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매도프 사기’ 관련 소송 패소…11억 달러 충당금 적립

HSBC 홀딩스가 버나드 매도프 투자 사기와 관련된 장기 소송에 대한 룩셈부르크 법원의 판결 이후 3분기 실적에 11억 달러의 충당금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27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HSBC는 버나드 L. 매도프 인베스트먼트 시큐리티스에 투자한 여러 펀드의 서비스 제공업체로서의 역할을 통해 매도프 스캔들에 얽히게 됐다. 헤럴드 펀드 SPC는 2009년 HSBC의 룩셈부르크 사업부를 고소하여 사기로 손실됐다고 주장하는 자산의 반환을 요구했다.

룩셈부르크 파기법원은 24일 헤럴드 펀드 SPC가 청구한 증권 반환에 대한 HSBC 증권 서비스 룩셈부르크(HSSL)의 항소를 기각했지만 별도의 현금 배상 청구에 대한 항소를 받아들였다고 은행은 밝혔다.

HSSL은 이제 룩셈부르크 항소법원에 두 번째 항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공하지 못할 경우 은행은 후속 절차에서 지불할 금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HSBC는 3분기 실적에 충당금을 기록할 것이고, 보통주 Tier 1(CET1) 자본비율에 약 15bp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대출 기관은 이 조항이 "중요한 주목할 만한 항목"으로 취급될 것이며 주목할 만한 항목이나 배당금 지급을 제외한 유형 자본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SBC는 계류 중인 항소와 배상 금액 계산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최종 재정적 영향이 현재 추정치와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역사상 가장 큰 폰지 사기 중 하나였던 버나드 L. 매도프 인베스트먼트 시큐리티스의 붕괴로 손실된 증권 및 현금에 대한 헤럴드 펀드 SPC의 배상 청구에서 비롯됐다.

버나드 매도프는 수십 년간 폰지 사기를 운영해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가로챘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사기가 드러나 체포됐고, 2009년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매도프는 2021년 연방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HSBC는 매도프의 사기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매도프 회사에 투자한 펀드들의 관리 및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헤럴드 펀드 측의 주장이다.

헤럴드 펀드는 HSBC가 펀드 관리자로서 매도프 사기의 징후를 발견하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HSBC는 자신들이 사기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법적 책임이 없다고 반박해왔다.

룩셈부르크 파기법원이 증권 반환 청구에 대한 HSBC의 항소를 기각한 것은 은행에 불리한 판결이다. 다만 현금 배상 청구에 대한 항소는 받아들여져 이 부분은 계속 다퉈질 전망이다.

11억 달러 충당금은 HSBC의 3분기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ET1 자본비율에 15bp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은행의 자본 건전성 지표가 소폭 악화된다는 의미다.

다만 HSBC는 이를 "주목할만한 항목"으로 분류해 배당금 지급이나 핵심 수익성 지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해 정상적인 영업 성과와 분리하겠다는 의미다.

한 금융 전문가는 "매도프 사기는 2008년에 드러났지만 관련 소송이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대형 금융 사기의 법적 여파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HSBC는 룩셈부르크 항소법원에 2차 항소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수 있다. 은행은 최종 재정적 영향이 현재 추정치와 크게 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는 이번 사건이 펀드 관리자와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본다. 법원이 HSBC의 책임을 인정한다면 유사한 역할을 하는 다른 금융기관들도 더 엄격한 감독 의무를 지게 될 수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