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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압기 품귀에 글로벌 에너지 안보 ‘비상’...K-전력기기, '슈퍼 사이클' 올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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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압기 품귀에 글로벌 에너지 안보 ‘비상’...K-전력기기, '슈퍼 사이클' 올라타

수요 116% 폭증에도 공급‘바닥’... 미·유럽 등 노후 전력망 붕괴 위험 직면
구리·강판 가격 널뛰고 제작에만 수년...'에너지 안보' 실현 차질 불가피
초고압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이미지 확대보기
초고압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핵심 부품인 변압기 공급 부족과 전력망 노후화 탓에 에너지 전환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인공지능 열풍과 글로벌 경제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변압기 부족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병목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폭증하는 수요, 116% 뛰었는데 공급은 제자리


현재 미국과 유럽의 전력 시장은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와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도입 시기가 겹치며 최악의 공급난을 겪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이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우드매켄지(Wood Mackenzie)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과 비교해 미국의 전력용 변압기 수요는 116%나 폭증했다. 주거단지나 상업시설에 전력을 배분하는 배전 변압기 수요 역시 41% 늘어났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생산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드매켄지의 벤 부처 수석분석가는 이번 보도에서 "변압기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미국 내 제조 역량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미국 전력회사들은 부족한 물량을 메우려 수입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기준 미국 내 전력용 변압기 공급의 80%, 배전 변압기 공급의 50%를 수입에 의존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비용 상승과 조달 기간 연장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주문 후 1년 안에 받을 수 있었던 대형 변압기가 이제는 수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해졌다.

발전소 건설을 마치고도 전력망에 연결하지 못해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속출하는 이유다.

투자는 뒷전, 원자재는 널뛰기…‘복합 위기’의 서막

변압기 대란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에너지 전문지 파워매거진은 최근 보도에서 "지난 수년간 국내 제조업에 대한 투자 부족과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급격한 건설 및 전력화 수요 그리고 방향성 전기강판(GOES)과 구리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결합해 위기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변압기 핵심 소재인 전기강판과 구리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제작사들이 선뜻 설비 확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히타치 에너지의 안드레아스 쉬렌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스 매체 세마포르(Semafor)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과잉 투자를 원하지 않는다"며 제작사들이 철저히 구매 확약을 받은 뒤에만 증설에 나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히타치는 미국 전역에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신규 제조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쉬렌벡 CEO는 "이 정도 투자로는 수요와 공급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여전히 전통적인 거래 방식에 머물러 있는 고객들은 변압기 물량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운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안보 위협하는 전력망 붕괴, 실천이 관건


전력 인프라 개선이 늦어지면서 실제 정전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대규모 연쇄 정전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 정책권 내에서도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세계경제포럼(WEF)은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와 투자자들의 의지가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변압기 부족 사태가 조달 방식의 문제일 뿐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전력망 연결 지연이 국가 에너지 안보의 잠재적 위험 요소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아무리 낮아져도 이를 운반할 ‘길’인 변압기와 전력망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K-전력기기, '슈퍼 사이클' 올라타 글로벌 시장 재편 주도


이러한 글로벌 변압기 대란은 한국 전력기기 산업에 유례없는 '슈퍼 사이클'을 불러오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3사는 북미 시장의 높은 외산 의존도와 중국산 배제 기조를 기회 삼아 향후 3~4년치의 역대급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기술 장벽이 높은 초고압변압기(UHV)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발휘하며, 단순히 장비를 파는 제조사를 넘어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에너지 솔루션 파트너'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발이 이어지는 2030년까지 한국 전력기기 산업의 호황이 지속되며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