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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말 쇼핑 매출, 사상 첫 1조 달러 돌파 전망…고소득층이 이끄는 '역대급'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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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말 쇼핑 매출, 사상 첫 1조 달러 돌파 전망…고소득층이 이끄는 '역대급' 크리스마스

미국소매협회(NRF), 2025년 연말 소매 매출 3.7%~4.2% 증가 전망...인플레이션·심리 위축에도 '소비 양극화' 심화
미국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NRF)가 2025년 연말 쇼핑 시즌(11월 1일~12월 31일) 총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48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NRF)가 2025년 연말 쇼핑 시즌(11월 1일~12월 31일) 총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48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지=GPT4o
미국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NRF)2025년 연말 쇼핑 시즌(111~1231) 총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1448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고질적인 인플레이션과 불확실한 무역 관세 정책, 심지어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 등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온 낙관적인(bullish) 전망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이 같은 관측은 불안정한 거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핵심 소비층의 구매력이 견고함을 시사한다.

NRF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연말 소매 매출은 지난해(2024) 대비 3.7%에서 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6(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는 총액 기준으로 1100억 달러(1461조 원)에서 1200억 달러(1476조 원) 수준으로, 지난해 기록한 9761억 달러(1413조 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가격 민감도' 높아졌지만, 평균 지출액은 역대급 수준


NRF가 프러스퍼 인사이트 & 애널리틱스(Prosper Insights & Analytics)를 통해 23년간 추적해 온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이 올해 연말 선물, 음식, 장식 등에 지출할 평균 비용은 1인당 890.49 달러(128만 원)로 예상된다. 이는 NRF가 추적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이러한 높은 소비 지출 계획은 불황 속에서도 가족과 친구를 위한 선물 등 '연말연시 소비'는 필수적인 지출 영역으로 보호받는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NRF의 매튜 셰이(Matthew Shay)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소비자들이 여전히 가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더 저렴한 브랜드로 거래를 하향 조정(trading down) 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가족과 친구를 위한 선물 지출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이 회장은 또한 소매업체들이 관세 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으로 노력했다", 비용을 흡수하고 효율성을 높여 "저소득층 소비자를 보호"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소비 양극화 심화… 고소득층이 '성장 동력' 주도


NRF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 심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NRF의 마크 매튜스(Mark Mathew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소비자 심리 수준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려면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언급하며, 현재 소비자 심리가 반세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해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미시간대학교 소비자 심리 지수와 콘퍼런스 보드 소비자 신뢰 지수 등의 최근 수치는 인플레이션 우려, 고금리 지속 등으로 인해 여전히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며 낮은 수준을 기록한다.

이처럼 소비자 심리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매출 전망이 높은 배경에는 소득 계층별 소비 양극화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셰이 회장은 "고소득 소비자들은 실제로 경제를 이끌고 있으며, 그들의 가처분소득 중 더 많은 부분을 재량적 지출에 할애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저소득층 가구는 당연히 월 소득의 더 높은 비율을 필수품에 지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RF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증가율인 3.7%는 최근 6년간 기록한 연말 매출 증가율 중 가장 약한 수준에 해당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체적인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며, 소비자들이 "세일을 일찍부터 시작하는(holiday creep)" 추세 속에서 더욱 가격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확실성 속 '확실한 명료함'을 주장하는 소매업계


이번 전망은 연방 정부 셧다운, 불확실한 무역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해 정부의 통계 데이터 확보마저 어려운 불확실성의 안개속에서 나왔다는 특징이 있다. 매튜 셰이 회장은 "정부 셧다운, 정부로부터의 데이터 부족, 관세의 온-오프 성격 등 현재 환경에서는 누구에게나 예측이 어렵다"고 시인했다.

셰이 회장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운전 중 안개가 끼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우리는 안개 속에서 운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연말 시즌에 대해 확실한 명료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은 (연말연시 쇼핑을 위해) 저축하고, 계획하고, 우선순위를 두며, 우리는 그것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이번 연말을 '역대 가장 비싼 크리스마스' 로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도를 보면 이번 NRF1조 달러 돌파 전망은 핵심 소비층인 고소득층의 강력한 구매력과 함께, 가격에 민감해진 일반 소비자들이 일찍부터 세일 기간을 활용하며 지출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관측은 미국 경제의 소비 주도 성장(Consumer-driven growth) 동력이 여전히 견고함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낮은 소비자 심리와 계층별 지출 격차라는 이면의 그림자도 함께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