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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양파 56%·햄 49% 폭등…'트럼프 관세'가 덮친 美 추수감사절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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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양파 56%·햄 49% 폭등…'트럼프 관세'가 덮친 美 추수감사절 밥상

농기계 부품·포장재 관세 인상분,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 전가…식탁 물가 10% 상승
트럼프 "월마트 세트 25% 저렴" 자화자찬했지만…실상은 구성품 줄인 '축소플레이션'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관세 장벽을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노믹스'가 농업 공급망 비용을 상승시키며, 결과적으로 미국 가정의 밥상 물가를 끌어올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양파와 햄 등 필수 식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최대 50% 이상 치솟으면서, 서민 경제에 가해지는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관세가 쏘아 올린 '밥상 인플레이션'


경제 싱크탱크인 '그라운드워크 컬래버레이티브(Groundwork Collaborative)'가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 비용은 지난해보다 약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계절적 요인을 넘어선 구조적인 물가 상승이다.

세부 품목별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식탁의 필수 식재료인 양파 가격은 전년 대비 56% 폭등했으며, 메인 요리에 쓰이는 스파이럴 햄(spiral hams)은 49% 올랐다. 곁들임 음식인 크랜베리 소스와 크림 콘 역시 각각 22%, 21% 상승하며 식탁 물가 전반을 밀어 올렸다.

여론조사 기관 '데이터 포 프로그레스(Data for Progress)'가 미국 유권자 1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추수감사절 물가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가족 모임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비율도 25%에 달했다.

농기계 부품부터 포장재까지…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


이러한 물가 폭등의 근본 원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지목된다. 캔자스 농민연합(Kansas Farmers Union)의 닉 레벤도프스키(Nick Levendofsky) 사무국장은 지난 11월 25일 웨비나에서 "관세의 영향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미국 농가들은 기계 부품, 농기구, 방충망 등 생산에 필요한 자재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품목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생산 원가 자체가 급등했다. 레벤도프스키 국장은 "농업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모든 추가 비용은 결국 계산대 앞의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레드 스카웃 농장(Red Scout Farm)의 메리 캐롤 도드(Mary Carol Dodd) 대표는 "농장은 매우 얇은 마진(profit margins)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오르면 힘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채소 재배 비용이 상승하면 명절 식탁에 오르는 채소 가격도 오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관세가 농가의 생산 비용을 높이고, 이것이 도미노처럼 소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트럼프의 "25% 하락" 주장과 현장의 괴리


현장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추수감사절 물가가 안정됐다고 주장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월마트의 추수감사절 식사 세트(bundle) 가격이 2024년보다 25% 저렴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이 통계적 착시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레벤도프스키 국장은 대통령의 발언을 "오해의 소지가 있다(misleading)"고 일축했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저가 세트는 지난해보다 구성 품목 수가 줄어들었거나, 용량이 작고 저렴한 대체품으로 채워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종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가격은 유지하되 제품 크기나 수량을 줄이는 전략)'이다.

또한 유통업계의 '미끼 상품(Loss Leader)' 전략도 물가 착시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소매점들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상징적인 품목인 칠면조 가격을 대폭 할인하지만, 대신 사이드 메뉴와 기타 식재료 가격을 올려 손실을 보전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농작물 납품 단가가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하고, 소비자는 칠면조 외에 비싸진 부재료를 사느라 전체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알루미늄 관세 나비효과…푸드뱅크도 '비상'


관세 정책의 여파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푸드뱅크(Food Bank)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수입 알루미늄 캔에 부과된 관세로 통조림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부 물품이 줄어든 것이다.

로열 푸드 임포트 코퍼레이션(Royal Food Import Corporation)의 콜린 투힐(Collin Tuthill) 사장은 "관세와 비용 상승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애틀에 본부를 둔 '푸드 라이프라인(Food Lifeline)' 등 구호 단체들은 현재 상황을 "또 다른 팬데믹으로 진입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묘사했다. 포장재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한정된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식료품 양이 급감했고, 재고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긴급 구매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생산자와 유통업계,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번 연휴 시즌을 기점으로 식탁 물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광범위한 관세 철폐나 구제 조치가 없는 한, 올해의 물가 상승 압력은 연말 시즌이 지나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