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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녹아내리는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이 디지털 경제 패권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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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녹아내리는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이 디지털 경제 패권 가른다

2033년 시장 규모 341억 달러 돌파 전망… 연평균 10%대 가파른 성장세
공랭식으론 역부족 랙당 100kW 시대...액체·침수 냉각 도입 필수적
에너지 소비량 일본·인도와 맞먹어… 환경 규제 속 지속가능성 생존 직결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식혀줄 냉각기술이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식혀줄 냉각기술이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거대한 ‘열 장벽’에 직면했다.

구글 등 초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성능 경쟁에 박차를 가하면서 기존 공랭식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하자, 이를 해결할 첨단 냉각 기술이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에어컨으론 안 된다”… 100kW급 AI 클러스터의 등장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Verified Market Report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규모는 2024년 142억 1,000만 달러에서 2033년 341억 2,000만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냉각시장 성장 배경에는 AI 학습에 필수적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막대한 발열량이 있다.

과거 데이터 센터는 차가운 바람을 순환시키는 공랭식에 의존했으나, 최신 AI 클러스터의 랙당(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들을 층층이 쌓아 보관하는 표준 규격의 선반) 전력 밀도는 기존의 5배가 넘는 100kW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칩에 직접 냉각판을 부착하는 ‘칩 직접 냉각(Direct-to-Chip)’이나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에 담그는 ‘침수 냉각(Immersion Cooling)’ 방식이 대안을 넘어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국가급 전력 소비량… ‘에너지 효율’이 곧 기업 경쟁력


데이터센터의 열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과제를 넘어 에너지 및 환경 문제와 직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일본 전체 소비량과 맞먹는 1,000데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경고했다. 2030년에는 인도 전체 소비 수준인 2,200TWh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특히 냉각 시스템은 데이터센터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북미와 유럽 정부는 전력 사용 효율(PUE)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지역 난방에 재활용하는 시스템 도입이 가속화되는 등 친환경 설계가 투자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다.

높은 초기 비용이 장벽… ‘모듈형’ 아키텍처가 해법 될까


첨단 냉각 시스템으로의 전환에는 막대한 자본저 지출이 걸림돌이다. 기존 시설을 액체 냉각 방식으로 개조하려면 구조적 변경과 전문 엔지니어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듈형 냉각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냉각 용량을 늘려가는 ‘증가분 지불(Pay-as-you-grow)’ 모델을 통해 초기 투자 위험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순수 공랭식 시대는 끝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성능 연산 분야에서 순수한 공랭식 데이터센터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열을 방출하고 에너지를 관리하느냐가 초대규모 운영사의 생존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냉각 기술은 이제 단순한 시설 관리를 넘어, 디지털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자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