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 JP모건 CEO "바퀴벌레 한 마리 보면 더 많아"…자동차업체 파산에 신용시장 경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배런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같은 주요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이 월가 호황과 소비자 회복력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대형은행들 실적 호조…BOA 투자은행 수익 43% 늘어
JP모건은 3분기 순이익이 143억 9000만 달러(약 20조 4800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은 5.07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4.84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총 수익은 471억 2000만 달러(약 67조 원)로 9% 증가했다.
BOA는 이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3분기 순이익이 85억 달러(약 12조 원)로 작년보다 23% 급증했다. 주당순이익은 1.06달러로 예상치 0.95달러를 넘었고, 총 수익은 282억 4000만 달러(약 40조 1900억 원)로 10.8% 늘었다고 CNBC가 전했다. BOA 주가는 이날 올해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웰스파고의 3분기 순이익은 55억 9000만 달러(약 7조 9500억 원)로 주당순이익 1.66달러를 기록하며 예상치 1.55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6월 7년간 유지했던 1조 9500억 달러(약 2775조 원) 규모의 자산 한도 제한을 풀어준 뒤 첫 실적 발표여서 주목받았다. 웰스파고와 모건스탠리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은행 부문 호황…모건스탠리 주식인수 수익 80% 폭증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띈 부문은 투자은행 사업이었다. 배런스는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활동이 활발해지고 자본시장 신뢰가 높아지면서 투자은행 수수료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BOA의 투자은행 수수료는 작년보다 43% 급증한 20억 달러(약 2조 84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증권사 스트리트어카운트 추정치보다 3억 8000만 달러(약 5400억 원) 많은 수치다. 주식 매매 수익도 23억 달러(약 3조 2700억 원)로 14% 늘어 예상치를 2억 달러(약 2840억 원) 웃돌았다.
웰스파고는 투자은행 수수료가 25% 증가해 분기 최대 실적인 8억 4000만 달러(약 1조 195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의 주식인수 수익은 80% 뛰었으며, 골드만삭스 역시 강한 실적을 보고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지정학 불확실성이 일시 중단을 가져올 수 있지만, 앞으로 몇 년간 투자은행 사업은 전반으로 오르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은행·시장 사업은 올해 들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사상 최고치 근처인 가운데 기업들의 거래 욕구가 커지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 수익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 상태 나아졌지만…자동차 업체 파산에 경계감
은행들은 전반 신용 상태도 나아졌다고 강조했다. JP모건은 올해 카드 부실채권 비율 예상치를 기존 3.6%에서 3.3%로 낮췄다. 제레미 바넘 JP모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와 중소기업은 여전히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이 약해지면 신용도 결국 나빠지겠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BOA의 앨러스테어 보스윅 CFO는 "신용 포트폴리오에서 계속 강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순상각률과 연체율이 모두 나아졌다"고 말했다. 웰스파고는 대손충당금을 작년 같은 기간 10억 7000만 달러(약 1조 5200억 원)에서 6억 8100만 달러(약 9690억 원)로 줄였다. 시티그룹도 연체율이 작년보다 나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잇단 파산이 시장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팔고 돈을 빌려주던 트라이컬러 홀딩스는 지난달 10일 챕터7 파산을 신청했다. 이는 회사를 완전히 문을 닫고 남은 자산을 팔아 빌린 돈을 갚는 절차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퍼스트 브랜즈도 9월 말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는 회사를 당장 닫지 않고 빚을 줄이고 구조를 바꿔 다시 살리려는 절차다. 오토파이낸스뉴스는 트라이컬러 파산으로 JP모건이 3분기에 1억 7000만 달러(약 2410억 원)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퍼스트 브랜즈의 수십억 달러 규모 대출이 사실상 사라졌으며, 장부 밖 차입과 이중 계산된 송장이 은행들과 사모 신용펀드를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은 파산한 퍼스트 브랜즈 관련 채권 7억 1500만 달러(약 1조 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주가는 20% 떨어졌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실적 발표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아마 더 많은 바퀴벌레가 있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이 점을 경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이컬러 익스포저를 두고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파산 사태가 사모 신용(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의 위험성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최근 공개회의에서 두 회사의 파산을 "흥미로운 사례 연구"로 규정하며 규제받지 않는 민간 시장이 금융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야후파이낸스가 전했다.
한편 대형은행들의 실적이 좋았던 것과 달리 지역은행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 주가는 1% 떨어졌고, PNC는 3% 이상 하락했다. 퍼스트 호라이즌은 예금이 작년보다 5200만 달러(약 740억 원) 줄었다고 밝히며 주가가 10% 넘게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 발표가 미국 경제의 역설 상황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 수준인데 소비자 심리는 약하고, 경제 활동이 둔화되고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고 있지만 소비자 지출은 높고 실업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최근 베이지북(지역경제 보고서)도 경제 활동 둔화와 기업 해고를 지적했지만, 이는 정부 셧다운과 무역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같은 요인들이 뒤섞인 결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