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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MAGA 진영, 이스라엘 문제로 분열…반유대주의 논쟁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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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MAGA 진영, 이스라엘 문제로 분열…반유대주의 논쟁 내홍

커크 암살 후 '취소 문화' 역풍…헤리티지재단·크루즈 충돌 격화
2023년 10월 12일, 미국 뉴욕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분쟁 속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에 친이스라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0월 12일, 미국 뉴욕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분쟁 속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에 친이스라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 진영이 이스라엘 문제와 이념 순수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분열하고 있다.

지난 2(현지시각) 악시오스 보도를 보면, 이번 분쟁은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성차별, 토착주의 등 여러 이념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MAGA와 공화당의 앞날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스라엘 지지 놓고 진영 갈라져


MAGA 진영 분열은 가자지구 이스라엘 군사작전을 미국이 지원하는 문제에서 불거졌다. 이 문제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강경파와 이스라엘 지지 세력 사이 대립을 깊게 했다. 지난 9월 보수 청년운동가 찰리 커크가 암살당한 뒤에도 이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휴전 기간에도 온라인 분열은 이어졌으며, 미국 안에서 유대인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뉴욕주 청년공화당 단체 대화방이 유출되면서 인종차별 발언과 트럼프 행정부 지명자가 "나치 성향이 있다"고 말한 내용이 드러났다. 이 폭로는 MAGA 안에서 누구를 배척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을 일으켰다. 아이러니한 것은 MAGA가 원래 '취소 문화'를 강하게 비판해온 운동이라는 점이다. 취소 문화란 잘못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사회적으로 배척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MAGA 내부에서 회원 자격을 놓고 서로를 배척하는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논란은 백인민족주의자 닉 퓨엔테스가 터커 칼슨의 팟캐스트에 나와 2시간 동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인터뷰한 것이 공개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해온 퓨엔테스는 이 팟캐스트에서 "조직화한 유대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커크가 세운 터닝포인트USA 지지자들은 칼슨이 퓨엔테스한테 발언 기회를 준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커크는 칼슨과 친구였지만 MAGA에서 퓨엔테스를 멀리하려 했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이스라엘 지지자인 로라 루머는 악시오스에 "나는 트럼프한테 충성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따라야 한다고 늘 말해왔다""하지만 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MAGA에 속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헤리티지재단-크루즈 의원 충돌


갈등은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으로까지 번졌다. 케빈 로버츠 재단 회장은 영상 성명을 통해 칼슨을 옹호하면서 "나는 닉 퓨엔테스가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고 심지어 혐오한다"면서도 "그를 취소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생각과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토론에서 그런 생각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크루즈는 "아돌프 히틀러가 매우 멋지다고 말하고 자신의 사명이 '세계 유대인'과 싸워 무찌르는 것이라는 사람과 함께 앉아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로버츠 발언에 반발이 일면서 헤리티지재단 안에서 인사 개편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퓨엔테스는 악시오스에 "한쪽은 분명히 이스라엘 지원에 빠져 있으면서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든 공격하는 미친 전략을 쓰고 있다""반대편에는 터커와 물론 그로이퍼 같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도 이에 맞서 완고해졌다. 상황이 추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이퍼는 퓨엔테스를 따르는 기독교 민족주의자와 백인 민족주의자들을 가리킨다.

2028년 대선 향한 암투 시작


MAGA 운동 안 일부에서는 내분을 멈추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커크가 암살당한 뒤 이 운동은 좌파와 목숨을 건 싸움에 놓였다고 보고 있으며, 일부는 어떤 내부 분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데일리와이어의 매트 월시는 뉴욕주 청년공화당 인종차별 발언이 담긴 단체 대화방이 유출된 뒤 "보수주의자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무리 지어 공격하고, 동료들을 공격하는 데 빠르다""좌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단결한 전선을 유지하고 그들 편을 지키는데, 우리는 틈만 있으면 서로를 늑대한테 던지고 있다. 훌륭한 계획이다"고 비꼬았다.

한 사람의 인격으로 주로 결속한 운동이기에 내부 논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갈등은 가자전쟁 이전부터 표면화했고, 트럼프가 해외 분쟁 개입 중단을 내걸고도 이스라엘을 계속 지지하면서 특히 심해졌다.

MAGA 운동 안 일부는 트럼프가 물러난 뒤 후계자들이 MAGA 정통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퓨엔테스는 악시오스에 2028년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로 꼽히는 JD 밴스 부통령이 자신 추종자들의 표적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아이오와(첫 경선 주)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