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합의, 원금 보장 안전장치로 위험 최소화
현대·기아 '환호'…반도체는 대만 동등 대우, 조선업 1500억 달러 기회 확보
현대·기아 '환호'…반도체는 대만 동등 대우, 조선업 1500억 달러 기회 확보
이미지 확대보기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브리핑에서 밝힌 협정 내용은 단순한 '일방적 퍼주기'가 아닌, 투자금 회수를 위한 치밀한 안전장치를 갖춘 전략적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
손실 막는 '3중 안전장치'…원금·이자 보장 MOU에 명시
이번 협정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 원금과 이자를 확실히 돌려받기 위한 여러 겹의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원금과 이자를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사업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양해각서(MOU)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안전장치는 '사업 선별 검증권'이다. 한국 정부가 수익성과 안정성을 검증한 사업만 선택적으로 투자하며, 미국이 제안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무조건 수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수익 배분 조정 메커니즘'이다. 양국은 투자로 생긴 수익을 기본적으로 절반씩 나누되, 20년 안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돌려받지 못할 것 같으면 한국 쪽 몫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투자 초기엔 한국과 미국이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누지만,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한국 몫을 60%, 70%로 늘려 손실을 줄이는 구조다. 이는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경우 한국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세 번째는 '외환 충격 완화 장치'다. 연간 200억 달러로 투자 상한선을 정해 외환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투자를 진행한다. 김 실장은 "외환시장이 흔들릴 우려가 있으면 투자금을 내는 시기와 금액을 조정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해 시장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금 2000억 달러+조선 1500억 달러…실제 부담은 얼마나?
협정 규모는 3500억 달러지만 구조를 살펴보면 실제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는 2029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집행되므로 연평균 500억 달러, 한국 GDP의 2~2.5% 수준이다. 김 실장은 "연 투자상한을 200억 달러로 정해 사업 진행 속도에 맞춰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며 "시장 충격도 가장 적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는 더욱 부담이 적다. '마스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사업은 투자뿐 아니라 대출보증도 포함되며, 한국 기업이 주도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운영하고, 군함 건조와 선박 유지보수 사업에 참여하며 돈을 버는 방식이다.
AP통신은 한국이 처음엔 3500억 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내라는 미국 요구에 자국 경제 충격을 우려했으나, 최종적으로 현금 2000억 달러와 조선 협력 1500억 달러로 타협점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김 실장은 "투자 약속 기한은 2029년 1월까지지만 실제 돈을 모으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이뤄진다"며 "투자한 원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을 높이는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 '대박'…관세 10%p 인하로 수천억 절감 효과
자동차 산업은 이번 협정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10%포인트 인하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연간 수천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과 동등한 15% 관세로 공정 경쟁이 가능해진 점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협정 타결 소식에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0.54% 올랐다며, 협정이 없었다면 한국 자동차와 철강 기업들은 25% 관세를 내야 했지만 이제 일본 경쟁 업체들과 같은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도 희소식을 얻었다. 김 실장은 "반도체는 주요 경쟁국인 대만과 견줘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와 동등한 관세 대우를 받게 돼 미국 내 공장 증설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조선업은 1500억 달러라는 거대한 협력 기회를 손에 쥐었다. '마스가 프로젝트'로 이름 붙은 조선업 협력은 한국 기업이 주도해 추진하며, 투자뿐 아니라 보증도 포함한다. 다만 미국의 존스법(연안 운송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규정) 등 규제가 남아 있어 실제 수주로 이어지려면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업계는 미국 조선소 인수나 합작투자 방식으로 이를 우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농업 개방은 막았다…쌀·쇠고기 추가 개방 없어
농업 분야는 추가 개방 압력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 실장은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 추가적인 개방은 막아냈다고 밝혔다. 대신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항공기 부품과 복제약 의약품,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희토류 같은 천연자원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일본 5500억 달러 선례…실현 가능성은?
한국보다 앞서 일본이 5500억 달러 투자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와 비슷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구조로 투자 안전장치를 마련했으며, 에너지와 LNG, 광물 분야에 투자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들을 이미 발표했다.
일본은 GDP 대비 부담이 한국보다 작고 3조 6000억 달러의 순대외금융자산을 보유해 여력이 크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연 200억 달러 상한선과 수익 재조정 장치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 전 기자들에게 "우리는 협상을 마쳤고, 거의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과 신라 왕관 복제품을 선물로 받았다. 무궁화대훈장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훈장으로, 미국 대통령이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았으며, 앞서 일본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이 아시아 순방 마지막 곳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산에서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장은 협정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협정 타결 소식에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0.54% 상승했다. 시장은 관세 인하와 산업 경쟁력 개선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투자 프로젝트의 구체적 내용과 실제 수익성이 협정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