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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요금 19% 급등…AI·데이터센터 아닌 송배전망 유지비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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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요금 19% 급등…AI·데이터센터 아닌 송배전망 유지비 ‘원인’

노후 설비 교체·기상재해 대응이 최대 변수로…신재생에너지 정책도 일부 영향
미국에서 전력요금이 급등하는 원인은 데이터센터·AI 등 전력수요 증가가 아니라 노후화된 송배전망 유지·보강 비용 증가임이 밝혀졌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전력요금이 급등하는 원인은 데이터센터·AI 등 전력수요 증가가 아니라 노후화된 송배전망 유지·보강 비용 증가임이 밝혀졌다. 이미지=GPT4o
최근 미국에서 전력요금이 급등하는 원인은 데이터센터·AI 등 전력수요 증가가 아니라 노후화된 송배전망 유지·보강 비용 증가임이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지난 25(현지시각)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와 브래틀(Brattle) 컨설팅의 공동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정치권 및 일각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송배전망 인프라 투자와 외부환경 대응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집중 조명했다.

"전기요금 인상, 원인은 데이터센터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의 경우 최근 1년간 전기요금이 19% 상승했다. 이처럼 눈에 띄게 오른 요금의 원인으로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의 급증을 지목하지만, 관련 연구에서는 오히려 신규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수요 증가가 해당 지역 내 전기요금 인상을 직접적으로 유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브래틀 컨설팅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0개 주의 전력시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난 주에서 오히려 전기요금은 내렸다. 노스다코타주는 데이터센터 증가 등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40% 가까이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단가(킬로와트시당)는 약 3센트 떨어졌다. 버지니아 역시 같은 기간 수요가 14% 늘었으나 단가는 1센트 내렸으며, 반대로 전력수요가 감소한 캘리포니아는 단가가 6센트 이상 올랐다.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력시장은 단순한 수요공급 법칙보다 고정비용 구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 전체 고객 수가 늘어날수록 송배전망 등 고정비를 더 넓은 소비자 기반에 분산할 수 있어 오히려 단가 인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송전선·변압기 가격 5년간 급등…연 100억 달러 투입


전력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로는, 최근 전기요금 인상의 가장 큰 배경에는 송배전망 설비 유지·보강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송전선, 전주, 변압기 등 핵심 설비의 가격이 최근 5년간 인플레이션을 크게 앞질러 뛰었고, 미국 전력회사들이 노후 설비 교체에 속도를 내면서 연간 100억 달러(143900억 원) 이상을 소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기상에 대응한 보강 비용이 대폭 늘어난 점이 시장 동향을 좌우했다. 예컨대, 지난해 허리케인 베릴(Beryl)은 휴스턴 지역 송전망을 마비시키며 수개월에 걸친 복구비용을 초래했고, 서부에서는 산불 위험으로 인해 송전설비의 땅속 매설이 본격화되면서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이 전기요금에 반영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는 최근 5년간 전기요금 인상분 중 40% 이상이 산불 관련 인프라 보강에서 비롯됐다.

발전단가는 하락…송배전망·신재생 정책이 요금에 영향


연구 자료에 따르면,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원이나 천연가스·석탄 설비의 발전 단가 자체는 지난 20년간 35% 하락했다. 2005년 전체 발전 원가 2340억 달러(3369100억 원)에서 2024년에는 1530억 달러(2202800억 원)로 줄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전력망을 건설·유지하는 송전·배전 비용은 같은 기간 각각 3, 2배 이상 올랐다.

이와 관련해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신재생에너지 의무 비율(renewable-portfolio standard, RPS)이 강화된 메인주·뉴저지·메릴랜드 등에서는 2019~2024년 사이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당 약 1센트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캘리포니아·메인 등 일부 주에서 태양광 설비에 대한 지원이 커지면, 자가발전 소비자의 증가로 인해 기존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고정비 부담이 더해져 단가 인상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송배전망 신규 투자를 촉진할 경우 요금 인상 압력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면서, "다만 과거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전기요금 변동의 주요 배경에는 노후 인프라 보강 및 기상위험 대응 비용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