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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부럽지 않다"…미 데이터센터 전기기사 연봉 '3억3000만 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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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부럽지 않다"…미 데이터센터 전기기사 연봉 '3억3000만 원' 달해

美 건설현장 인력쟁탈전…숙련공 '몸값' 폭등에 억대 연봉 속출
한국 전력기기·건설사엔 '기회'…모듈러 공법·변압기 수요 급증
■ 핵심 보기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숙련된 건설 근로자 수요가 폭발해 연봉이 수억 원대로 치솟는 골드러시가 확산

만성적인 숙련공 부족과 복잡한 데이터센터 시공 특성이 맞물려, 기업들은 웃돈과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인력 확보 전쟁을 진행 중

미국 내 건설 인력난은 한국 전력기기 및 건설 기업에는 고효율 기자재 수출과 모듈러 공법 등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할 기회로 작용할 전망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숙련된 건설 근로자 수요가 폭발해 연봉이 수억 원대로 치솟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숙련된 건설 근로자 수요가 폭발해 연봉이 수억 원대로 치솟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이 불러온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미국 건설 노동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숙련 기능공 수요가 폭증하면서, 용접공이나 전기기사가 억대 연봉을 받는 등 블루칼라 직종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9(현지시각) "AI 데이터센터 붐이 숙련된 기술 노동자에 대한 막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으며, 이는 건설 현장의 '골드러시'와 같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아메리칸 드림"… 전문직 뺨치는 몸값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소규모 하청업체를 운영하던 드몬드 챔블리스(51)는 지난 4월부터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관리자로 변신했다. 그는 용접공과 배관공 등 200여 명을 지휘하며 연봉 10만 달러(14700만 원) 이상을 번다. 그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꿈이 아닌가 싶어 내 볼을 꼬집는다""마치 골드러시와 같다"고 말했다.

숙련도가 높은 기술자들의 처우는 더욱 파격적이다. 오리건주 허미스턴의 데이터센터 현장에서 전기 안전 관리자로 일하는 마크 베너(60)의 연봉은 225000달러(33000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매일 지급되는 100달러(147000)의 인센티브가 포함된다. 15년째 데이터센터를 지어온 그는 "이것이 나의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했다.

인력 채용 업체 켈리서비스의 제이크 라스웨일러 수석부사장은 "데이터센터는 시공이 복잡하고 정밀한 온도 유지가 필요해 고도로 숙련된 인력이 필수"라며 "데이터센터 업계로 진입하는 전기기사나 프로젝트 관리자는 이전보다 25~30%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美 데이터센터 근로자와 타 직종 근로자 연봉 비교. 제작=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美 데이터센터 근로자와 타 직종 근로자 연봉 비교. 제작=글로벌이코노믹


만성적 인력 부족이 부른 '인재 쟁탈전'


이러한 임금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 건설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이 자리한다. 미국 건설업협회(ABC)는 현재 건설 업계에 부족한 숙련공 규모가 약 439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데이터센터 전문 조사기관 업타임 인스티튜트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2%"인력 부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43%보다 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ABC 데이터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시공사의 평균 일감 적체 기간은 10.9개월로, 일반 건설사(8개월)보다 훨씬 길다.

아니르반 바수 A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세계에서는 지금 군비 경쟁(arms race)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은 이미 5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추가로 400여 개를 개발하고 있다.

냉난방 텐트에 무료 점심… "모셔가기 전쟁"


인력 확보가 곧 경쟁력이 되면서 건설사들은 파격적인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클룬 컨스트럭션은 현장 근로자에게 냉난방이 되는 휴게 텐트와 무료 점심을 제공한다. 이 회사의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 비중은 1년 새 두 배로 늘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애리조나주의 건설사 썬트(Sundt)는 보너스와 유급 휴가를 도입했다. 채드 벅 썬트 건축 부문 사장은 "현재 쏟아지는 공사 물량을 감당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모든 시공사가 한정된 인력 풀에서 사람을 뽑으려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요 폭발은 건설 근로자에게 높은 소득뿐 아니라 고용 안정성까지 안겨줬다. 피닉스 현장에서 콘크리트 시공을 감독하는 마이클 담(43)"과거에는 일이 끊길까 봐 돈을 모아야 했지만, 지금은 채용 담당자들의 이직 제안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버지니아주 북부의 '데이터센터 앨리' 지역 전기 노조는 올해 615명의 수습생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수습생은 시간당 27달러로 시작해 훈련을 마치면 시간당 60달러(88000)를 받는다.

K-전력·건설 업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인력난은 한국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변압기 등 전력기기의 '슈퍼사이클'은 지속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미국 현지 인력난으로 전력망 확충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설치가 간편하고 효율이 높은 한국산 전력기기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는 이미 3~4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 내 숙련공 부족은 검증된 완제품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의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또한, 모듈러 공법 등 건설 기술 수출 기회 현장 인력이 부족할수록 공장에서 미리 구조물을 만들어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프리패브)' 수요가 커진다. 삼성물산과 GS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은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과 모듈러 기술을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장 시공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한국의 선진 공법이 미국 인력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활발하지만, 숙련공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처럼 숙련 기술직에 대한 처우 개선과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향후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 경쟁력도 인력 병목 현상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