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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후폭풍… 글로벌 반도체株, 시총 720조 원 증발 ‘혹한기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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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후폭풍… 글로벌 반도체株, 시총 720조 원 증발 ‘혹한기 경고음’

삼성전자·TSMC 등 일제히 급락...월가 “밸류에이션 과열 조정 불가피"
6월7일 대만 가오슝에 있는 제조 공장의 TSMC의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6월7일 대만 가오슝에 있는 제조 공장의 TSMC의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붐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반도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주식 매도세가 한층 거세졌다.

5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 주가가 급락하면서 한국 코스피 지수는 한때 6% 넘게 급락한 뒤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일본의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어드반테스트는 장중 10% 급락했고, 아시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대만 TSMC는 3% 이상 하락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업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블룸버그 아시아 반도체 지수와 전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기준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5000억 달러(720조 원)가 증발했다.

AI 열풍으로 급등했던 반도체 주식 랠리가 정점을 찍고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매도세가 확산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4월 저점 이후 투자자들이 AI 연산 수요 급증에 베팅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시총이 수조 달러 증가했지만, 이번 조정은 고금리 장기화 속에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GAO 캐피털의 차웨이 억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하락을 주식 저가 매수 기회로 보긴 어렵다“면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오른 만큼, 일부 대형 기술주가 15~20% 이상 조정될 경우에나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 초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월가 주요 인사들이 ”지나친 상승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도 주가 조정을 부추겼다.

여기에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에 대한 공매도 베팅 사실을 공개한 점도 매도 압력으로 가세했다. 팔란티어는 준수한 3분기 실적을 빌표했지만, 4분기 실적 전망이 월가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AMD가 부진한 실적과 가이던스를 공개하자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매도 공세가 한층 심화했다.

페퍼스톤 그룹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 총괄은 ”시장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짙다“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며, 현재로선 매수 이유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28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5년 평균치인 22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식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을 ”과열된 랠리의 과도한 열기를 식히는 건전한 흐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아마존과 메타 플랫폼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반도체 및 기술주 전반이 향후 실적과 주가 측면에서 추가적인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여전하다.

다만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 속에 저가 매수 레벨 찾기 작업이 활발할 전망이다.

M&G인베스트먼츠의 비카스 퍼샤드 아시아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동안 너무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조정이 내일, 모레까지 이어져도 놀랄 일은 아니다“면서 ”지금은 매수 기회를 주의 깊게 살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