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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K온, '90% 하이니켈·고전압' 승부수…中 LFP 공세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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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K온, '90% 하이니켈·고전압' 승부수…中 LFP 공세 넘는다

니켈 90% 하이니켈 양산, 단결정·침지냉각으로 안정성 확보
2030년 '10분 급속충전' 목표…원통형·각형 아우르는 '올라운더' 도약
SK온이 중국의 LFP 배터리 공세에 맞서 '하이니켈·고전압' 기술로 승부수를 띄운다. 니켈 함량 90% 하이니켈 배터리를 양산하는 한편, 단결정 구조와 침지냉각 기술로 안정성을 높였다. 2030년 '10분 급속충전'을 목표로 파우치형 외 원통형, 각형 배터리까지 아우르는 '올라운더'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SK온이 중국의 LFP 배터리 공세에 맞서 '하이니켈·고전압' 기술로 승부수를 띄운다. 니켈 함량 90% 하이니켈 배터리를 양산하는 한편, 단결정 구조와 침지냉각 기술로 안정성을 높였다. 2030년 '10분 급속충전'을 목표로 파우치형 외 원통형, 각형 배터리까지 아우르는 '올라운더'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사진=로이터
전기차(EV) 시장이 고성능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아키텍처(SDA)'로 재편되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한 전력 수준도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공세가 거세다. 이러한 시장 구도 속에서 K-배터리의 대표 주자인 SK온이 기술 '초격차'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고 디지타임스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핵심은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의 고도화와 '고전압' 시스템의 구현으로, 이를 통해 급속 충전 성능과 시스템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 프리미엄 기술력으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열린 '대한민국 스마트 에너지 엑스포(SEP 2025)'에서 SK온의 박기수 미래기술원장은 현 시장 상황을 명확히 진단했다. 박 원장은 "최근 비용 압박 때문에 LFP 배터리가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나, LFP가 모든 시장 부문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드니켈 배터리 시장이 확대되는 동시에, 하이니켈 셀 역시 다시금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가형 LFP와 고성능 하이니켈로 시장이 양분되는 추세를 반영한 진단이다.

SK온의 기술 자신감은 이미 검증된 하이니켈 기술력에서 나온다. SK온은 2019년 니켈 함량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린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에 성공했으며, 3년 뒤인 2022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해 이를 핵심 제품군으로 확립했다.

물론 하이니켈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은 만큼 수명과 안정성 저하라는 고질적인 기술 난제를 안고 있었다. SK온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독자 해법을 적용했다. 니켈 표면에서 발생하는 부가 반응을 억제하는 '표면 지향성 코팅' 기술과, 리튬과 니켈의 분포를 최적화하는 '열처리' 공정을 도입해 내구성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 관련 소재 기술은 현재 안정적으로 양산 라인에 적용 중이다.

'단결정'으로 안정성 잡고, '실리콘 음극' 한계 돌파


SK온은 하이니켈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용, 성능, 수명, 안전성을 균형 있게 맞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개발을 완료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50~70% 수준으로 조절했다.

특히 고전압 작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재 구조 자체를 혁신했다. 충방전 과정에서 입자 균열(크래킹)을 유발할 수 있는 기존의 다결정 입자 대신,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단결정' 구조를 채택했다. 여기에 더해, 단결정 양극재의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는 추가 표면 처리 공정과 급속 충전, 고부하 조건에서도 출력을 높이는 '도핑(doping)' 기술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음극재 기술 또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한다. 차세대 음극재로 주목받는 실리콘은 충방전 시 부피가 크게 팽창하는 특성 탓에 입자가 파괴되고, 이는 곧 배터리 수명 단축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통상 SiOx(산화규소) 기반 소재를 사용하거나 탄소 기공 내부에 실리콘을 삽입하는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하나, 모두 높은 비용이 한계라는 지적이다. SK온은 소재 비용 절감을 위해 공급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더 적은 양의 실리콘으로도 기존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터리 내부 구조 설계를 최적화하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박기수 원장은 "소비자들이 안전성 외에 가장 중시하는 것은 결국 가격과 충전 속도"라고 진단했다. SK온은 이러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현재 약 18분에 이르는 전기차 급속 충전 시간을 10분 내외로 단축시킨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자기장 정렬 음극', '다층 코팅', '마이크로 패턴 구조화' 등 차세대 혁신 기술을 동원한다. 이 기술들은 음극 내부의 리튬 이온 흐름을 원활하게 해 이동성과 충전 효율을 극대화한다.

800V '침지 냉각'으로 안전 확보…"AI 시대, 고효율 배터리 필수"


배터리 기술의 핵심은 '안전'이다. SK온은 개별 셀 단위의 보호 기술만으로는 열폭주 현상을 완벽히 방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에 800V 고전압 플랫폼에 '침지 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을 포함한 폭넓은 시스템 보호 프레임워크를 적용했다. 침지 냉각은 배터리 셀을 냉각유에 직접 담그는 방식으로, 급속 충전이나 과충전 같은 극한 조건에서도 셀 온도를 즉각 안정화시킨다. 침지 냉각은 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 수명 연장과 고부하 환경에서의 성능 유지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

최근 세계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일시 둔화했으나, 박 원장은 중장기 성장은 확고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의 전기차 보급률은 이미 46%에 이른 반면, 미국, 유럽, 한국은 아직 20% 수준"이라며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앞으로 차량이 인공지능(AI) 기반 아키텍처로 진화할수록 요구 전력량이 급증해, 고효율 배터리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온은 특정 셀 형태(폼팩터)가 시장을 독점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가 각기 다른 차량 부문과 시장 요구에 따라 공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파우치 셀은 특정 상용차 분야에서 여전히 강한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온은 기존의 주력인 파우치 셀 생산 기반을 십분 활용하는 동시에,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병행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다. 차세대 소재와 공정 전반에 걸친 R&D를 심화하며, 다가올 미래 전기차 시대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기술 담금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온의 이 같은 기술 개발과 제품 다양화는 급성장하는 중국 배터리 산업과 급변하는 세계 수요 변화에 동시에 대응하려는 핵심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