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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국가부채 113%·정권 교체 4회…프랑스 정국 혼란이 EU 방위협력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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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국가부채 113%·정권 교체 4회…프랑스 정국 혼란이 EU 방위협력 ‘셧다운’

“MGCS·FCAS 전차·전투기 개발 표류…‘단일 자본시장’ 구상도 제자리걸음”
프랑스의 정치 혼란이 유럽의 안보·재정 협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의 정치 혼란이 유럽의 안보·재정 협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이미지=GPT4o
프랑스의 정치 혼란이 유럽의 안보·재정 협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네 차례 총리가 바뀌고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로 치솟은 프랑스는, 독일과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전차 MGCS(Main Ground Combat System)와 차세대 전투기 FCAS(Future Combat Air System)의 예산 심사와 설계 확정이 계속 미뤄지며 프로젝트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난 19(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상황이 EU 전역의 안보·재정 통합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에 이르러 유로존에서 그리스(183%)와 이탈리아(14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U 재정 규율상 허용치인 부채 60%를 크게 웃돌면서, 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를 과도적 재정적자 절차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국가채무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마크롱 정부의 연이은 경기부양책과 고령화 대응 비용이 거론된다.

반면 독일 경제는 올해 2분기 전기 대비 0.3% 역성장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독일 정부는 연간 성장률을 0.2%, 내년에는 1.3%로 전망했으나, 제조업 부진과 에너지 비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양국 경제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이 EU 차원의 공동 프로젝트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다.

국방·재무장관 잦은 교체


지난 15개월 사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네 번 총리를 교체했고, 그때마다 국방·재무·노동부 장관도 줄줄이 바뀌었다. 10월 초에는 세바스티앵 르코르뉴 총리가 사임했다가 사흘 만에 재임명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독일국제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코넬리아 볼리는 장관이 자주 바뀌어 대외 협상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차·전투기 공동 개발 안갯속


프랑스·독일이 함께 추진하던 차세대 전차 메인 그라운드 컴뱃 시스템(MGCS)’과 차세대 전투기 퓨처 컴뱃 에어 시스템(FCAS)’은 프랑스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표류하고 있다. GCFR의 샤힌 발레 연구원은 정치적 결정이 제때 내려지지 않으면 개발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들은 내년 예산 심사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단일 자본시장 구상 제동


EU 차원의 단일 자본시장 조성, 규제 완화 등 경제 통합 구상도 프랑스 위기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독일 유권자 사이에는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프랑스를 돕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ING 독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르스텐 브레츠키는 독일 정부가 재정 지원이나 보증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금 개혁·의회 표결 난항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추진한 연금 개혁안을 잠정 중단하면서 국회 신뢰를 추가로 잃었다.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개혁안은 좌·우파 모두의 반대로 표결이 세 차례나 연기됐다. 프랑스 재무부 내부 관계자는 예산 균형을 위해선 개혁이 필수지만, 정치적 계산 때문에 동력을 잃었다고 전했다.

신용등급 하락과 향후 리스크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지난 17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A-1+’에서 ‘A+/A-1’으로 낮췄다. “예산 균형 회복이 지연될 것을 근거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위기가 심화되면 유로화 가치 하락은 물론, EU 방위·재정 협력 사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일 정부는 프랑스 안정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프랑스 정국의 혼란은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라, EU 통합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안정적 리더십 부재가 지속되는 한, 유럽의 방위·경제 협력은 당분간 난항을 거듭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