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코프로·포스코, 화학·배터리·철강 선점에 '수십억 달러' 승부수 던졌다
로산 장관, APEC서 투자 규모 공개…"인니, 원자재 넘어 산업 국가로 전환" 강조
로산 장관, APEC서 투자 규모 공개…"인니, 원자재 넘어 산업 국가로 전환" 강조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의 롯데, 에코프로, 포스코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총 70억~9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핵심 산업 선점에 나선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산업 하류화(Hilirisasi, 원자재 가공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정책에 부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이 투자는 원자재 수출 중단 이후 '부가가치 국내화'를 목표로 삼는 인도네시아 국가 전략의 핵심과 직접 연결된다.
10월 31일(현지시각) 메르데카에 따르면 로산 로에슬라니(Rosan Roeslani) 투자‧다운스트림 산업화부 장관 겸 국영 투자 지주사 다난타라(Danantara) 최고경영자(CEO)는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확대 계획을 직접 밝혔다. 로산 장관은 롯데, 에코프로, 포스코와 같은 거대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투자 확대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으며, 이 투자는 화학, 전기차(EV) 배터리 공급망, 철강 등 인도네시아의 핵심 전략 산업 전반을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로산 장관은 이번 투자 논의의 총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대규모 투자 유치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의 잠재 경제력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낸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산업 하류화를 가속하고 국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롯데, 4조 원 규모 화학 프로젝트…다난타라와 지분 참여 논의
특히 다난타라는 이 롯데 화학 프로젝트의 지분 35%를 인수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다난타라가 앞으로 보유할 이 지분의 잠재 가치는 17억 달러(약 2조 43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로산 장관은 이 프로젝트가 이미 준공 후 시운전(commissioning) 단계에 진입해 불확실성이 낮고 앞으로의 사업 잠재력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산 장관은 "해당 프로젝트는 이미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위험 요소를 더욱 측정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잠재력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이 제안은 위험 요소가 낮고 수익성이 높은 기회"라고 평가하며 "지금 바로 롯데의 제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방식은 국영기업(BUMN)을 거치지 않고 다난타라가 직접 투자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며, 이는 정부의 유연한 자금 운용 구조를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인도네시아는 석유화학 제품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고부가 섬유나 플라스틱 산업 생태계를 내재화하는 중요한 기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에코프로, 2조 원 투입해 EV 배터리 공급망 확장
롯데와 함께 한국의 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EcoPro) 역시 인도네시아 하류화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확약했다. 에코프로는 2차전지, 양극재, 전구체 소재 생산을 위해 전기차(EV) 배터리 공급망 개발 및 하류화 확장에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준비한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 분야다.
로산 장관은 서울에서 에코프로 경영진과 만나 니켈 정제-전구체-양극재 통합 라인 건설과 국가 펀드 참여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다난타라 역시 에코프로의 EV 배터리 하류화 프로젝트에 지분 참여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열렸다. 에코프로의 대규모 투자는 풍부한 니켈 자원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를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키우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비전과 정확히 일치한다. 주요 대상 지역은 니켈 공급망 근처인 북말루쿠(Halmahera)와 술라웨시(Sulawesi)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로 배터리 소재의 현지화가 이뤄져 니켈 수출 제한 정책을 보완하는 효과를 낸다. 기술 이전과 생산 능력 향상은 물론, 첨단 제조업 부문에서 신규 고용과 경제 성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약 5000명 이상의 직접 고용 창출이 추정되며, 한국의 전구체·양극재 제조 노하우 이전 등 기술 협력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크라카타우 스틸과 철강 시너지 확대 및 친환경 전환 추진
철강 분야의 거인 포스코(Posco) 역시 인도네시아 투자 확대에 동참한다. 포스코는 현재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 스틸(Krakatau Steel)과 PT 크라카타우 포스코(포스코 70%, 크라카타우스틸 30%) 합작 법인을 운영한다. 로산 장관은 기존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자 후속 논의를 벌인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크라카타우 스틸의 기존 협력 관계는 더욱 발전할 전망이며, 이번 투자를 통해 20억~25억 달러(약 2조 8000억~3조 5700억 원) 규모의 재투자를 추진하여 인도네시아의 국가 철강 생산 능력이 높아지고 국내 산업의 수요 충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협의 중인 분야에는 고급 자동차강판, 수소환원철(HBI) 생산, 그리고 친환경 공정 전환이 포함된다. 이는 제2공장 증설 및 수소환원제철 시범 라인 건설로 이어질 전망이다. 철강 산업에 대한 투자는 인도네시아의 인프라 건설과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필수다. 포스코는 한국의 선진 기술과 검증된 사업 운영 노하우를 인도네시아 철강 산업에 적용하여 현지 제품의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중공업의 토대를 더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측은 공정 효율화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 지원을 통해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 전환을 적극 도울 계획이다.
투자 확대의 경제적·전략적 의미와 파급효과
한국 세 곳 기업의 이번 투자 계획은 인도네시아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총 70억~90억 달러(합산 추정)의 투자액은 인도네시아 GDP에 해마다 0.3~0.5%p 상승 효과를 기여하고, 직·간접 고용 창출 규모는 5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6년 이후 완공 및 운영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총 연 수출액이 15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산 장관은 이번 투자가 단순한 자본 유치를 넘어선 전략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자본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파트너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이제 원자재 국가가 아닌 산업 국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난타라를 통해 이들 프로젝트에 공공-민간 공동 투자 모델을 검토 중이며, 투자 투명성, 환경, 사회적 책임(ESG) 기준을 투자 심사의 의무 항목으로 두어 책임감 있는 투자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 기업 세 곳의 투자는 '수입 대체, 산업 고도화, 녹색 전환'을 동시에 지원하는 선진 모델로 평가된다. APEC 회의를 기회로 이뤄진 이번 합의는 한-인니 경제 관계를 '양자 투자 동맹'으로 격상시키고,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공급망 허브를 넘어 '글로벌 핵심 제조 기지'로 떠오르는 지정학 상징성을 지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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