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구축함 실전배치 확정, 유럽 최초 고출력 레이저방공망 구축…6085억 원 투입
이미지 확대보기아미 리코그니션(Army Recognition)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최근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사격장에서 실시한 시험에서 드래곤파이어(DragonFire) 고출력 레이저무기 시스템이 고속 무인항공기를 탐지하고 추적해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1km서 1파운드 동전 명중, 유럽 최초 실전급 레이저무기
영국 국방부가 지난달 20일 공식 발표한 자료를 보면, 드래곤파이어는 최대 시속 650km로 비행하는 원격조종 항공기를 교전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포뮬러1 경주용 자동차 최고속도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속도다. 시스템은 목표물이 발사 지점 대비 수평선 너머에 위치한 상황에서도 탐지, 추적, 레이저 조준, 빔 유지 과정을 완료했으며, 드론 구조가 파괴될 때까지 레이저를 집중시켰다.
영국 당국은 이번 시험 결과가 자국이 개발한 레이저무기 가운데 가장 발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1km 거리에서 1파운드(약 1920원) 동전을 명중시킬 수 있는 정확도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드래곤파이어는 고출력 레이저 광원, 레오나르도(Leonardo)의 빔 디렉터 광학장치, 큐아이네티큐(QinetiQ)의 시험 및 평가 전문성을 결합해 함정 탑재용으로 설계됐다. 고속 조향 거울, 정밀 센서, 첨단 제어 알고리즘을 활용해 대기 교란과 플랫폼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목표물의 극히 작은 영역에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발사당 1만9200원 vs 미사일 10억 원, 드론 전장의 경제 역학 바꾼다
이 시스템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 비용 우위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1회 발사에 드는 전력 소비 비용이 약 10파운드(약 1만9200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 함대공 미사일은 발당 수십만 파운드(수억 원)에서 100만 파운드(약 19억2500만 원) 이상이다.
폭발 탄두가 아닌 집중된 빛으로 파괴 효과를 내기 때문에 저장하거나 재장전할 물리적 탄약이 필요 없고 전력만 공급하면 된다. 레이저는 사용 가능한 전력과 열 관리 범위 내에서 여러 개의 경량 표적을 연속으로 공격할 수 있다.
영국 방위산업장비국제전시회(DSEI)에서 루크 폴라드(Luke Pollard) 국방준비·산업 담당 장관은 "드래곤파이어는 미사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무기"라며 "함정에 대한 위협을 저비용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2027년 45형 구축함 탑재, 원래 일정보다 5년 앞당겨
영국 정부는 MBDA UK와 3억 1600만 파운드(약 6085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2027년부터 타입 45(다링급) 구축함에 이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했다. 이는 원래 계획보다 약 5년 앞당긴 일정이다. 총 4척의 타입 45 구축함에 드래곤파이어를 장착할 예정이다.
크리스 앨럼(Chris Allam) MBDA UK 상무이사는 "이번 계약은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영국이 레이저 지향에너지무기 분야에서 선두에 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스코틀랜드, 남서부, 동부 잉글랜드 전역에서 약 590개의 숙련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MBDA의 볼턴과 베드퍼드 사업장, 큐아이네티큐의 파른보로 시설, 레오나르도의 에든버러 거점이 참여한다.
현재 타입 45 구축함은 씨 바이퍼(Sea Viper) 미사일 시스템, 중구경 해군포, 팔랑크스(Phalanx) 근접방어무기 체계를 활용해 항공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무기는 지난해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발사한 드론을 요격하는 작전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미사일 교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역에서 방공 탄약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제한된 수량으로 생산되는 고가 탄환을 소모한다는 한계가 있다.
드래곤파이어는 주로 드론, 소형 무인기, 특정 로켓 유형에 운용돼 복잡하거나 장거리 위협에 대비한 미사일 보유량을 보존하고, 장기 배치 시 함정의 방어 지속력을 강화하게 된다. 영국은 이를 통해 유럽 최초로 고출력 레이저 방공체계를 실전 배치하는 국가가 되며, 유사한 능력을 검토하는 나토 동맹국들에게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