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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뷰티, '뷰티 본고장' 프랑스 심장부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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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뷰티, '뷰티 본고장' 프랑스 심장부를 흔들다

'가성비'와 SNS 열풍 타고 파리 2030세대 사로잡아
"과학적 근거 부족" 신중론에도…2030년 '세계 톱3' 목표
프랑스 파리 오데옹에 위치한 '코리안 코스메틱스(Korean Cosmetics)' 체인 매장. 사진=코리아 코스메틱스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파리 오데옹에 위치한 '코리안 코스메틱스(Korean Cosmetics)' 체인 매장. 사진=코리아 코스메틱스
K-뷰티(한국 화장품)가 유럽 문화의 심장부인 프랑스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수도 파리에서만 2025년 기준 50곳이 넘는 한국 화장품 매장(판매점)이 새롭게 문을 열며 현지의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고 프랑스 국영 국제 라디오 방송 RFI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러한 K-뷰티의 위상은 지난 2025년 10월 중순, 파리 중심부의 카루젤 뒤 루브르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화장품 박람회 '코스메틱 360'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300개가 넘는 전체 전시 부스 중 4분의 1을 한국 기업이 차지하며 유럽 시장 공략의 열기를 짐작게 했다.

K-뷰티의 이례적 성공 비결로는 뛰어난 품질 대비 유럽 소비자들이 합리적이라 느끼는 가격 경쟁력이 첫손에 꼽힌다. 여기에 틱톡(TikTok)이나 인스타그램(Instagram)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프랑스 젊은 세대 사이에서 K-무비, K-팝과 마찬가지로 K-뷰티 열풍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효과가 큰 SNS 영상들은 소비자들의 '스킨케어(skincare)', 즉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한국 화장품의 핵심 경쟁력 또한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러한 '스킨케어' 제품군에 대한 현지 수요가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NS가 불지핀 '스킨케어' 열풍…젊은층이 주도


'코리안 코스메틱스 파리' 매장 체인의 다라(Dara) 전문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열풍이 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K-뷰티는 한국 영화나 음악 애호가 등 소수 마니아층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프랑스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젊은이들이 다양한 스킨케어 제품군에 매료됐으며, 특히 일본이나 프랑스의 유서 깊은 고급 브랜드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가 젊은 층은 물론 넓은 소비자층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3년 전 SNS를 통해 K-뷰티를 알게 된 단골 고객 엘사(34) 씨의 경험도 이를 뒷받침한다. 엘사 씨는 "K-뷰티의 성장은 상당 부분 SNS 덕분"이라며 "틱톡에서 가이드 영상을 보고 4시간 동안 붙이면 환한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콜라겐 마스크팩을 사러 갔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의 추천으로 K-뷰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피부 관리를 위해 10단계의 정교한 '의식'을 따를 수도 있지만, 각질 제거, 클렌징, 보습제 등 핵심 단계만으로 구성된 간편한 과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여행 후 K-뷰티 팬이 되었다는 알리스(24) 씨는 "몇 번 사용해보고 완전히 중독됐다. 이제는 친구들 모두 K-뷰티의 팬"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 옆에 전문 매장이 있어 거의 주마다 신제품을 보러 간다"며 "한 매장에서도 수십 종의 보습 크림과 자외선 차단제를 찾을 수 있을 만큼 다양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알리스 씨는 "마스크팩, 클렌징 밀크, 노화 방지 제품 등을 주로 구매한다"며 "여성용뿐만 아니라 남성용, 그리고 항알레르기나 보습 기능이 특화된 아동용 제품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K-뷰티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K-뷰티는 쌀겨, 인삼, 병풀(Centella Asiatica), 히알루론산 등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는 고농축 성분을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연어 DNA 추출물이나 달팽이 점액질 등은 피부를 더욱 빛나게 하는 '새로운 발명품'으로 여겨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달팽이 점액·연어 DNA'…"효과, 과학적 검증은 아직"


그러나 이러한 열풍에 대해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성분의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프랑스 피부과 전문의 협회 부회장이자 미용 의사인 이자벨 루소(Isabelle Rousseau) 씨는 "'새로운 발명품'이라 부르는 성분들이 인간의 피부에 미치는 효과에는 아직 뚜렷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루소 박사는 "현재 K-뷰티의 성장은 유행에 따른 측면이 강하다"며 "시장에서 유행하는 콜라겐·히알루론산 복합 알약의 경우, 라리부아지에르 병원 전문의들의 최근 연구 결과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되지 않아 비타민과 다르다. (알약 복용은) 무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화장품의 성공이 효과 큰 마케팅과 기발한 광고 캠페인에 크게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K-뷰티의 신드롬이 순전히 마케팅의 성과인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 성장세는 명백한 사실이다. 2007년경부터 본격화한 K-뷰티 유행은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한국을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이탈리아를 추월하는 주요 화장품 수출 강국으로 올려놓았다.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연간 200억 달러(약 29조 원)의 세계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는 K-뷰티의 질주가 유럽 시장에서 속도를 더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