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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대만에 '2나노 팹' 10곳…초격차 쐐기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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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대만에 '2나노 팹' 10곳…초격차 쐐기 박았다

美 생산 3배 넘는 압도적 본토 투자…타이난 등 신규 3곳에만 38조 투입
내년 공장 9곳 동시 가동 '속도전'…1.4나노 4곳도 착수해 '요새화' 완성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권을 쥐고 있는 TSMC가 자국 내 2나노미터(nm) 생산 기지를 당초 7곳에서 10곳으로 대폭 늘린다. 미국 공장 건설로 인한 '기술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고, 폭발하는 AI 반도체 수요를 본토에서 독점하겠다는 강력한 '실리콘 쉴드(Silicon Shield)' 전략이다. TSMC는 2025년을 기점으로 역대 가장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예고하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벌리고 있다.

신주~가오슝 잇는 '2나노 벨트'


대만 자유시보와 트렌드포스 등 현지 분석을 종합하면, TSMC는 대만 내 2나노 팹 구축 계획을 전면 수정해 총 10기 체제를 확정했다.

기존 계획이었던 북부 신주(2기)와 남부 가오슝(5기)에 더해, 타이난 사이언스 파크 인근을 신규 거점으로 낙점하고 3기를 추가하기로 했다. 새로 추가된 타이난 3개 팹에 투입되는 금액만 최소 9000억 대만달러(약 38조 원)에 달한다.

이로써 TSMC는 ▲R&D 거점 '신주' ▲대량 생산 기지 '가오슝' ▲예비 허브 '타이난'으로 이어지는 대만 서부의 '2나노 메가 클러스터'를 완성하게 됐다. 가오슝과 신주 일부 라인은 이미 장비 반입을 마치고 사실상 양산 준비를 끝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확장은 TSMC의 '본토 중심주의'를 명확히 보여준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3개 팹 역시 2027년부터 2나노 공정을 가동할 예정이지만, 생산 능력(CAPA)에서 대만 본토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향후 TSMC의 2나노 전체 물량 중 약 30%만이 미국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70% 이상은 대만 내 10개 팹이 책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공장은 애플·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를 위한 '전진 기지'일 뿐, 전 세계 물량을 소화하는 '본진(Main Base)'은 대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1.4나노 공장에 71조원 베팅


TSMC의 시선은 이미 2나노 너머 '1.4나노(A14)'를 향하고 있다. 대만 중부 타이중에는 1.4나노 전용 팹 4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490억 달러(약 71조 원)가 투입된다. TSMC는 2027년 시범 생산을 거쳐 2028년 하반기부터 1.4나노 양산에 돌입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2나노 10개 팹이 가동될 즈음, 이미 1.4나노 4개 팹이 뒤를 받치는 촘촘한 '기술 성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2025년은 TSMC 역사상 가장 숨 가쁜 해가 될 전망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TSMC는 내년 한 해에만 총 8개의 웨이퍼 팹과 1개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신규 가동하거나 장비를 완비한다.

이런 속도전의 배경에는 'AI'가 있다. AI 가속기 수요 폭발로 초미세 공정 공급 부족이 우려되자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특히 병목 현상을 빚던 'CoWoS' 패키징 용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용 공장까지 동시에 확충하는 강수를 뒀다.

추격자 의지 꺾는 '물량 공세'


TSMC가 제시한 '대만 10개, 미국 3개, 1.4나노 4개'라는 숫자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에 절망적인 격차를 의미한다. 파운드리는 기술력 못지않게 '규모의 경제'가 승패를 가른다.

이미 3나노 시장을 독식한 TSMC가 2나노 시대에 생산 능력을 더 늘리는 것은 후발 주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겠다는 '굳히기' 전략이다. TSMC는 대만 섬 전체를 거대한 '반도체 요새'로 개조하며, 파운드리 제국의 왕좌가 어디에 있는지 전 세계에 증명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