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릴리 GLP-1 시장 주도권 다툼, 복제약 출시 전 가격붕괴는 빅파마 역사상 초유
릴리 미국시장 점유율 60% 돌파 800억달러 전망, 노보 매출 최대 13% 감소 위기
릴리 미국시장 점유율 60% 돌파 800억달러 전망, 노보 매출 최대 13% 감소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전례없는 가격 폭락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현지시각) 2년 전 월 1000달러(약 146만원)를 넘었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가격이 현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알약형 기준 월 149달러(약 21만원)까지 85%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특허 만료 후 복제약이 나오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기존 제약업계 관행과 달리, 특허 유효기간 중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폭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제약업계 역사상 유례없는 가격 폭락
증권가에서는 "제약업계 역사에서 이 정도 수준의 가격 하락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두 회사만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 구조에서 이런 가격 경쟁이 벌어진다는 점은 더욱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번 주 투자자들은 가격전쟁의 충격을 목격했다. 위고비와 오젬픽을 생산하는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매출 감소를 전망하면서 주가가 며칠 사이 20% 가까이 폭락했다.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를 만드는 일라이 릴리의 전망은 밝지만, 최근 가격 인하 충격을 판매량 급증이 상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힘스앤허스헬스가 위고비 알약형 복제 제품을 월 49달러(약 7만원)에 내놓겠다고 발표하자 두 회사 주가는 급락했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복제약 대량 마케팅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 6일 주가는 반등했다.
틱톡·인스타 입소문에 수요 폭발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기 전 이미 제품을 알고 있었다. 고혈압 치료제와 달리 GLP-1 효과는 검사 수치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체중 감소로 나타난다.
입소문 수요는 생산 능력을 압도했고 고용주들의 보험 적용 속도를 앞질렀다. 보험사와 고용주들이 느리게 움직이자 환자들은 의료 시스템을 우회해 현금 직접 구매를 시작했다.
지속적인 오리지널 브랜드 공급 부족은 원격의료 업체들과 복제 제품들에 기회를 줬고, 업계 예상보다 수년 앞서 치열한 가격 경쟁을 촉발했다.
제약사들은 낮은 가격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복제약 업체들을 막고 보험 미가입 환자들에게 접근하려면 현금 가격을 충분히 낮춰야 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릴리는 트럼프 행정부와 더 넓은 접근성 확보를 위해 가격을 낮추는 협상을 했으며, 수백만 노인층을 위한 메디케어 보장도 포함됐다.
릴리 독주, 노보 추격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풀려는 과제는 비만 시장에서 소비자 수요가 얼마나 탄력적인가 하는 점이다. 낮은 가격이 특히 현금 지불 시장에서 수요 증가를 분명히 촉발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카스텐 뭉크 크누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주 인터뷰에서 "가격전쟁이라기보다 접근성 수문을 여는 가격대를 찾는 과정" 이라고 설명했다.
일라이 릴리는 새로운 시장 논리 아래서 번창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순가격 하락을 예상하지만 릴리는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릴리는 최근 미국 GLP-1 시장에서 60%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은 약 25% 증가한 800억 달러(약 117조2400억 원)를 넘을 전망이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 매출은 올해 5~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릴리의 주요 강점은 임상 데이터다.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에 본사를 둔 릴리는 소비자 직접 판매, 현금 지불 모델이 미래라는 점을 더 빨리 인식했다.
현재 젭바운드 처방의 30% 이상이 릴리다이렉트를 통해 이뤄진다. 릴리는 노보 노디스크의 149달러 수준 경구용 위고비와 비슷한 가격대로 자사 일일 복용 알약 오포글리프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현금 지불 전환에 더 느렸지만 따라잡고 있다. 위고비 알약 출시 몇 주 만에 17만명이 치료를 시작했으며, 대부분 노보케어나 로(Ro) 같은 원격의료 파트너를 통해 직접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슈퍼볼 광고로 대중화 가속
이번 주말 슈퍼볼은 이런 변화를 공식화할 전망이다. 가장 주목받는 광고 중 하나는 원격의료 업체 로(Ro) 의 광고다. 세레나 윌리엄스가 등장하는 광고는 체중 감량과 관련된 '의지력 부족' 낙인을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의 잭 레이타노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세상에서 세레나 윌리엄스만큼 의지력이 강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GLP-1을 게으른 사람들의 편법이 아니라 엘리트 운동선수의 건강 도구로 포지셔닝함으로써 로는 이 분야 대중화를 가속화하려 한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제품의 대중적 매력을 포함해 의약품 업계 다른 곳에는 없는 특수한 조건들로 형성된 사례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더 많은 주도권과 더 투명한 가격을 갖게 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월가에서는 제약회사들이 이 교훈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