 처리 시스템을 더해 AI 작업량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구글은 이 구조를 산업 전반으로 넓히기 위해 OCP 협력을 통해 모듈 방식, 상호운용성, 그리고 공통 접속 방식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력부터 보안까지, 개방형 표준을 세운다


새로 출범한 작업 그룹은 데이터센터를 이루는 모든 핵심 영역에 걸쳐 표준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인 표준화 대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첩한 전력 공급이다. '마운트 디아블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400볼트 구조를 표준화해 랙 밀도 문제를 풀고, 고체형 변압기를 적용한다. 또한 소규모 독립 전력망과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를 서로 연결해 AI 학습 때 생기는 급격한 전력 최고점, 곧 '스파이크 현상'을 줄인다. 마침내는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거꾸로 전력망에 되파는 기능 도입을 목표로 한다.

둘째, 대체 가능한 냉각 체계이다. 구글이 올해 초 공개한 액체냉각 기술 '프로젝트 이슈'를 바탕으로 냉각수 온도와 서버 위탁 관리 시설의 배치 방식을 표준화한다. 이를 통해 서로 바꾸거나 꽂아 쓸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해 시설 변경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지속가능성이다. 구글은 AI 작업의 전기·탄소·물 사용량을 재는 방식을 통일해 AI의 환경 발자국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예를 들어 제미나이 2.0 모델의 추론 한 번 작업은 물 사용량 5방울 미만, 에너지 소비량은 TV 9초 시청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AI 효율성과 친환경 운영을 함께 강조하는 구글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넷째, 강화된 보안이다. '칼립트라 2.1 보안 틀'은 양자컴퓨터 이후 시대의 보안 기술을 도입하고 공개 암호키 관리 기능을 포함해 미래의 위협에 대비한다. 또한 'OCP 세이프' 체계를 통해 산업 전반의 보안 감사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

구글의 랑가나탄 부사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OCP 공동체에 'AI로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 곧 'AI를 위한 AI' 도전에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구글의 '알파칩' 프로젝트로, AI가 직접 반도체 배치 설계를 해 전력·성능·면적을 최적화하고 설계 기간을 줄였다.

그는 이 미래상을 '차세대 문샷(Moonshot)'이라 표현하며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했다. "AI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제조 모든 과정의 설계를 돕는 시대가 다음 단계의 효율성과 성능을 현실로 만들 것입니다."

AI 친화 생태계로의 진화


구글이 제시한 차세대 데이터센터는 기존의 멈춰 있고 바꾸기 어려운 구조에서 벗어나, 실시간 확장과 적응형 규모 조정이 가능한 모듈 구조로 바뀐다.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단일 시설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AI 친화 생태계'로 진화할 것임을 알리는 대목이다. 표준화가 자리 잡으면 전력 역공급, 수냉 체계의 보편화, 버리는 열 재활용 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여러 기술을 함께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이번 발표는 AI 모델의 급격한 성장에 맞서 데이터센터 자체를 AI 수준으로 진화시키겠다는,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선언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