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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표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실적 호조에도 매장 사라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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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표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실적 호조에도 매장 사라지는 이유

할리데이비슨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할리데이비슨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을 상징하는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의 딜러십(대리점)들이 미국 전역에서 문을 닫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주에서부터 플로리다주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운영돼 온 할리데이비슨 매장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동차 전문매체 핫카스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경영 악화, 경제 상황 악화, 그본사의 압박과 판매 부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할리데이비슨 딜러들은 마진이 줄어들고 본사의 '톱다운(하향식)' 구조가 강해지면서 독립적인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100년 역사를 가진 가족 소유의 한 대리점은 새로운 경영진에게 인수된 지 6년 만인 2024년 갑자기 폐업했다. 뉴욕의 한 인기 대리점은 30년 가까이 운영했으나 경제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으면서 마지막 재고를 최대 75% 할인 판매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 650개 이상의 할리데이비슨 딜러십이 남아 있지만 작은 시장을 중심으로 매장 네트워크는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2지난 3분기 3억7700만 달러(약 5546억8700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의 좋은 실적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 놀라운 수치 뒤에는 불안정한 징후가 있었다.

이 회사의 실적 개선은 지난 8월 취임한 아티 스타스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금융 서비스 부문 매각 덕분이다. 이 매각으로 회사에 12억5000만 달러(약 1조8387억5000만 원)의 현금이 유입되면서 부채가 줄고 자사주 매입에 도움이 됐다.

문제는 판매량이다. 2025년 3분기 할리데이비슨의 글로벌 모터사이클 판매량은 6% 하락했고 핵심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도 5% 판매가 감소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딜러십이 생존할 만큼 충분한 소비자 수요가 없다는 의미다. 지난 10년간 할리데이비슨의 출하량은 45%나 줄어들었다.

딜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고금리와 과잉 재고 문제로 지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공급 부족으로 오토바이가 정가에 팔려 딜러들이 현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금리가 급등하자 수요가 급감했다. 제조업체들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재고를 계속 딜러들에게 밀어 넣었고 딜러들은 이에 대해 수만 달러에 달하는 '플로어 플랜(재고 금융)'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다 과거 매출이 좋았을 때 대규모 건물에 투자했던 딜러십들이 현재 판매량이 저조해지자 냉난방, 인건비, 보험료 등 이전보다 오른 고정 비용에 시달리게 됐다. 소매 판매 감소에 더해 할리데이비슨의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 확장까지 겹치면서 고객층이 분산되자 많은 딜러들이 결국 폐업을 선택하고 말았다고 핫카스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