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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규제 복잡해지자 미국 기업들 “투자보다 생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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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규제 복잡해지자 미국 기업들 “투자보다 생존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년간 기존 관세 체계를 사실상 전면 재편하면서 미국 전역의 기업들이 높은 비용과 행정 부담에 직면했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던 단순 관세 체제를 국가·품목별로 세분화된 고율 다단계 구조로 변경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관세율을 정확히 계산하고 준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표적으로 과거 5% 관세만 내던 산업용 제품이 유럽연합(EU)·일본에서 수입되면 15%, 노르웨이·아프리카 국가들은 20%, 동남아 지역은 24~25%, 인도·브라질·중국 등은 50% 이상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업무 시간이 관세 대응에 빨려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의 마이티 페레이라 이사도 “많은 기업 CEO들이 업무 시간의 30~60%를 관세 관련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관세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해진 데다 법무부가 통관 사기를 최우선 기소 대상으로 삼겠다고 발표하면서 회계·통관 인력 확충과 규정 준수 시스템 구축에 ‘수천만달러’ 규모의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이 감세 정책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천억달러’ 규모의 감세 효과도 관세 규정 부담 때문에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밀켄연구소의 매튜 알레시어 디렉터는 “기업들이 겪는 혼란은 코로나 초기 상황에 비교될 정도”라면서 기업들이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탓에 공장 신설, 장비 투자, R&D 확대 등 장기 전략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977년 비상경제권법을 활용해 대부분 국가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주의 관세’를 적용했으며 국가·품목에 따라 최대 41%까지 높아진 관세를 매기고 있다. EU와 일본은 일부 품목에서 예외적 혜택을 받았지만 대부분 국가는 고율 관세 대상에 포함돼 있다.

또 중국·캐나다·멕시코에는 펜타닐 유입 압박을 명분으로 별도의 고율 관세를 적용해,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관련 서류 작업까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부품·구리·목재·가구·중장비 등에도 ‘국가안보’ 명목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 400여종에는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권한 남용을 문제 삼는 연방대법원 소송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버지니아의 전자제품 업체 크러치필드는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관세가 한 개인의 판단에 따라 수시로 바뀌면 단기·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기업들은 관세 정책이 언제 어떻게 변경될지 알 수 없어 미국 내 투자를 포함한 주요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