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총회 표결서 57대 49로 연기…中·파나마, 美 압박에 등 돌려
EU·태평양 도서국은 반대…친환경 선박 투자 업계는 '날벼락'
EU·태평양 도서국은 반대…친환경 선박 투자 업계는 '날벼락'
이미지 확대보기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해운업계의 탄소 배출을 억제할 첫 국제세 도입이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고 블룸버그통신, 닛케이 등 주요 외신들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해온 선박 탄소 배출 규제안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채택이 1년 뒤로 밀렸다.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맞춰온 해운업계의 중장기 투자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져 관련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영국 런던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부속서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선박에 부담금을 물리고, 배출량을 크게 줄인 선박에는 장려금을 주는 '탄소세'와 비슷한 제도다.
그러나 회의 마지막 날인 17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의결 1년 연기' 동의안을 갑자기 제출했고, 표결 결과 찬성 57개국, 반대 49개국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대형 선박이 배출하는 탄소에 톤당 380달러의 부담금을 매기는 획기적인 조처는 시행을 앞두고 멈춰 섰다.
'관세·비자 제한' 노골적 위협…백악관 총동원
이번 연기 결정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끈질긴 반대 운동이 있었다. 백악관의 테일러 로저스 대변인은 표결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파괴하던 터무니없는 기후 사기에서 미국을 구했다"며 "이번 재앙 같은 표결을 막은 것은 가짜 기후 요구에 더는 무릎 꿇을 수 없는 미국 국민과 온 세계에 엄청난 승리"라고 말했다.
미국의 압박은 치밀하고 노골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를 보면, 미 행정부는 지난 7월부터 연방 기관을 총동원해 규제안을 무산시킬 계획을 세웠고 8월에는 108개국에 반대 뜻을 설득하는 공식 외교문서(데마르슈)를 보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넷제로 프레임워크(NZF)'라 부르는 이 규제안을 지지하는 나라에 관세, 비자 제한, 금융 제재를 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은 지난 10일 공동성명을 내고 규제에 찬성하는 나라에 미국 항만 입항 금지, 항만 사용료 할증 부과, 해당 나라 선원 비자 발급 제한 같은 치명적인 제재를 살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강력한 설득에 기존 찬성 뜻을 보였던 나라들이 대거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새 규제를 지지했던 중국은 물론, 세계 1, 2위 선적국으로 힘이 센 파나마와 라이베리아마저 연기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와 걸프 지역 산유국들도 연기 편에 섰다. 반면,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만 원안 채택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으나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했다. 유럽과 함께 새 규제 도입을 이끌었던 일본은 기권했다. 회의에 참석한 일본 정부 대표는 "나라들 사이 분열이 더 깊어질 것을 걱정해 기권했다"고 그 까닭을 설명했다.
2050년 탄소중립 '빨간불'…친환경 투자 업계 혼란
이번 결정으로 국제 해운업계의 탈탄소 시계는 적어도 1년 이상 멈추게 됐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세계 지정학적 상황 탓에 특정 주제에서 나아가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1년 뒤 규제안이 채택되더라도 애초 예정했던 2027년 발효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국제해사기구가 세운 '2050년경 탄소중립'이라는 큰 목표 달성에도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국제 해운이 온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이른다. 2024년 기준으로 5000총톤(GT) 이상 대형 선박 가운데 96%가 아직 중유를 주 연료로 쓴다. 선박 평균 수명이 20년 안팎인 점을 생각하면, 친환경 선박으로 바꾸도록 이끌려면 뚜렷하고 강력한 규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나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는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 실증에 막대한 돈을 들여온 국내외 해운사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새 규제에 따른 장려금 제도를 써서 친환경 선박 도입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투자할 힘을 상당히 잃을 위기에 놓였다. 온 세계 해운업계의 탈탄소 투자가 오랫동안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까닭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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