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W 휴메인 계약, 엔비디아·AMD 절반 규모…2021년 메타 무산 후 재도전
이미지 확대보기퀄컴은 지난 27일 AI200과 AI250 칩 기반 가속기 카드와 랙을 공개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AI 스타트업 휴메인이 2026년부터 200메가와트(MW) 규모의 퀄컴 칩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웰스파고의 애런 레이커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계약이 퀄컴에 최대 20억 달러(약 2조 8600억원)의 매출을 가져다줄 것으로 추산했다.
퀄컴 주가는 발표 당일 12% 이상 급등했으며, 종가 기준으로는 187달러 68센트를 기록해 전거래일 대비 18달러 74센트(11.09%)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AI 관련 계약 발표 시마다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패턴을 보인다며 AMD, 브로드컴, 오라클 사례를 함께 언급했다.
엔비디아·AMD 대비 절반 규모…"헤지 전략의 일환"
하지만 투자자들의 열광적 반응에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메인은 엔비디아, AMD와도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들과의 계약 규모는 퀄컴의 두 배가 넘는다.
AMD는 지난 5월 휴메인과 500메가와트 규모의 AI 인프라를 배치하는 100억 달러(약 14조 3000억 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발표했다. 엔비디아 역시 향후 5년간 최대 500메가와트 용량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으며, 첫 단계로 1만 8000개의 GB300 그레이스 블랙웰 AI 슈퍼컴퓨터를 배치할 계획이다.
디 인포메이션은 휴메인이 오픈AI처럼 칩 공급에 대한 헤지 전략 차원에서 여러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우디 입장에서는 합리적이지만, 퀄컴 계약의 중요성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2021년 메타 계약 무산의 그림자…소프트웨어가 발목
퀄컴의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디 인포메이션은 2021년 퀄컴이 첫 AI 데이터센터 칩인 AI 100을 메타 플랫폼에 판매할 뻔했으나 계약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당시 메타는 퀄컴 칩의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했지만, 칩에 동반되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가 아닌 문제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는 전했다. 유티멜 등 업계 매체에 따르면, 메타는 2020년 가을 AI 100 칩을 테스트한 결과 단위 에너지 소비당 성능이 가장 우수했으나, 2021년 봄 칩의 지원 소프트웨어가 향후 특정 컴퓨팅 작업에서 최상의 성능을 끌어내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퀄컴은 이전에도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에 실패한 경력이 있다. 나스닥 보도에 따르면 퀄컴은 2017년 센트리크(Centriq) 데이터센터 칩을 출시했지만, 인텔의 95% 이상 시장점유율을 깨지 못하고 2018년 수억 달러를 투자한 뒤 철수했다. 당시 약 1000명이었던 데이터센터 기술 그룹 인력은 50명 수준으로 축소됐다.
애플 이탈에 스마트폰 매출 비중 60%…다각화 절실
퀄컴의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이 절박한 이유는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와 최대 고객 애플의 이탈 때문이다. 디 인포메이션은 스마트폰 시장의 영광스러운 시절이 끝났다고 지적했다.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여전히 퀄컴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예전만큼 자주 새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으면서 칩 판매 성장세가 둔화됐다. 게다가 애플은 자체 개발한 모뎀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퀄컴 모뎀에서 벗어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월 애플이 첫 자체 설계 모뎀 칩을 공개하며 퀄컴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퀄컴 경영진이 투자자들에게 애플 모뎀 점유율이 현재 100%에서 내년까지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애플 모뎀 사업 상실로 향후 3년간 퀄컴의 스마트폰 부문 매출이 연간 최대 10%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퀄컴은 자동차, 혼합현실 헤드셋, 개인용 컴퓨터용 칩을 판매하는 사업을 오랫동안 구축해왔지만, 이들 사업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캡타이드AI에 따르면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한 퀄컴의 QCT 부문은 2025년 2분기 26억 6000만 달러(약 3조 8100억 원) 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같은 기간 스마트폰 관련 매출 69억 달러(약 9조 8900억 원)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다.
24억 달러 알파웨이브 인수로 경쟁력 강화 시도
퀄컴은 데이터센터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6월 영국 칩 설계업체 알파웨이브 세미를 24억 달러(약 3조 44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퓨처럼그룹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퀄컴은 알파웨이브의 고속 유선 연결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오리온(Oryon) CPU와 헥사곤(Hexagon) NPU 프로세서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알파웨이브 세미 인수는 퀄컴의 데이터센터 확장을 더욱 가속화하고 핵심 자산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거래는 2026년 1분기 완료될 예정이다.
퀄컴은 AI200이 2026년, AI250이 2027년 출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CNBC에 따르면 이들 칩은 최대 72개의 칩이 하나의 컴퓨터로 작동하는 구성으로 제공될 수 있으며, 액체 냉각 서버 랙을 가득 채우는 시스템으로 제공된다. 퀄컴은 AI200 솔루션이 카드당 768GB의 LPDDR 메모리를 갖추고 있으며, AI250은 10배 높은 효과적인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는 근접 메모리 컴퓨팅 아키텍처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