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V 장비 무단 분해 후 재조립 실패…ASML에 수리 요청 '촌극'
美 제재 속 '기술 자립' 조바심…"28나노급 국산화, 갈 길 멀다"
美 제재 속 '기술 자립' 조바심…"28나노급 국산화, 갈 길 멀다"
이미지 확대보기'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브랜던 와이커트 국가 안보 수석 편집자는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각) X(구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이 칩 생산에 사용하던 ASML DUV 장비가 최근 고장 나 네덜란드 회사(ASML)에 수리를 요청했다"며 "파견된 ASML 기술자들은 중국 측이 장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서 파손한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와이커트 편집자는 이번 시도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최신 EUV(극자외선) 장비 수출 금지 같은 기술 봉쇄에 대응해 '기술 국산화'를 이루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기술자들이 구형 DUV 시스템을 분해한 이유는 간단하다. 최신 장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할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라며 "구형 모델을 분해하고 재조립을 시도해, 자체적으로 고급 버전을 생산하는 방법을 배우길 희망했지만, 여전히 알아내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ASML의 수리 여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중국이 ASML과 서비스 계약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명백한 부정행위를 감안할 때 ASML이 계약을 이행할 것 같지는 않다"는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현재 와이커트의 주장을 교차 검증할 다른 소식통은 없다. 그러나 다수의 중국 칼럼니스트들은 역설계가 ASML 장비를 복제할 유일하고 현실적인 경로임을 공공연히 인정해왔다.
장시성에 기반을 둔 '스페이스웨이브 리시버'라는 필명의 한 칼럼니스트는 "미국 주도 서방은 리소그래피 시스템 구매를 막아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제한해왔다"며 "독자 생산의 어려움은 막대함에도, 중국은 거대 시장과 자본력, 성장하는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이미 일부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설계를 통해 중국 연구자들이 핵심 부품을 습득하며 자국 칩 산업 부흥의 토대를 닦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24년 하얼빈 공과대학 우주항공학부 자오융펑 교수가 방전 플라스마 극자외선(EUV) 광원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들며 "중국이 외국의 기술 봉쇄를 깨기 직전"이라고 강조했다.
"나노급 정밀도"…복제 불가능한 '블랙박스'
하지만 업계에서는 ASML의 침지형 DUV 장비를 역설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라는 지배적인 평가다. 중국과 업계 전문가들은 DUV, 특히 이머전 시스템의 '극한 정밀도'와 복잡성을 주요 난관으로 꼽는다. 광둥성에 기반을 둔 '청와'라는 필명의 평론가는 네 가지 핵심 어려움을 꼽았다.
첫째, '극도의 정밀도'다. DUV 시스템은 193nm 파장의 불화아르곤(ArF) 레이저와 렌즈 하부의 얇은 수막(water layer)을 사용하는데, 아주 작은 오정렬(misalignment)만으로도 시스템 오류의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둘째, '복잡한 기계 공학'이다. DUV 장비 내부의 트윈 웨이퍼 스테이지가 (2개 스테이지가 동시에 움직이며) 나노미터(nm) 미만의 정확도로 렌즈 아래를 고속 이동하며 시간당 약 330장의 웨이퍼를 처리한다. 공장 초기 설정(캘리브레이션) 없이 스테이지를 분해하면 현장 엔지니어가 복원할 수 없는 정교한 정렬 상태가 무너질 수 있다.
셋째, '고도로 통합된 기술'이다. ASML 장비는 수십 년간 유럽에서 완성된 복잡한 광학 시스템, 모션 플랫폼, 인터페이스와 제어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기에 복제가 극히 어렵다.
넷째, '정밀 보정' 문제다. 시스템의 정확도는 광학, 센서, 모션 제어를 연결하는 폐쇄 루프 보정(closed-loop calibration)에 달려있다. 장비 분해는 입자(파티클) 오염, 간섭계 드리프트(drift), 주요 교정 기준점(레퍼런스) 손실, 센서 편차 발생 등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를 수정하려면 공급업체 수준의 소프트웨어 키와 절차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ASML 현장 엔지니어들조차 "필드(현장)에서 복구하기 매우 어렵다"고 평가한다.
中 '반도체 굴기'의 현주소…"28나노가 한계"
현재 중국의 리소그래피 '자립' 시도는 상하이 위량성 테크놀로지, 선전 시캐리어 테크놀로지스, 상하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이큅먼트(SMEE) 등 3사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시캐리어는 화웨이와 긴밀히 협력하며 위량성의 지분도 보유 중이다.
허난성의 쑹이훙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렌즈 분야에서는 난징 웨이블랭스 옵토일렉트로닉, 닝보 융신 옵틱스, ML옵틱, 창춘 UP 옵토테크 등이, 레이저와 공정 기술 분야에서는 이노 레이저 테크놀로지와 키스톤 테크놀로지가 부상하고 있다. 또한 충칭 밀리슨 테크놀로지스는 국내 리소그래피 장비용 로봇 베이스와 진공 챔버를 공급하는 등 국내 공급망이 확장되고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첨단 칩 제조를 ASML에 의존해왔으며, 자국 기업인 SMEE의 가장 진보된 모델(SSX600 시리즈)은 공식적으로 90나노(nm)급 칩 생산이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9년 미국이 ASML의 EUV 장비 판매를 금지하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으나, 비효율과 부패 스캔들로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2024년 9월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130nm와 65nm급 자국산 리소그래피 시스템 2종을 권장 목록에 추가했다.
특히 지난달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중신궈지(SMIC)가 위량성에서 제작한 DUV 침지형 장비를 테스트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장비는 28nm 칩 생산을 목표로 하며, 2008년 ASML의 트윈스캔 설계와 유사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SMIC가 이 장비를 활용해 7나노와 5나노 공정에 다중 패터닝(multi-patterning) 기술을 적용하려 시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양산성이나 수율, 안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ASML 장비와는 격차가 크다는 분석이다. 위량성은 2027년까지 이 장비를 생산 라인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ASML 장비 분해와 역설계 실패 사건은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여전히 상당한 기술, 공정 장벽에 부딪혀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첨단 노광 기술을 완전히 내재화하고 독립적으로 상용화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관련 기업들의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DUV 장비와 부품의 부분적인 국산화와 기술 진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