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권 신용 불안 확산…대형 은행 주가 하락은 제한적

이날 제프리스(Jefferies)와 자이언스 뱅코프(Zions Bancorporation)가 사기 혐의와 관련한 대출 문제를 공개하자 주가가 각각 10.6%와 13.1% 급락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Western Alliance Bancorp) 주가는 10.8% 급락했다.
지역 은행주 전반을 추종하는 SP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도 6% 넘게 급락했고, ETF 구성 종목 중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 마감했다.
CNB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동차 산업 관련 기업 두 곳이 잇달아 파산한 가운데, 느슨한 대출 관행(특히 불투명한 사모 신용 시장에서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매체는 은행권과 투자자들 모두 일부 부실 대출이 더 큰 신용위기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웨스턴 얼라이언스도 이날 “한 차입자가 사기 행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올해 가이던스와 2025년 실적 전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즉각적으로 불안감에 반응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JP모건의 앤서니 일리언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이러한 신용 관련 ’일회성 사건(credit one-offs)’이 왜 이렇게 짧은 기간에 연속적으로 발생하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면서 “비록 이번 사례들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며 재무적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지만, 신용 우려가 커질 때 투자자는 ‘일단 팔고 보자’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은행권 신용 불안 확산
미국 지역 은행권을 뒤흔든 신용 불안의 발단은 자동차 산업 관련 기업들의 잇단 파산에서 시작됐다. 즉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First Brands)와 중고차 금융회사 트라이컬러 홀딩스(Tricolor Holdings)의 부도다.
퍼스트 브랜즈는 지난달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고, 이번 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릭 제임스가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퍼스트 브랜즈가 현재 미 법무부의 형사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와 연관된 익스포저가 드러나면서 투자은행 제프리스 주가는 급락했다. 제프리스 주가는 10월 들어서만 25% 넘게 하락하며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최악의 한 달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프리스는 운용 중인 헤지펀드들이 퍼스트 브랜즈 관련 기업들로부터 7억1500만 달러를 받을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번 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바퀴 한 마리를 보면,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퍼스트 브랜즈와 트라이컬러 사태가 더 광범위한 신용 리스크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 “바퀴벌레 더 있을 것” 경계심 고조
JP모건은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관련 부실 채권으로 인해 지난 분기 1억7천만 달러 규모의 충당금을 반영했지만,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에는 직접적인 익스포저가 없다고 밝혔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메이요 수석 은행 애널리스트는 “다이먼 JP모건 CEO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직접 물었고, 그가 말한 대로 ‘바퀴 한 마리를 보면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현재 시장의 심리를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지금 바퀴벌레를 찾고 있다. 그게 지금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메이요는 이어 “은행권 전반의 신용 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사태는 신용 시장에서 작은 균열조차 큰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페이브 파이낸스의 피터 코리는 “민간 신용 시장이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에, 실제 문제가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장 전반에 불안이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CNBC는 이번 대출 부실 공개가 최근 몇 년간 미국 지역 은행들이 겪어온 위기들의 연장선에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촉발된 지역 은행 위기가 여전히 금융권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가운데, 또다시 신용 리스크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이날 신용 불안 여파로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급락했다.
반면, 대형 은행 주가는 비교적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JP모건은 2% 넘게 하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약 3.5% 하락했다.
다만 이날 지역은행 주가 급락세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전반을 끌어내렸다.
제니 몽고메리 스콧의 티모시 코피 예금 리서치 담당은 “현재 은행 업종의 위험은 개별적 요인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다만 민간 신용시장과 관련된 보험 예금은행들의 위험은 시스템적 성격을 띨 수 있으며, 경기 둔화에 따른 신용 건전성 악화도 잠재적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