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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호주 오스탈 지분 인수에 일본 '긴장'…방산·조선소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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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호주 오스탈 지분 인수에 일본 '긴장'…방산·조선소 주도권 경쟁

오스탈 CEO "일본 우려 이해" 이례적 발언…미쓰비시 11조원 호위함, 호주에서 건조 예정
한화, 미국 승인에도 호주 정부는 5개월째 판단 보류…한일 방산 경쟁 글로벌 확산
한화오션이 호주 조선·방산 기업 오스탈(Austal)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일본이 강한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이 호주 조선·방산 기업 오스탈(Austal)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일본이 강한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미지=GPT4o
한화오션이 호주 조선·방산 기업 오스탈(Austal)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일본이 강한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

호주 경제매체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안은 오스탈 최고경영자(CEO) 패디 그레그가 일본의 불안을 두고 "우리는 일본이 왜 신경 쓰는지 이해한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승인, 호주는 5개월째 '침묵'


한화그룹은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을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확보했다. 이어 지분을 19.9%까지 확대하기 위해 호주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승인을 신청했다.

미국 CFIUS는 지난 6월 한화의 오스탈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고 승인했다. 미국 정부가 "해결되지 않은 국가안보 우려가 없다"며 당초 신청했던 19.9%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분 보유를 사실상 허용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5개월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승인이 이뤄지면 한화는 타타랑벤처스(17.1%)를 제치고 오스탈의 최대주주가 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지분 인수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조만간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오스탈은 미국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로 142억 호주달러(134800억 원)에 달하는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소형 수상함과 군수지원함 시장에서 40~6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설계 호위함, 한국 자본 호주 조선소서 건조 우려


일본의 경계감은 호주가 발주한 대규모 호위함 사업과 직결돼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8110억 호주달러(104400억 원) 규모의 신형 호위함 11척 건조 사업 우선협상자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선정했다. 계약 조건에 따르면 11척 가운데 3척은 일본에서 건조하고 나머지 8척은 호주 서부 퍼스 인근 헨더슨에 위치한 오스탈 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했다.

문제는 한화가 오스탈의 최대주주가 될 경우 일본 설계 함정의 건조 일정과 품질 관리를 한국 자본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선소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점이다. 군사 장비 생산 과정의 보안과 통제권이 핵심인 방산 분야 특성상 일본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언론은 호주 정부가 호위함 설계사 선정을 마무리하기 전에 한화의 오스탈 인수를 승인할 경우, 설계 입찰에 참여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스페인 나반티아 등이 경쟁사인 한화와 지적 재산을 공유하기를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 방산 경쟁, 호주 무대로 확전


이번 사태는 한국과 일본 간 방산 경쟁이 동아시아를 넘어 호주와 미국 등 주요 동맹국 시장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한국 방산은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대규모로 수출했고, 올해는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 사업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공동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은 오랫동안 평화헌법의 제약으로 방산 수출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 적극적으로 전환했다. 호주 호위함 계약은 일본의 첫 번째 큰 성과였으나 한국 기업의 건조 조선소 인수 시도로 첫 단추부터 복잡해진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사운을 걸고 오스탈 인수에 도전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오스탈까지 확보하면 미국 동부와 서부 해안을 아우르는 함정 사업 거점을 구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미국 승인을 받았고, 한국과 호주가 2013년부터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개최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호주 정부의 최종 승인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 한화는 이미 호주 육군에 레드백 장갑차와 K9 자주포를 현지 생산해 납품할 예정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