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기업들, ‘트럼프표 관세’ 우려에도 4년 새 최고 실적

글로벌이코노믹

美 기업들, ‘트럼프표 관세’ 우려에도 4년 새 최고 실적



지난해 8월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8월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기업 비용 상승과 경기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랐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기업이 관세 충격을 흡수하고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 증시 전반을 대표하는 러셀30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중간(미디언)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였다. 이는 직전 분기의 6%보다 큰 폭으로 오른 수준으로 지난 2021년 3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빠른 증가율이라고 FT는 전했다.

S&P 500 11개 업종 가운데 절반 이상인 6개 업종이 3분기 평균 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는 금융과 대형 기술주 두 업종만 증가세였다. FT는 “올해 초 기업 경영진이 ‘관세 확대로 공급망 비용이 상승하고 경기 둔화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현재까지는 우려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SLC매니지먼트의 데크 멀라키 전무는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흡수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았고, 소비자들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한 소비를 이어 간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주식전략가는 “S&P 500에 포함된 대부분의 기업이 3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상당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며 “지난 25년 중 이런 비율은 코로나19 이후 재개 시기인 2020~2021년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이익 증가율을 7.5%로 예상하고 있다.
◇무역 합의가 긍정적 요인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간 무역협정과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한 1년간 무역 휴전도 기업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포드자동차와 GM은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부동산·산업재 분야 기업 역시 판매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이어졌다. 전력 기업 NRG에너지는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았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여행 수요 회복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

금융사도 호조를 보였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은행들은 투자은행 부문 수요 회복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트레이딩 수익 증가로 실적이 개선됐다.

기술기업도 대체로 호조를 보였다. 메타는 투자 확대 계획으로 시장 기대를 일부 밑돌았지만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예상치를 웃돌았다.

◇소비 둔화·노동 시장 불확실성은 변수

일부 소비재 기업은 연말 소비 심리를 우려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올해 연말 소비 심리가 수십 년 만에 가장 약할 수 있다”고 밝혔고 맥도날드는 고가 메뉴 중심으로 소비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고용지표 발표가 지연되면서 노동 시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소기업협회와 연준 지표, 주별 실업수당 청구를 보면 고용 시장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아마존, UPS, 타깃 등 S&P 500 소속 17개 기업이 9월 이후 약 8만명을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여력 약화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기준 3년 만에 최저치였다. 조사 책임자 조앤 수는 “모든 연령과 소득, 정치 성향에서 신뢰 하락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예외도 있었다. 주식 비중이 높은 부유층은 오히려 심리가 11%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웰스매니지먼트의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는 “상위 40% 가계가 전체 자산의 85%를 보유하고 있고 상당 부분이 주식에 연동돼 있다”며 “지난 3년 동안 증시가 90% 넘게 오르면서 소비 여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소비 흐름을 이해하려면 노동 시장보다 증시 방향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