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민들 "전기세 부담 한계"…데이터센터 반대 후보 당선
이미지 확대보기민주당 조지 스튜어트 후보는 이날 선거에서 공화당 패트릭 하더스 후보를 약 400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게인즈빌 지구에서 민주당 의원이 선출된 것은 거의 40년 만이다. 이 선거는 지난 7월 대장암으로 사망한 공화당 밥 와이어 전 감독관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실시됐다. 와이어 전 감독관은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개발 사업을 강력히 반대했던 인물이다.
2100에이커 규모 데이터센터 단지 논란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는 현재 44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15개가 건설 중이고 여러 건이 계획 단계에 있다. 특히 2023년 카운티 감독위원회가 승인한 '프린스 윌리엄 디지털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는 최대 37개 데이터센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단지 건설 계획으로, 일부 주택가와 매너서스 국립전쟁공원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2,100에이커(약 850만㎡) 규모로 주민들과 역사유적 보존 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주민들은 현재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 보호 연합을 이끄는 엘레나 슐로스버그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에 애착을 갖고 있는데, 데이터센터 산업이 이 공동체를 연결하는 구조를 갈기갈기 찢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당선인은 2019년 프린스 윌리엄으로 이사한 재정 컨설턴트이자 미 해군 전역 군인이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게인즈빌 지구에 남아 있는 농촌 지역에서 데이터센터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는 '농촌 초승달(Rural Crescent)'이라 불리는 녹지 보존 구역을 지정해 농촌 경관을 지켜왔는데, 게인즈빌 지구가 이 구역의 마지막 보루 중 하나다. 스튜어트 당선인은 "지금 당장 여기에 명확한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전력 소비 급증에 세금 부담도 증가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지역 전력망 부담과 에너지 비용 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다. 스튜어트 당선인은 "주민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은 산업 때문에 집이 더 살기 어렵고 비용도 비싸진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운티는 최근 데이터센터 내부 컴퓨터에 대한 세율을 평가액 100달러(약 14만 원)당 4달러 15센트로 인상했다. 이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집적지인 인근 라우든 카운티와 같은 수준이다. 카운티의 2024년 데이터센터 세수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 세율인 100달러당 3달러70센트로 지난해 약 2억9400만 달러(약 4280억 원)의 세수를 거뒀다. 업계 측은 이 세금이 학교와 기타 카운티 공공서비스 재원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스튜어트 당선인은 "데이터센터는 이제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의 핵심 산업이 됐다. 우리가 좋든 싫든"이라면서도 "기존 데이터센터들이 실제로 지역사회에 재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더 공평하게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차원 규제 정책 추진 가능성
게인즈빌의 은퇴한 사서 마고 백스터는 "스튜어트 당선인이 개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잘 관리하고 데이터센터에 더 공정하게 과세하기를 원한다"며 "데이터센터들이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여 소비자들의 요금을 올린다면 자신들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 감독위원회 의장인 데션드라 제퍼슨은 게이트웨이 프로젝트 승인 당시 위원회에 있지 않았으며 이 개발 사업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제퍼슨 의장은 스튜어트의 승리가 아비게일 스팬버거를 주지사 자리에 올리고 하원에서 13석을 추가 확보한 민주당의 전반적인 승리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주 상원에서도 근소한 다수를 차지해 리치먼드에서 포괄적인 변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라우든 카운티를 비롯한 일부 지방정부는 이미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는 토지이용 규제를 개정했다. 토지이용 규제는 특정 지역에 어떤 용도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정하는 제도로,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 감독관들도 카운티 일부 지역의 '데이터센터 중첩 구역'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당 주의원들이 에너지 효율이나 공공요금 분담 조항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규제 법안을 제출했지만, 모두 무산되거나 글렌 영킨 공화당 주지사의 거부권으로 막혔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의 압승으로 내년 입법 회기에서 관련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팬버거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주 차원의 데이터센터 정책을 지지했으며, 당선 수락 연설에서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데이터센터가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슐로스버그는 "버지니아주가 데이터센터 문제에 관한 변곡점에 와 있다"며 "서부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모든 곳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확산 문제를 다루지 않고는 당선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